김용태 개혁안, 공허한 메아리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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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퇴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퇴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손지연 기자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0일 임기 만료로 퇴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장이 아닌 평의원으로 돌아가지만 당내 기득권 와해가 시대정신”이라며 당내 기득권과 맞서 싸우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진정한 쇄신과 개혁이 가능할지는 불투명하다. 

범친윤(친윤석열)계로 평가되는 송언석 원내대표가 전당대회 개최를 위해 ‘셀프 지명’을 통해 비대위원장에 올랐기 때문이다. 송 원내대표이 비대위원장 겸직 시 ‘혁신위원회’를 구성해 개혁에 나서겠다고 공언했지만, 김 비대위원장은 ‘혁신위’도 사실상 유야무야 표류하게 될 가능성을 거론했다.

◇ 김용태, 당내 기득권인 ‘친윤’ 정조준

김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퇴임 기자회견을 열고 49일간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하며 느낀 소회와 ‘보수 재건’을 위한 제언을 밝혔다. 그는 “대선 패배 후 지도부와 함께 동반 사퇴하지 않고 개혁 요구를 해온 것은 우리가 처한 상황이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선거 패배 후 혁신을 내거는 모습으로 넘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지금 보수야당이 아무리 맞는 말을 해도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윤석열 정권의 유산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일침했다. 탄핵 국면에서 친윤계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잘못됐다’면서도 더불어민주당의 의회 폭거로 인해 어쩔 수 없었다는 ‘계몽령’ 등을 내세우며 우회적으로 옹호한 바 있다. 

앞서 김 비대위원장은 대선 직후 당내 기득권인 친윤(친윤석열)계를 정조준한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와 ‘후보교체 사건 당무감사’ 등 5대 개혁안을 내놓았다. 전 정권의 유산과 단절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이런 개혁안은 당내 ‘계파 갈등’의 진원지가 됐다. 107명 국민의힘 의원 중 과반 이상인 60인이 범친윤계로 평가받는 송언석 의원을 신임 원내대표로 선택하면서 기득권을 쥔 친윤계의 기조가 그대로 유지됐기 때문이다. 비대위원의 총사퇴로 의결권이 없는 김 비대위원장의 ‘개혁’ 요구는 공허한 메아리로 남게 됐다. 

김 비대위원장은 “많은 의원과 당원분들이 이러한 개혁의 방향에 동의했지만, 정작 당의 의사결정에는 가까이 가지도 못했다”며 “당의 존립과 개혁의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 전 당원 투표를 주장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당의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 속에서 개혁을 향한 전 당원투표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것은 매우 안타깝고 위태로운 상황”이라며 “이 당에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있는 깊은 기득권 구조가 있다면, 그리고 그 기득권이 당의 몰락을 가져왔으면서도 근본적 변화를 가로막고 있다면, 국민의힘에 더 이상의 미래는 없다”고 일침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모두 발언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송 원내대표가)혁신위를 핑계로 개혁을 유야무야 넘기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혁신위의 방향에 대해서는 존중하지만 혁신위 설치 전례에 비춰보면 성공적인 업적을 달성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불법 계엄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혁신이 있어야 국민에게 다시 사랑받을 수 있다. 혁신위로 뭔가 할 수 있다는 것은 안일한 생각이 아닌가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선 이후 국민의힘의 실질적인 혁신 움직임을 점수로 매기면 몇 점이냐’는 질문에 “0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이는 김 비대위원장이 요구한 5대 개혁안을 비롯해 ‘당원 여론조사’를 통해 개혁안의 찬반을 묻자는 요구도 현재 원내 지도부에 의해 묵살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는 당원 여론조사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대해 “개인적으로 추측하기에 5대 개혁안이 당원들의 찬성이 높을 것이라고 생각하셨을 것”이라며 “당원 여론조사에서 (5대 개혁안)찬성 여론이 높게 된다면 마치 의총이 (당원들의 의견을) 가로막은 것처럼 보여서 많은 의원들이 당원 여론조사를 반대한 것이 아닌가 한다”고 부연했다. 

30일 오후 12시 30분경 서울에 거주하는 국민의힘 한 책임당원이 뙤약볕에도 1인 시위에 나선 모습. 피켓에는 "변화없는 국민의힘 국민이 외면한다!"며 "대선 패배 책임자 OUT, 지금 당장 쇄신하라!"라고 적혀 있다. /손지연 기자
30일 오후 12시 30분경 서울에 거주하는 국민의힘 한 책임당원이 뙤약볕에도 1인 시위에 나선 모습. 피켓에는 "변화없는 국민의힘 국민이 외면한다!"며 "대선 패배 책임자 OUT, 지금 당장 쇄신하라!"라고 적혀 있다. /손지연 기자

김 비대위원장의 퇴임 기자회견이 끝난 후 국회의사당 앞에서는 국민의힘 책임당원들이 ‘5대 개혁안’을 수용하라는 취지의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시사위크>는 이날 오후 12시 30분경 국회의사당 1번 출구 앞에 “변화없는 국민의힘 국민이 외면한다! 대선 패배 책임자 OUT! 지금 당장 쇄신하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1인 시위에 나선 시민을 만났다. 

서울에 거주하는 60대 여성이라고 밝힌 시민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1시간씩 돌아가며 릴레이로 시위에 나섰다고 밝혔다. 피켓을 보고 ‘당의 쇄신이 어떻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냐’고 묻자 “국민의힘이 다들 알다시피 탄핵을 반대했고 계엄을 옹호했던 자들이 앞장서 지도부를 하고 있다. 친윤계 원내 지도부가 물러나는 게 우선”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용태 개혁안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친윤계 60명이 콧방퀴도 안 뀌고 있다”며 “송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겸임한다는 것도 당원들의 말을 전혀 귀담아듣지 않고 있는 것이다. 자기들 이권만 앞세워 쇄신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맹폭했다. 

이런 비판에도 송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 ‘셀프 지명’ 절차를 거쳐 새 비대위원장으로 추인됐다. 송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김 비대위원장의 임기가 마무리됐다”며 “내일은 새로운 비대위워장으로 원내대표인 제가 비대위원장을 맡아서 내일 전국위원회와 상임 전국위원회를 통해 비대위를 구성하겠다”고 했다. 

이어 “이번 비대위는 전당대회를 위한 한시적인 당 의사 결정 기구라 활동에 제약이 있다”며 “의원들도 모든 분들이 사실상 반대의견이 없었다. 많은 의원들이 공감해 주셨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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