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그루의 거목과 하나의 새싹, 그 사이에서 들풀 최원빈이 자란다 “주눅 들지 않는 게 목표입니다!” [MD더발리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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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 응한 최원빈./수원=김희수 기자

[마이데일리 더발리볼 = 수원 김희수 기자] 거목처럼 강인하지도 않고, 새싹처럼 보살핌 받지도 못한다. 하지만 들풀처럼 꿋꿋하다.

최원빈은 2023시즌과 2024시즌 동안 대학부 최고의 세터였다. 센스 있는 경기 운영과 강력한 서브, 심지어 전위에서의 공격력까지 갖춘 자원으로 많은 프로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2024-2025 V-리그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7순위로 대한항공의 부름을 받았다.

V-리그를 호령하는 강팀 대한항공은 많은 선수들에게 꿈의 팀이지만, 세터들에게는 조금 이야기가 다르다. 한선수와 유광우라는 V-리그 세터계의 두 거목이 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원빈의 경우 만만치 않은 경쟁자까지 한 명이 더해졌다. 바로 본인보다 앞선 1라운드 1순위로 대한항공에 합류한 고졸 세터 김관우였다. 고1 때부터 엄청난 관심을 받으며 특급 유망주로 인정받은 김관우는 그야말로 모두의 관심과 보살핌을 독차지하는 새싹이었다.

그렇게 최원빈은 대학 때의 화려한 퍼포먼스와 높은 기대치를 뒤로 하고 조금은 쓸쓸한 프로 1년차 시즌을 마쳤다. 2024-2025시즌 동안 총 2경기‧5세트 출전에 그쳤다. 그런 그에게 7월 16일부터 독일 라인-루르에서 열리는 2025 라인-루르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는 기회의 장이다. 류중탁 감독-김대현 코치가 이끄는 남자배구 유니버시아드 대표팀에 선발된 최원빈은 팀의 호성적과 개인의 반등을 위해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27일 수원 경기대 체육관에서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되기 전 <더발리볼>과 만난 최원빈은 “일단 재밌다. 대표팀 멤버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다 알고 지냈던 얼굴들이다. 이 친구들과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큰 대회에 나간다는 것에 대한 자랑스러움도 느낀다”며 밝은 표정으로 대표팀의 부름을 받은 소감을 먼저 밝혔다.

가볍게 몸을 푸는 최원빈(좌측 세 번째)./수원=김희수 기자

지금 최원빈이 가장 집중하고 있는 부분은 새롭게 뭉친 동료들과의 호흡 조율이다. 그는 “각자 소속팀에서 해오던 훈련 스타일이나 플레이가 다 다르다. 특히 나는 세터라서 공격수들의 볼 높이와 스피드를 맞춰주는 것이 핵심이다. 그래서 이런 부분을 조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서브 감각을 찾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는 중”이라고 훈련 포인트를 소개했다.

훈련이 진행 중인 경기대 체육관은 최원빈에게 고향이나 다름없는 곳이다. 이곳에서 4년 동안 구슬땀을 흘리며 대학부 최고의 세터로 거듭났고, 그 덕에 V-리그 입성의 꿈도 이룰 수 있었다. 최원빈은 “경기대에서 훈련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옛날 생각을 하면서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겠다는 기대가 생겼다. 여기는 좋았던 기억도, 힘들었던 기억도 많은 곳인데 졸업하고 다시 돌아오니 힘들었던 기억은 별로 떠오르지 않는다(웃음). 좋았던 것들 위주로 생각난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비록 경기대 체육관을 떠났지만, 여전히 후배들의 경기도 챙겨보고 있는 선배 최원빈이다. 그는 “오늘(27일) 1차 연맹전 경기에서 한양대한테 졌더라(웃음). U-리그에서는 연승하면서 잘하고 있던데, 평가전에서도 성균관대 상대로 어려운 경기를 했다고 들었다. 다들 잘됐으면 좋겠다. 특히 동생들이 당장의 경쟁력에만 집착하기보다는 더 먼 미래를 보면서 자신의 역량을 갈고 닦았으면 좋겠다. 미래를 준비할 필요성을 스스로 느끼지 못하면 좀 어렵다. 남이 하는 말을 듣는 걸로는 부족하다”며 후배들을 향한 응원과 당부를 함께 전했다.

최원빈은 아쉬움 가득했던 V-리그에서의 1년차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다. 그는 “프로 데뷔 첫 서브(1R 현대캐피탈전)가 득점이 됐다. 근데 오히려 첫 서브가 너무 잘 들어가니까 그 이후에는 ‘계속 잘 쳐야 하는데’ 하는 부담이 생겼다. 아니나 다를까 그 다음 서브가 네트에 박혔고, 그 다음부터는 군에서 돌아온 형들이 합류하면서 엔트리에 들기도 어려웠다”고 고충을 밝혔다.

2024-2025시즌 1라운드 현대캐피탈전에서 서브를 구사하는 최원빈./KOVO

최원빈은 솔직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는 “그 시기에 자존감이 바닥을 쳤다. 좀 힘들었다. 그래서 자존감을 끌어올리기 위해 경기대 시절 경기를 돌려봤다. 보면서 ‘나 이렇게 잘했구나, 자신감도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계속해서 자존감을 회복하고 있는 과정”이라며 나름의 방식으로 정신력을 회복하고 있음을 알렸다.

최원빈이 경기에 나서기 어려운 이유는 상술했듯 걸출한 경쟁자들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선수와 유광우라는 거목도, 엄청난 기대를 받는 새싹 김관우도 최원빈에게는 동료임과 동시에 경쟁자다. 그러나 최원빈은 좌절하지 않는다. 거목과 새싹 사이에서 끈질긴 생명력을 갖춘 들풀처럼 뿌리를 내리고 자라나려고 한다.

최원빈은 “두 형들은 한국 최고의 세터지 않나. 배울 점이 정말 많다. 밖에서 보면서도 경이로움을 느낀다. 형들의 플레이를 내 걸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만 한다. (김)관우같은 경우 예전부터 정말 주목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내 존재감이 덜 드러나는 건 사실이다. 관우가 받는 관심과 기대를 나도 똑같이 받으려면 묵묵히 내 것을 하고 있다가 기회가 왔을 때 잘 잡아야 할 것이다. 앞으로도 관우와는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동료이자 라이벌로 나아가고 싶다”며 의지를 다졌다.

그런 그에게 이번 유니버시아드는 중요한 하나의 계기가 돼야 한다. 좋은 활약을 펼친다면 다가오는 시즌까지 긍정적인 에너지를 이어갈 수 있다. 최원빈은 “일단 이번 대회에서 첫 번째로 생각하는 부분은 서브다. 서브 감각을 끌어올려두면 소속팀으로 돌아가서도 잘 써먹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대한항공이 잘 활용하는 더블 스위치 상황에서 내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 다음은 세 자리 사이드 아웃을 만드는 것에 주력할 생각”이라며 이번 대회는 물론 그 이후의 미래까지 바라보며 무기를 갈고 닦고 있음을 알렸다.

끝으로 최원빈은 이번 대회와 다가오는 시즌에서의 목표를 밝혔다. 그는 “주눅 들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기회가 올 것이고, 그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며 다시 예전처럼 자신 있는 배구를 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들풀은 화려하진 않지만 그 생명력 하나만큼은 질기다. 거목이 그늘을 드리워도, 새싹이 보살핌을 독차지해도 들풀은 자라난다. 최원빈의 배구도 그렇게 성장할 수 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최대의 양분인 자신감을 회복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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