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로 향하는 혁명가, 그는 한국 남자배구의 선봉장을 기다린다 “누가 제2의 김연경이 돼보겠나?” [MD더발리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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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옉트 바르샤바의 감독이 된 토미 틸리카이넨./프로옉트 바르샤바 공식 홈페이지

[마이데일리 더발리볼 = 김희수 기자] 토미 틸리카이넨의 새로운 도전지는 폴란드다.

대한항공의 통합 4연패를 이끌었던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의 새로운 행선지가 결정됐다. 폴란드 플러스리가 소속 팀 프로옉트 바르샤바는 24일 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토미 틸리카이넨이 프로옉트 바르샤바의 새로운 감독으로 부임했다. 25세의 나이에 코칭스태프 커리어를 시작한 틸리카이넨 감독은 많은 최고 수준의 해외 리그에서 경험을 쌓아왔다. 바르샤바는 핀란드 출신 감독이 이끄는 첫 번째 플러스리가 팀이 될 것”이라며 틸리카이넨 감독의 부임 소식을 전했다.

대한항공에 새로운 배구를 정착시키기 위한 혁명가를 자처했던 틸리카이넨 감독이다. 주관이 뚜렷한 선수단 활용과 센스를 기반으로 한 도전적인 배구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다. 너무 강한 색채로 인해 많은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지만, 재임 기간 동안 챔피언결정전 우승 3회, 준우승 1회‧정규리그 1위 3회‧컵대회 우승 1회라는 금자탑을 쌓아올렸다.

<더발리볼>과 연락이 닿은 틸리카이넨 감독은 본격적인 팀 합류 전 몰디브에 머물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는 “한국에서의 시간을 마친 이후, 플러스리가 진출은 나의 확실한 목표였다. 바르샤바는 내 배구 모험의 다음 목표를 달성할 완벽한 목적지였다”며 바르샤바행을 결정한 이유를 먼저 밝혔다.

틸리카이넨 감독의 바르샤바 합류 시점은 7월 말로 예상된다. 그는 “폴란드 팀들의 시즌 준비는 8월 초에 시작된다. 나는 바르샤바에 7월 말쯤 들어갈 예정이다. 아마 환경에 적응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부터가 업무의 시작일 것이다. 이후에는 내가 믿는 스타일과 문화를 팀에 정착시키는 과정이 있을 것”이라고 대략적인 계획을 소개했다.

대한항공 시절의 토미 틸리카이넨./KOVO

바르샤바는 제법 탄탄한 전력을 갖춘 팀이다. 지난 시즌 리그와 컵대회에서 모두 3위를 차지했고, 유럽배구연맹(CEV) 챔피언스리그에서도 5위를 기록했다. 선수들의 면면도 훌륭하다. 세계 최고의 미들블로커 야쿱 코하노프스키를 필두로 바르토즈 베드노르시‧카롤 클로스 같은 자국 스타들이 즐비하고, 케빈 틸리(프랑스)‧리누스 베버(독일) 같은 좋은 외국인 선수들도 보유했다.

틸리카이넨 감독 역시 선수단에 만족하고 있었다. 그는 “우리 팀에는 정말 좋은 선수들이 많다. 감독의 임무는 모든 선수들이 시작점과는 상관없이 더 좋은 선수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부디 내가 가진 영감들이 우리 팀과 선수들을 더 높은 곳으로 이끌 수 있길 바란다”며 선수단과 함께할 시간을 기대했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늘 자신의 배구를 ‘호기심 배구’라는 표현으로 소개했다. 스피드와 공간 활용을 기반으로 선수들의 판단력과 센스를 극한으로 요구하지만, 그만큼 결과 값은 화려한 배구를 추구했다. 그는 “배구라는 종목 안에서 내가 높게 평가하고 있는 몇몇 가치는 그대로 유지될 거다. 물론 팀의 로스터에 따라서 언제나 약간의 변화는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봤을 때 나는 이 게임의 미래는 여전히 스피드와 공간 활용, 새로운 볼 컨트롤 스킬의 확보, 좋은 요소들을 활용한 새로운 패턴의 개발에 있다고 믿는다”며 ‘호기심 배구’는 폴란드에서도 계속될 것임을 암시했다.

틸리카이넨 감독과 두 시즌 간 함께한 월드 베스트 리베로 출신의 블레어 벤 코치 역시 바르샤바에 함께 합류한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우리는 더 좋은 레벨의 배구를 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에 관해 강한 유대를 맺고 있다. 그래서 블레어와 함께 바르샤바로 향하는 것은 정말 중요했다. 블레어가 좋은 감독으로서 독립할 수 있게 되기 전까지는, 몇 년간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팀으로 나아갈 수 있길 바란다”고 블레어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줬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대한항공 시절 비시즌 기간 동안 핀란드 대표팀과 일본 SV.리그 팀 등 해외 팀들과의 적극적인 교류를 시도했다. 그에게 바르샤바와 V-리그 팀 간의 교류전이나 합동훈련도 가능할지 묻자 그는 “만약 가능성만 있다면 나는 그것에 대해 매우 열린 자세로 논의할 것이다. 대한항공에 있을 때도 해외 팀들의 원정캠프나 그들과의 교류전을 통해 정말 좋은 경험들을 할 수 있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V-리그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 김에, 틸리카이넨 감독에게 V-리그 선수들의 폴란드 진출 가능성에 대해서도 물었다. 그러자 그는 “나는 많은 한국 선수들이 해외로 나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자기 자신을 뛰어넘는 도전을 해보길 바란다. 그 도전에 나설 수 있는 배구 실력을 갖춘 선수들은 충분히 많다”는 대답을 먼저 내놨다.

덧붙여 틸리카이넨 감독은 “결국 누가 그 선봉에 설 것인가의 문제가 될 거다. 여자배구의 선봉장은 김연경이었다. 남자배구에서는 누가 선봉에 설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도 말했다. 선봉장으로 나설만한 선수로 틸리카이넨 감독에게 그의 제자이자 V-리그 대표 공수겸장인 정지석의 이름을 던져보자, 틸리카이넨 감독은 “만약 정지석이 그 도전을 원한다면 난 당연히 그를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화답하기도 했다.

정지석과 대화하는 틸리카이넨 감독./KOVO

끝으로 틸리카이넨 감독은 한국의 팬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그는 “인생이 그렇듯, 배구에도 좋은 날과 그렇지 못한 날이 있다. 그러니 대표팀을 향한 애정과 응원을 좋을 때나, 힘들 때나 계속 보내주셨으면 한다. 그간 함께 했던 모든 시간들에 감사드린다. 우리가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이 있을 거라 믿는다. 만약 해외 리그를 즐겨보고 싶다면, 바르샤바가 당신을 즐겁게 해줄 거라 확신한다”며 애정 어린 당부와 함께 새로운 팀에 대한 가벼운 어필까지 남겼다.

토미 틸리카이넨의 호기심은 그를 새로운 목적지 폴란드로 이끌었다. 배구 강국 폴란드에서도 그의 배구는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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