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황효원 기자] 미국이 이란 핵 시설을 겨냥한 공습을 전격 단행하면서 이란과 이스라엘 간 분쟁이 확전 양상을 띄자 국내 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중동발 석유 공급 차질로 유가와 운임 상승이 우려되며 최악의 시나리오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현실화할 경우 무역, 물류 등 산업 전반에 파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이란의 핵 시설의 심장부로 불리는 포르도를 비롯해 나탄즈, 이스파한 등 3개 핵 시설에 대한 공격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밝혔다.
중동 지역은 세계 최대 원유 매장지역이자 세계 원유 생산량의 31%가량을 차지하는 만큼 국내 정유·석유화학업계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관련 유가도 치솟고 있다. 13일 기준 배럴당 74.23달러였던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20일 기준 76.84달러로 올랐고, 브렌트유 선물 가격도 같은 기간 74.23달러에서 77.01달러로 뛰었다.
미국의 군사력이 중동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선제 공급으로 시작된 두 나라 간의 분쟁이 중동 내 미군 기지에 대한 이란의 보복 공격 등으로 확전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간 이란은 국제사회 제재 등에 처할 때마다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위협용 카드를 꺼내들었던 만큼 이날 미국의 공습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장기적인 불확실성이 장기적인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해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원유량은 하루 평균 2000만배럴로 이는 전 세계 원유 소비량의 약 20%에 달한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의 35%, 액화천연가스(LNG)의 33%가 통과하는 곳으로 한국으로 오는 중동산 원유의 99%가 이곳을 통과한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현실화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가상승은 수출은 물론 내수까지 한국 경제 전반에 찬물을 끼얹을 수밖에 없다. 물류비와 원자재 가격이 오르며 수입 물가 전반을 끌어올리고, 이는 곧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반영돼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게 된다.

유가가 치솟을 경우 달러로 원유를 사서 들여오는 정유업계의 비용 부담이 증가한다. 특히 석유화학 기업의 경우 경기 침체 여파에 따른 제품 수요 둔화와 함께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마진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전 세계적인 경기 불황과 석유화학 제품의 수요 둔화 국면에서 유가 상승이라는 삼중고에 직면하게 된다. 중동지역을 거쳐 가는 운송업계도 직간접적인 악영향이 예상된다. 국내 선사들은 이스라엘이나 이란에 직접 기착하지는 않지만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될 경우를 대비해 우회 노선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전을 수출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도 타격이 예상된다. 특히 이들 기업은 미국의 철강 고율 관세와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이라는 이중 악재에 직면한 셈이다.
가전제품은 부피가 크고 항공 운송이 어려워 대부분 해상 운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현재 해상운임은 이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 기준 지난달 초 1300선에서 이달 2000선까지 급등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미 지난해 해상운임 급등 여파로 직격탄을 맞은 바 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물류비는 2조96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9% 증가했고 LG전자 역시 3조1109억 원으로 16.7% 증가했다. LG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3% 급감한 것도 해상운임 급등 때문으로 분석됐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해상 운임료 상승에 따른 가전업계의 비용 부담을 부추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비용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제품 가격을 올린다면 수요가 더 위축될 수 있어 가전업계의 고심이 깊어지는 이유다.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가시화 되면서 정부는 관계기관 합동으로 향후 중동 사태 전개 양상과 금융·에너지·수출입·해운물류 등 부문별 동향 24시간 모니터링 강화에 나선다.
정부는 23일 이형일 기획재정부 장관 직무대행 1차관 주재로 연이틀 관계기관 긴급 회의를 열고 중동사태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국제에너지 시장 수급 상황에 대한 면밀한 점검과 함께, 석유류 가격이 과도하게 상승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까지 국내 원유 및 액화천연가스(LNG) 도입에는 차질이 발생하지 않았으며, 중동 해역을 항해 중인 한국 선박 31척도 정상적으로 운항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중동 정세 불안이 향후 실물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을 감안해 관계기관 합동 비상대응반을 중심으로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유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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