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보스턴 레드삭스의 '간판타자'였던 라파엘 데버스(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한 후폭풍이 거센 듯하다.
도미니카공화국의 'z101디지털'의 헥터 고메즈는 17일(이하 한국시각) 보스턴의 '전설' 데이비드 오티스와 매니 라미레즈와 인터뷰를 전했다. 같은 트레이드를 두고 두 레전드의 시선은 완전히 엇갈리는 듯하다.
보스턴과 샌프란시스코는 지난 16일 초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미국 복수 언론들이 '블록버스터 트레이드'라고 표현할 만했다. 보스턴은 그동안 '간판타자'로 활약했던 라파엘 데버스를 샌프란시스코로 보내는 대가로 발과 불펜이 모두 가능한 조던 힉스와 '특급유망주' 출신의 카일 해리슨, 2023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더 제임스 팁스 3세, 우완 투수 호세 베요를 받아오기로 결정했다.
데버스는 2017년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데뷔해 세 번의 올스타(2021, 2022, 2024)와 두 번의 실버슬러거(2021, 2023)를 수상, 2018년에는 월드시리즈(WS) 우승 트로피까지 들어올리는 등 보스턴에서는 9시즌 동안 1053경기에 출전해 1136안타 215홈런 696타점 663득점 타율 0.279 OPS 0.859라는 엄청난 성적을 남겼다. 그리고 2023시즌에 앞서서는 11년 3억 1500만 달러(약 4295억원)의 초대형 연장계약까지 맺은 선수다.
이런 데버스가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된 가장 큰 배경은 포지션 이동을 둘러싼 보스턴과의 불화 때문이다. 보스턴은 올 시즌에 앞서 3년 1억 2000만 달러(약 1635억원)의 계약을 통해 3루수 알렉스 브레그먼을 영입했다. '주전 3루수' 데버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브레그먼을 품에 안게 되자, 보스턴 내부적으로는 '교통정리'가 필요했다. 이에 보스턴이 데버스에게 올해부터는 지명타자 역할을 맡아달라고 요구했다.
여기서 데버스가 1차적으로 화가 났다. 데버스는 현지 언론들과 인터뷰를 통해 보스턴의 행보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그래도 데버스는 자존심을 굽혔고, 브레그먼에게 3루 자리를 내준 뒤 자신은 지명타자로 포지션을 옮겼다. 그런데 또 문제가 발생했다. '특급유망주' 출신의 트리스탄 카사스가 무릎 부상으로 시즌 아웃이 되자, 이번엔 보스턴이 데버스에게 1루수로 포지션을 바꿔달라고 했다. 여기서 데버스의 분노가 대폭발했다.


당시 데버스는 "나는 내가 야구선수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모든 포지션을 다 뛸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스프링캠프에서 구단은 내게 글러브를 넣어두라고 했다. 지명타자 외에는 다른 포지션을 맡지 않을 것이라고. 그런데 지금 와서 다른 포지션을 해달라는 것은 적절한 결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크레이드 브레슬로우 단장을 향해선 "내게 무슨 불만이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이후 데버스와 보스턴의 갈등은 매듭이 지어지는 듯했는데, 지난 16일 보스턴이 데버스를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하면서, 논란이 다시 증폭됐다. 이를 두고 현지 언론에서는 비판이 쏟아졌다. '디 애슬레틱'의 켄 로젠탈은 "굳이 이 타이밍에 일을 벌였어야 했나. 보스턴은 지금 당장 데버스를 떠나보내고 싶었던 모양"이라며 "보스턴이 제 얼굴에 침을 뱉은 셈일 수도 있다"고 직격했다.
보스턴 지역지 '매스라이브 닷컴'도 "가장 잘 나가던 순간, 데버스의 트레이드는 충격적이었다. 팬들은 충격에 빠졌다. 보스턴은 현재 포스트시즌 경쟁 중이다. 그런 상황에서 팀의 최고 선수를, 당장 전력을 약화시키는 의문스러운 행동을 했다. 결국 또 한 명의 스타가 보스턴을 떠났다. 이유는 매번 달랐지만, 결말은 늘 씁쓸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가운데 보스턴의 '전설'들이 다른 견해를 내놓았다. 보스턴에서만 14시즌을 뛰며 632개의 홈런을 터뜨리는 2022년 77.9%의 득표율로 명예의 전당에 입성, 34번의 등번호가 보스턴에서 영구결번으로 지정된 데이비드 오티스는 "야구 선수 중에는 자신들이 야구보다 더 큰 존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야구는 100년이 넘은 스포츠다. 대체 어떤 회사가 네게 3억 달러를 주면서 마음대로 하라고 하겠나"라고 데버스에게 일침을 놓았다.
이어 오티스는 "나한테 '뛰어'라고 하면 난 뛰었고, '굴러'라고 하면 굴렀다. 그래서 내가 명예의 전당에 들어갔고, 보스턴 팬들이 나를 사랑하는 것이다. 왜냐, 나는 직원이었다. 이건 비즈니스다. 네 집이 아니다.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 아니다. 사람들이 진심으로 싸우고, 존중해야 하는 사업이다. 데버스는 보스턴 프랜차이즈의 얼굴이 될 수 있었다"며 "내가 데버스에게 조언을 하기 위해 얼마나 연락했는지 상상도 못할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데버스는 소통에 문제가 있다. 내 메시지에 거의 답장을 하지 않았다. 소통 능력을 개선할 필요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하지만 보스턴에서 8시즌 동안 274개의 홈을 치는 등 메이저리그 통산 19시즌 동안 555홈런을 터뜨린 매니 라미레즈의 생각을 조금 달랐다. 라미레즈는 "데버스는 보스턴에게 모욕을 당했다. 이건 자존심과 자아의 문제가 아니다. 팀이 그를 제대로 존중하거나, 소통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로저) 클레멘스한테는 절대 그렇게 안 했을 것이라 확신한다. 양키스가 애런 저지에게 '너는 이제부터 포수야'라고 말하는 건 상상할 수도 없다"고 오히려 데버스를 감쌌다.
워낙 논란이 큰 트레이드가 이뤄진 만큼 이를 두고 메이저리그에서도 시선이 엇갈리는 모양새. 한동안 데버스의 트레이드를 둘러싸고 수많은 설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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