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쓰린' 이차전지 투자자…'허니문 랠리'에 혼자 뒷걸음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국내증시가 새 정부 출범 이후 '허니문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차전지주 투자자들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기차 규제 강화 기조와 글로벌 투자은행의 부정적 업황 전망이 발목을 잡으면서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 거래일인 지난 16일 'KRX 2차전지 TOP 10 지수'는 전장 2411.26 대비 32.52p 떨어진 2378.74에 마감했다. 이는 수익률 기준 거래소가 산출하는 34개 테마형 지수 중에서도 최하위 수준이다.

특히 올해로 넓혀보면 더욱 처참하다. 'KRX 2차전지 TOP 10 지수'는 올해 초(2936.11) 대비 18.98% 빠지면서 수익률 꼴찌를 기록했다.

이 기간 지수 구성 종목별로 수익률을 살펴보면 에코프로머티(450080)가 35.7% 하락하며 낙폭이 가장 컸다. 

뒤를 이어 △삼성SDI(006400) -31.8% △에코프로(086520) -26.8% △에코프로비엠(247540) -18.3% △LG화학(051910) -17.8% △SK이노베이션(096770) -17.6% △포스코퓨처엠(003670) -16.6% △LG에너지솔루션(373220) -15.8% △SKC(011790) -14% 순으로 낙폭을 시현했다. POSCO홀딩스(2.2%)만이 플러스 수익률을 보였다.

이차전지주는 새 정부의 증시부양책 기대감에도 반등을 못하고 있다. 대선 과정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K배터리 산업은 미래 산업을 움직이는 핵심 동력"이라며 "전기차 수요 둔화와 외국산 저가 배터리 공세로 수익성이 악화해 산업이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K이니셔티브의 중심축으로 K배터리 산업을 육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생산세액공제와 투자세액공제의 이월·적용 기준 조정도 검토 중이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상 적자 기업은 세제 혜택을 받기 어려운 구조로, 초기 투자가 큰 배터리 업종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주가는 꿈쩍 않고 있다. 이는 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조기 폐지 추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현지 시간으로 지난달 12일 미국 하원 세입위원회는 IRA의 전기차 세액공제를 오는 2027년 폐지하는 세제 법안을 공개했다.

IRA는 최종 조립이 북미에서 이뤄지고 핵심 광물 및 배터리 요건을 충족한 전기차를 구매할 경우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법안이다. IRA 폐지가 현실화된다면 세액공제를 받던 한국 업체들의 피해는 불가피하다.

정경희 LS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 국내 이차전지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는 231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는데, 세액공제 7379억원을 제외할 경우 영업손실은 7610억원에 달하게 된다"고 짚었다.

권준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IRA 관련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으로 하반기에도 실적 변동성이 클 것"이라며 "주가의 추세적인 반등은 어렵다"고 말했다.

여기에 글로벌 투자은행(IB)이 한국 이차전지 업황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으면서, 투자심리도 얼어붙었다. 지난 8일 글로벌 IB 골드만삭스는 한국 이차전지 업황이 전반적인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평가했다. 

유럽 시장에서는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수입이 급증하고 있고, 미국 시장에서는 전체 전기차 시장 규모(TAM)가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증권사들 역시 이차전지 관련주에 대한 눈높이를 낮췄다. 이달 들어 한화투자증권, iM증권, 미래에셋증권이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목표주가를 하향했고, 삼성SDI에 대해서도 삼성증권 등 3개 증권사가 목표가를 낮췄다.

정원석 아이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 법안인 예상조정법안(OBBBA)이 하반기부터 시행될 경우 북미 전기차 판매량의 중장기 전망치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며 대기자위원회(CARB)의 배출가스 규제 재량권 철회 시 오는 2026년부터 북미 전기차 판매량 성장세는 예상보다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이어 "유럽 전기차 배터리 시장 내 국내 업체들의 점유율 하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북미 전기차 판매 전망치가 하향 조정될 경우 국내 이차전지 업종의 실적 컨센서스가 추가로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절대적인 실적의 바닥 구간은 지나고 있으나, 중장기 실적 전망치는 여전히 하향 조정 중"이라며 "국내 배터리 업종의 주가 조정도 이어졌지만, 실적 추정치 하향에 따라 밸류에이션 부담도 여전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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