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극우 성향의 교육 단체 ‘리박스쿨’이 서울 지역 초등학교 10곳의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프로그램은 즉시 중단됐으며,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은 전국 단위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초등 늘봄학교는 정규 수업 이후 돌봄과 교육을 제공하는 정책으로, 지난 2024년 2학기부터 초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시범 시행됐다. 높은 참여율을 기록하며 학생 약 29만 명(참여율 83%)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바 있다.
문제가 된 리박스쿨은 늘봄학교 교육 시간에 과학·예술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서울교육대학교와 이 단체가 업무협약을 맺고 서울 시내 10개 초등학교에 강사와 콘텐츠를 공급해 왔다. 리박스쿨은 평소 뉴라이트 계열의 역사관을 기반으로 교육 활동을 이어온 것으로 밝혀졌다. 논란이 된 뉴라이트 계열 역사관은 친일 행위와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독재를 미화하는 경향을 보여, 교육계와 학부모 사이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교육대학교는 언론 보도 이후 해당 단체와의 협약을 해지하고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대학 관계자는 “역사 왜곡 등 내용상 문제는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교육부 역시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한 사례나 학부모 민원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라고 밝혔으나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계기로, 민간단체에 위탁한 늘봄학교 프로그램이 실제로 어떻게 운영되는지 실태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31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늘봄학교가 민간 위탁 구조로 운영돼 강사 검증이 부실하다고 수차례 경고해 왔다”며, “교육부가 이 경고를 외면한 결과 극우 정치 세력이 초등교실에 침투하는 통로를 방조하게 됐다”라고 비판했다. 초등교사노동조합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교육의 본질을 훼손하며 학교 밖 교원 기본시민권을 막는 리박스쿨을 규탄한다”라고 밝혔다. 서울교사노조도 리박스쿨 강사에 대한 전수조사와 늘봄학교 자격기준 재정비를 촉구했다.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A씨는 “과학과 미술 수업이라 정치 성향이나 역사관이 드러날 일이 없었다고 하지만 그리 간단하지 않다”라며 “어떤 단체가 만든 프로그램인지 알고 나니 두려웠고, 검증도 되지 않은 곳에서 아이들의 방과 후 시간을 책임진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리박스쿨은 자체적으로 자격증을 발급해 강사를 양성하고 공교육 현장에 투입하기도 했다. 이 단체와 연계된 한국교육컨설팅연구원은 ‘초등늘봄교육지도사’ ‘창의적체험활동지도사’ 등 자격증 17종을 운영 중이다. 리박스쿨 출신 강사들이 이러한 자격증을 제시해 늘봄학교에서 학생을 만나게 되면서, 교육당국이 강사 검증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한편 리박스쿨은 댓글 여론 조작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늘봄 강사 자격증을 미끼로 특정 정치 성향에 유리한 댓글 작업을 조직적으로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경찰은 대표의 출국을 금지하고 사무실 압수수색을 하는 등 수사를 확대 중이다.
시도교육청들은 일제히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교육부는 17개 시도교육청과 함께 전국 단위 전수조사에 돌입했으며, 현재까지 충북·경남교육청은 프로그램과 강사 모두 리박스쿨 관련 이력이 없다고 밝혔고, 강원도교육청에서는 리박스쿨 출신 강사 1명이 활동한 사실이 확인됐다.
논란의 중심에 선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는 지난 11일, 법률대리인 김소연 변호사의 페이스북을 통해 “관련 활동을 영구히 접겠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손 대표는 “우파 시민 활동으로 시작한 일이 조직적 범죄 행위로 비쳐진 만큼 어떤 책임도 피하지 않겠다”라며 “늘봄학교 프로그램에서 정치적 발언은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저는 리박스쿨 관련 활동을 완전히 종료하고 조용한 시민으로 살아가겠다”라며 “향후 경찰 수사에 성실히 협조하겠다”라고 덧붙였다.
늘봄학교 프로그램은 내년부터 전 학년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교육계에서는 민간 위탁 중심의 늘봄 프로그램 운영 방식 전반에 대한 재점검과 강사 검증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모가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교육 당국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늘봄학교 시스템을 철저히 점검하고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할 것이다.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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