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광주 김경현 기자] "올해는 제 공을 믿고 던진다. 그것 때문에 스피드가 올라가지 않았을까"
삼성 라이온즈 좌완 투수 이승민의 활약이 남다르다. 1년 만에 구속이 4.3km/h가 증가했다. 이승민은 비결 중의 하나로 '자신감'을 언급했다.
2000년생인 이승민은 본리초-경상중-대구고를 졸업하고 2020 신인 드래프트 2차 4라운드 35순위로 삼성의 지명을 받았다. 꾸준히 1군에 얼굴을 비쳤지만 자리를 잡지 못했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45경기에 출전해 3승 11패 평균자책점 7.85에 그쳤다. 지난해 성적은 25경기 1승 4패 평균자책점 8.56.
올해 완전히 달라졌다. 18경기서 1승 무패 평균자책점 2.86이다. 부상으로 뒤늦게 시즌을 시작했다. 4월 평균자책점 5.14로 흔들렸지만, 2월 2.19로 반등에 성공했다. 6월 3경기 2⅔이닝을 소화하며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지난 5월 17일 롯데전 아웃 없이 1피안타 2볼넷 1실점으로 부진했지만, 이후 6경기 연속 무실점을 달리고 있다.
구속 증가가 가장 눈에 띈다.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지난 시즌 이승민의 평균 구속은 137.7km/h였다. 올해는 142.0km/h로 무려 4.3km/h가 증가했다. KBO는 올 시즌 공식 구속 측정 장비를 '트랙맨'으로 일원화했다. 작년까지 라이온즈 파크는 유독 구속이 느리게 측정되기로 유명했다. 이 점을 감안하더라도 '평균' 4.3km/h는 엄청난 차이다.


'마이데일리'와 만난 이승민은 "매년 구속을 높이려고 운동도 많이 하고 메커니즘 쪽으로 공부도 많이 했다"며 "(이)호성이도 구속이 확 오르지 않았나. (이)호성이에게 많이 물어봤다. (베)찬승이에게도 많이 물어봤다. 같이 운동하면서 도움이 됐다"고 했다.
이호성이 특히 많은 도움을 줬다. 이승민은 "(이)호성이가 팔 스윙이 크고 (투구 시) 추진력을 받아야 하는 데 그게 너무 약하다고 해줬다. 또 (이)호성이가 하는 드릴(Drill·반복 훈련)이 있다. 그것도 따라 했다"고 설명했다.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팔 스윙을 컴팩트하게 고쳤다. 투구 시 뒷발 활용을 높여 추진력을 올렸다. 이호성의 구속 향상 드릴로 폼을 끌어올렸다.
또한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자신감'을 꼽았다. 이호성은 "작년은 제가 생각해도 잘한 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자신감도 점점 낮아졌고, 저 자신을 믿지 못했다. 올해는 제 공을 믿고 던진다. 그것 때문이라도 스피드가 더 올라가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자신감을 얻은 계기도 주변의 조언이다. 이승민은 "작년까지는 직구가 좋다는 생각을 안 했다. 타자들을 변화구로 잡으려 했다. 그것 때문에 직구도 자신 있게 못 던지고 밀어 넣으려는 습관이 있었다"면서 "주위에서 직구가 되게 좋다고 하더라. (타자들이 느끼기에) 전광판에 찍히는 구속보다 빠르게 느껴진다고 했다. 이 말을 듣고 직구를 믿고 던지기 시작했다. 진짜 타자들이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더라. 그걸 보고 자신감이 생겨서 더욱 공격적으로 던졌다"고 설명했다.

기록에서도 '자신감'의 원천을 찾을 수 있었다. 지난 시즌 이승민의 직구 헛스윙 비율은 8.1%에 불과했다. 올해는 26.0%다. 자신감이 투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
제구력도 좋아졌다. 지난 시즌 이승민의 9이닝당 볼넷 비율(BB/9)은 4.94개였다. 올해는 2.05개가 됐다. 이승민은 "저는 컨트롤이 좋다고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며 "어차피 나는 컨트롤이 좋은 투수가 아니니까 '그냥 스트라이크 존을 크게 보고 그냥 내 공을 무조건 힘있게 던지자. 괜히 밀어 넣지 말자'라고 마음을 먹으니 컨트롤이 더 잘된 것 같다"고 답했다.
삼성 팬들에게 인사를 부탁하자 "홈은 당연하고, 원정 경기도 팬분들이 홈처럼 진짜 많이 와 주신다. 그걸 보면서 '기대에 부응을 해야 맞다. 더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좋아하시겠다'고 생각하며 야구한다. 팬들이 없었으면 야구가 재미있지도 않고 지금처럼 도파민이 올라오지도 않을 것이다. 다 팬분들 덕분이다. 날이 더워지는데, 그래도 응원하러 야구장 계속 와주시면 감사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한편 이승민은 마운드에 올라가서 손가락을 깨무는 루틴이 있다고 한다. 통증을 느끼면서 순간적으로 집중력을 끌어 올린다고. 이것도 이호성의 조언으로 시작됐다. 이호성도 등판하며 허벅지를 때려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루틴이 있다. 포즈를 부탁하자 수줍게 웃으며 해당 동작을 취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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