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구단 창단 최다연패를 일단 막는, 처절한 1루 헤드퍼스트슬라이딩이 나왔다. 팀을 살리기 위한 포수의 결단이 패배를 무승부로 바꿨다.
키움 히어로즈에 29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은 특별했다. 전날까지 9연패하면서 구단 창단 최다연패 타이기록을 세웠기 때문이다. 사실 이날 굴욕의 10연패를 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선발투수 매치업의 무게감 차이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KBO리그 최고투수 중 한 명인 KIA 제임스 네일과 아직 1승도 못 따낸 키움 김윤하.

그런데 막상 경기흐름은 팽팽했다. 일단 네일의 컨디션이 확연히 좋지 않았다. 특유의 경기운영능력, 위기관리능력으로 퀄리티스타트를 해냈다. 그러나 6이닝 동안 8피안타 3볼넷으로 11명의 주자를 내보냈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 키움 타선의 허술함을 의미한다. 최근 송성문이 너무나도 잘 맞고 있고, 베테랑 최주환은 꾸준하게 제 몫을 한다. 이주형도 바닥을 찍고 올라오는 느낌은 있다. 그러나 결국 결정적 순간 네일을 끌어내릴 한 방이 없었다. 키움의 수싸움 경력이 부족한 젊은 타자들은 득점권에서 계속 네일-김태군 베터리에 당했다.
그래도 김윤하가 잘 던졌다. 사실 KIA 타선이 작년의 핵타선이 아니다. 김도영, 나성범, 김선빈, 패트릭 위즈덤, 최원준까지 주전 5명이 사라졌다. 어쨌든 김윤하는 포심과 투심을 과감하게 사용하면서 KIA 타자들을 잘 요리했다. 5월에만 미친 듯한 타격을 하는 최형우에게 1회 안타 하나를 맞은 걸 제외하면 잘 봉쇄했다.
키움은 2-3으로 끌려갔고, 7회에 동점을 만들며 KIA를 계속 압박했다. 무사 1,2루서 루벤 카디네스의 잘 맞은 3유간 타구가 KIA 유격수 박찬호의 호수비에 걸렸다. 이주형이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이날 타격감이 좋던 김건희가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었다. 풀카운트서 전상현의 몸쪽 포심을 억지로 밀어내 1루 방면으로 빗맞은 타구를 날렸다.
KIA 1루수 황대인이 베이스를 비우고 타구 포구를 시도할 수밖에 없는 상황. 황대인은 타구를 잘 잡아낸 뒤 1루 커버를 들어온 전상현에게 잘 던졌다. 최초판정은 아웃. 공수교대. 그런데 이때 김건희가 헤드퍼스트슬라이딩으로 1루 점유를 시도했다. 키움의 비디오판독은 성공. 느린그림으로 보면 김건희의 1루 점유가 좀 더 빨랐다.
1루 헤드퍼스트슬라이딩이 열심히 뛰는 것보다 효과가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이미 나와있다. 그러나 김건희는 마치 10연패는 안 된다는 처절함을 헤드퍼스트슬라이딩으로 표현해냈다. 과감하게 몸을 그라운드에 엎으며 세이프를 이끌어내고 포효했다. 2루 주자 최주환이 그 사이 득달같이 홈으로 들어오면서 극적인 동점.
이 점수가 결과적으로 키움의 10연패를 막았다. 필승계투조가 사실상 없는 불펜도 마무리 주승우가 연장에 나올 때까지 잘 버텼다. 단, 끝내 한 방을 못 쳤다. 김건희는 내야안타 포함 3안타를 날렸으나 소득이 없었다. 그래도 그런 처절함이 모이고 모이면 패가 승으로 바뀌는 날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야시엘 푸이그의 퇴단으로, 더 책임감을 갖고 해결해야 할 루벤 카디네스가 6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연장 11회 2사 만루서 윤중현의 초구 커브를 쳤으나 2루수 뜬공으로 물러난 게 가장 뼈 아팠다. 한가운데로 들어오는 공이라서 손이 나갈 만하긴 했다. 그러나 그것이 키움 타선의 현실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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