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터뷰]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고, 더 나은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코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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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스커리어 = 박미리 기자] “다문화가정의 청소년에게 코칭을 한 적 있어요. 처음 만났을 때 앞머리를 길게 길러서 눈을 가리고 머리 사이로 보더라고요. 잘 웃지도 않고요. IT분야에 관심이 많은 아이였는데, 그 재능을 나쁜 곳에 사용하는 거예요. 그래서 경찰서에도 많이 드나드는 아이였어요. 그 아이는 자신도 정말 변하고 싶은데 어디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자신의 이야기를 아무도 들어주지 않고. 또 바뀌겠다고 결심해도 그러지 못하는 자신을 힘들어 했어요. 그러다가 코칭 4회기만에 변하기 시작했어요. 가장 먼저, 많이 변한 건 머리를 잘랐어요. 집에서 컴퓨터를 하는 시간이 길다 보니 살도 많이 쪘었는데 다이어트도 시작했고요. 그리고 어느 날에는 코칭을 끝내고 나오는데 그 아이가 이용하는 기관 관계자가 따라 나오시면서 '무슨 말을 했기에 저 아이가 저렇게 크게 웃느냐'는 거에요. 몇 년간 아이를 보면서 크게 웃는 모습은커녕 미소 지은 모습도 보지 못했는데 처음으로 아이 웃음소리를 들어봤다고요. 그 아이가 기억에 많이 남아요.”


최은주 ㈜로열코칭 대표에게 코칭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는지 물었더니 이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내가 ‘너는 정말 소중하고 귀하고 의미 있는 존재’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 스스로가 느낄 수 있도록 다뤄줬을 때 아이들이 변하기 시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름의 문턱에 선 지난 20일, 최은주 ㈜로열코칭 대표를 만났다. 그는 기자에게 “코칭은 저의 모든 것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의미있고 가치 있는 것”이라며 웃었다.  

 

▲최은주 (주)로열코칭 대표.[사진 출처=(주)로열코칭]

 

“코칭은 대상자의 내적 역량을 향상시키고 잠재력과 가능성을 찾아 이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스킬. 누군가 대신 해주는게 아니라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도와 주는 것”

‘코칭’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모르거나, 스포츠 등 분야에만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인생과 삶의 방향을 정할 때도 스포츠에서와 마찬가지로 코치가 있으면 더 최상의 방향을 설정해 나아갈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많이 헷갈려하는 '상담'과의 차이점은 상담이 내면에 이슈가 있을 때 접근하는 기술로, 문제를 깊게 이해하고 원인이 되는 계기나 시발점을 찾아내는 기술이라면 코칭은 현재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스스로 가진 역량을 찾아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이라는 게 최 대표의 설명이다.

예비사회적기업 로열코칭 역시 코칭을 통해 대상자가 더욱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돕는다. ‘전문 공익코칭을 통해 공공조직 및 개인의 잠재력과 자원을 발굴하여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적경제가 활성화 되어 궁극적으로 사랑과 울림이 있는 행복한 사회가 실현되도록 기여한다’는 미션으로 ‘공익코칭’을 진행한다. 공익코칭이란 사회적 동반자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코칭이다.

로열코칭은 2015년 설립됐다. 

 

지금은 공익코칭을 진행하지만, 설립 당시만 해도 주로 기업 코칭을 진행했다. 그러다가 최은주 대표는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됐고, 지인을 통해 사회적 동반자(로열코칭에서는 사회적 약자를 사회적 동반자로 표기하고 있다, 이하 사회적 동반자)를 대상으로 코칭을 진행하게 됐다.

“처음에는 그냥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코칭해 준다는 생각으로 갔어요. 그런데 코칭을 마치고 난 다음에 마음에 아주 진한 감동과, 울림이 있었어요. 사실 그날 만난 분이 자살을 결심하셨대요. ‘나는 언제든 죽을 수 있으니, (코칭은 모르지만) 해본다’는 생각으로 왔던 분이었는데, 10회기 코칭을 마치고나서 눈물 범벅이 돼서 ‘다시 인생을 살아볼거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느꼈죠. 아 내가 이렇게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릴수도 있구나.”

그 일이 시발점이 되어 최 대표는 본격적으로 공익코칭을 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공익코칭만으로는 수익이 크지 않아 기업이 정상적으로 작동되기 어려웠고, 초기에는 기업코칭과 공익코칭을 병행했다. 최은주 대표는 “사실 내가 두 가지 일을 다 못하는 성격이다. 그래서 고민 끝에 로열코칭을 공익코칭 전문 기업으로 하겠다고 결단을 내렸다”고 했다. 수익은 거의 없는거나 마찬가지였지만, 처음 공익코칭을 하며 느꼈던 벅참은 그를 계속 공익코칭의 길로 나아가게 했다.

 

▲코칭은 프로젝트 형태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사진 출처=(주)로열코칭]

 

로열코칭이 현재 코칭을 진행하는 대상자는 사회적 동반자 계층에 있는 청소년·청년들이다. 자립준비청년, 가정밖 청소년, 다문화 가정의 자녀, 재소자의 자녀, 성매매 소녀, 보호처분을 받은 청소년 등이다. 그는 “일부러 청소년/청년들을 대상으로만 코칭을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에는 재소자, 노숙자 등 성인들을 대상으로도 코칭을 진행하기도 했다”면서 “그런데 하다보니 아이들이 문제가 아니라 어른들이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위 ‘문제아’라고 하는 아이들도 만나보면 상황과 환경이 힘들어서 그런 것이었다. 오히려 너무 하얀 도화지라서 힘들어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공익코칭은 주로 '기관 대 기관'으로 이뤄진다. 코칭을 의뢰한 기관에서 대상자를 추천해 주고, 이들이 코칭에 대해 서서히 이해하고 마음을 열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대부분의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서서히 섬세하게 접근한다. 코칭은 일대일 코칭, 그룹코칭, 워크숍, 강의 등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고, 코칭 기간 각각의 경우에 따라 다르다. 최 대표는 “개미 증후군이라는 게 있다. 개미가 가는 길에 동그라미만 그려도 그 안을 벗어나지 못하고 빙글빙글 도는 것이다”라면서 “코칭 대상자들도 ‘나는 할 수 없어’, ‘나는 여기까지야’라고 생각하며 그 선을 못 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코치가 옆에서 그 선을 넘어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말했다.

아직 국내에서 많이 알려지지 않은 만큼 로열코칭은 전문 코치를 양성하는 사업도 진행한다. 현재까지 전국에서 1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전문 코치로 양성됐다. 그는 “코칭은 프로젝트 별로 진행되는데, 지역에서 프로젝트 의뢰가 들어오면 지역에 있는 코치님들이 맡아서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로열코칭 활동 모습. 아자코칭 워크숍.[사진 출처=(주)로열코칭]

 

한 달에 한 번, ‘세상을 부탁해 코치스’

로열코칭은 올해 4월부터 한달에 한번, 무료 온라인 코칭 세미나 ‘세상을 부탁해 코치스(이하 세부코)’를 진행한다. 세미나는 코칭에 대한 기본적인 의미와 설명부터, 전문적인 코칭 스킬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한다. 최 대표는 “그동안 우리와 코칭을 진행한 기관도 있고, 하지 않았어도 관심을 갖고 참여하시는 분들도 있다”면서 “기관의 직원이나 관계자, 사회복지사 선생님들이 코칭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서 평소에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고, 코칭에 관심이 있어도 할당된 예산이 없어서 못하는 경우도 많아 코칭에 대해 이해하고 각자 일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이 세상에 코칭이 필요없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잘하고 있는 사람은 더 잘 하기 위해 필요하고, 또 힘든 상황에 있는 사람은 앞으로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하고요. 저희는 코칭이 필요한 사람이 언제나 받을 수 있도록 구조와 시스템을 만들고, 인프라가 구축됐으면 좋겠어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공익코칭이 더 알려지고, 저희 역시 그런 날을 위해서 작지만 꾸준히 저희의 역할을 다하고 있습니다.”

 

 

 

맘스커리어 / 박미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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