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이재욱이 넷플릭스 시리즈 ‘탄금’으로 또 한 번 강렬한 존재감을 입증했다. 섬세한 감정 연기부터 화려한 검술 액션까지 흠잡을 데 없이 소화하며 시청자를 매료한 그는 “새로운 도전이었다”며 ‘탄금’과 함께한 시간을 돌아봤다.
이재욱이 열연한 ‘탄금’은 실종됐던 조선 최대 상단의 아들 홍랑(이재욱 분)이 기억을 잃은 채 12년 만에 돌아오고 이복누이 재이(조보아 분)만이 그의 실체를 의심하는 가운데 둘 사이 싹트는 알 수 없는 감정을 그린 미스터리 멜로 사극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드라마 ‘보이스’ 등을 연출한 김홍선 감독과 애플(Apple) TV+의 스릴러 ‘Dr.브레인’을 집필한 김진아 작가가 의기투합한 작품으로, 지난 16일 공개 후 3일 만에 전 세계 12개 국가에서 TOP 10 리스트에 오르며 글로벌 TOP 10 시리즈(비영어) 부문 6위에 등극,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재욱을 향한 반응도 뜨겁다. 실종 전의 기억을 모두 잃고 비밀을 지닌 채 돌아온 ‘민상단’의 잃어버린 아들 홍랑이자 휘수(찢을 휘, 목숨 수)라는 잔혹한 작호를 지닌 인물로 분한 이재욱은 재이(조보아 분)를 향한 애틋한 마음, 결코 지울 수 없는 상처와 아픔, 복수를 위한 처절함 등 인물의 복잡다단한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낸 것은 물론, 압도적인 액션 연기로 몰입감을 극대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이재욱은 작품을 택한 이유부터 액션 준비 과정, 연기에 중점을 둔 부분 등 ‘탄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데뷔작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2019)을 시작으로 이번 ‘탄금’까지 쉼 없이 달려오고 있는 그의 지독한 연기 열정도 확인할 수 있었다. (*결정적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작품을 택한 이유는.
“사실 처음에는 고사했다. ‘환혼’을 긴 호흡으로 찍었고 당분간 한복은 안 입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작가님이 편지를 써줬다. 데뷔작부터 해서 나의 이런 모습이 좋고 홍랑은 이런 캐릭터인데 어떤 지점이 공존한다는 내용이었다. 편지를 보고 엄청 울었다. 이렇게 나를 좋게 봐주고 디테일하게 봐주는 작가님이 계시는구나 싶었고 나를 이렇게 원하는데 내가 뭐라고 안할까 해서 그렇게 시작하게 됐다.”
-홍랑은 어떤 인물로 다가왔나.
“대본을 읽자마자 너무 마음 아픈 캐릭터였다. 8부 정도까지 나와 있던 상태에서 대본을 받았는데 내가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아픔이었다. 고통받고 자라온 이 인물의 환경 자체를 표현하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

-어떻게 접근했나.
“아픔이 있는 캐릭터가 굉장히 어렵다고 생각하거든. 시청자들이 보기에도 일단은 이해를 해야 되는 상황이 연속이니까 내가 언제 이런 아픔을 느꼈는지 계속 되뇌면서 캐릭터를 들여다봤다. 내가 가장 아프고 속상했던, 부정적인 감정을 찾고자 노력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이 아이의 감정을 10%도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이고 겪어본 적이 없으니까. 환경이 주는 힘이 있어서 감정을 드러내기에 어려움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아쉬움은 있다.”
-나머지 90%는 어떻게 채우고자 했나.
“현장이 주는 무게가 있다. 이 공간이 정말 짓누를 정도로 무거웠다. 감정신의 연속이다 보니 선배들도 굉장히 예민하고 날카로운 부분들이 있었다. 한복을 입으면 풍채가 되게 좋아 보이고 무게가 느껴져서 비주얼적으로 도움을 받기도 했고 내가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현장의 어떤 공기의 흐름을 믿자는 생각을 가졌다. 지금 내가 원초적으로 받는 이 데미지를 그냥 그대로 써보자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원작도 참고했나. 차별화를 두고자 한 것이 있다면.
“홍랑의 서사가 원작에 비해 많은 비중을 둔 것 같진 않다. 연기하면서는 원작 속 홍랑을 계속 생각하면서 했다. 원작에서 홍랑은 재이가 구해줬던 과거의 기억을 갖고 재이라는 사람을 계속 궁금해한다. 그러다 민상단에 들어와 재이에게 연민을 느끼게 되고 애정을 갖게 된다. 이런 부분들이 드라마에서 다뤄지지 않지만 스스로는 계속해서 되뇌면서 연기했던 기억이 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감정, 핵심은 무엇이라고 생각했나.
“날카로움이었다. 적은 대사로도 보는 이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절제된 행동이 많이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그 시선 끝에는 항상 재이가 걸려있다는 것도 표현하고 싶었다.”
-절제된 행동, 감정을 보이던 홍랑이 화공(한평대군/김재욱 분)의 실체와 마주했을 때 처음으로 소리 내 울부짖는다. 어떤 감정으로 연기했나.
“대본에는 ‘주체할 수 없는 홍랑’ 정도로만 쓰여 있던 걸로 기억한다. 어느 정도 표현해야 할지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김재욱 선배의 표정이 아직도 기억난다. 대본에는 없는 행동들을 하는데 그게 너무 기괴했다. 징그럽고 잔인했다. 그렇다 보니 그냥 순간적인 감정이 터져 나왔다. 이 신에서 이렇게 보여줘야 하고 절제해야 하고 이런 계산 없이 가장 찾고 싶었고 가장 원했고 가장 복수하고 싶은 사람을 마주한 첫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고자 했다. 김재욱 선배가 준 에너지를 고스란히 받아서 연기했다. 원래는 장난기가 많고 밝은 분인데 집중할 수 있게 유도하고 만들어줬다. 다른 작품에서 또 다른 캐릭터로 만나보고 싶다.”
-결말은 어떻게 다가왔나.
“작가님한테 원작과 결말이 같은지 제일 많이 물어보기도 했다. 재이는 홍랑에게 한 줄기의 빛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엔딩이 홍랑에게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감정적으로도 되게 힘든 작품이었을 것 같다.
“일단 몸이 되게 고됐다. 정말 우울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계속 쏟다 보니 쉴 때는 거의 넋이 나가 있었던 것 같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다 찍어놓고 나니 보람찬 건 확실히 있는 것 같다. 그때 당시 너무 힘들었지만 이 작품이 내가 맞는지 아닌지를 떠나 새로운 도전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액션을 향한 호평도 많다. 어떻게 준비했나. 거의 대역 없이 소화했다고.
“90% 이상은 직접 한 것 같다. 산에서 찍는 장면들이 정말 힘들었다. 산길에 크레인이 올라와서 찍어야 했는데 부담감이 엄청 클 정도로 스태프들이 고생을 많이 해주거든. 그런 부분 때문에 더 집중해서 찍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전에 그만큼 준비를 많이 하기도 했다. 촬영 들어가기 몇 달 전부터 계속 트레이닝을 받았다. 좋은 반응이 많아서 보람차다. ‘탄금’을 통해 더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다음에는 칼이 아닌 주먹으로 대면하는 액션도 해보고 싶다.”

-조보아와의 호흡은 어땠나.
“현장에서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포인트가 너무 많았다. 예를 들어 전날에 밤새 액션을 찍고 나서 집 돌아가는 길에 조보아에게 연락이 온다. 몸은 괜찮은지, 다친 데는 없는지 등 그런 연락을 받으면 소속감을 엄청 느꼈다. 함께 작업하고 있다는 생각이 뿌리 깊게 자리를 잡았고 이 사람이 보여주는 애티튜드처럼 나도 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현장에서 되게 잘 하려고 했던 기억이 난다. 호흡도 좋았다. 1부터 10의 슬픈 감정이 있다면 이걸 다 다룰 줄 아는 사랑이라고 생각하거든. 현장에서 눈만 봐도 슬플 때가 많았다. 호흡이 굉장히 좋았다고 표현하고 싶다.”
-데뷔 후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다. 돌아보면 어떤가.
“연기를 시작하면서 꾼 꿈을 다 이뤘다. 주역으로 작품에 참여하는 게 꿈이었는데 지금 이렇게 여러 작품으로 인사하고 있으니까 감사한 마음이 가장 크다. 후회스러운 것도 많다. 더 표현할걸, 더 디테일하게 보여줄 걸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기 때문에 다음 작품을 할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보완해 보자, 더 잘 접근해 보자는 마음으로 다가가서 한편으론 원동력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끊임없이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쉬는 걸 잘 못하기도 하고 히트 친 작품에 대한 질투가 있다. 혼자 하는 질투다.(웃음) 예를 들어 ‘약한영웅’을 보면서 ‘내가 저기 한 캐릭터라면 어떻게 연기했을까’ 하기도 하고 ‘나한테는 왜 대본이 안왔을까’ 생각해 보기도 한다. 그런 작품을 보면서 자극을 많이 받는 것 같다. 내가 상상하지 못한 호흡이 튀어나올 때가 있거든.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또 한 번 자극을 받는 거다. 그렇다 보니 더 잘하고 싶어지기도 하고. 작품을 보면서 질투하고 있으니까 빨리 일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입대 후에도 작품이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다. 그래서 그때까지 열심히 달리자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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