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뭐라도 하자는 심정으로…”
KIA 타이거즈 선수들은 15일 광주 롯데 자이언츠전서 일명 ‘농군패션’을 선보였다. 최고참 최형우가 선수들에게 위와 같이 절박한 심정으로 농군패션을 제안했고, 임시주장 김선빈을 비롯한 선수들도 받아들였다.

KIA가 제공한 사진과 중계방송사 화면을 보면 심지어 코치들도 농군패션으로 중무장했다. 15일 경기의 경우 외국인 선발투수 아담 올러만 평상시대로 유니폼을 착용했다. 그리고 이범호 감독 역시 예외였다.
양말을 유니폼 바지 위로 끝까지 치켜세워 신는 농군패션 혹은 농군바지. 1980년대 KBO리그 출범 이후 오랫동안 이어온 일종의 샤머니즘이다. 삭발도 큰 틀에서 비슷한 논리다. 선수들이 하나로 뭉쳐 제대로 야구를 하자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보면 된다.
트레킹 데이터로 중무장한 현대야구에 웬 농군패션인가. 한편으로 이해도 된다. KIA는 13~15일 롯데와의 홈 3연전서 2승1패, 어렵게 위닝시리즈에 성공했다. 그러나 여전히 19승22패로 승률 5할을 좀처럼 못 맞춘다. 두산 베어스, KT 위즈와 함께 공동 7위다. 선두 LG 트윈스에 무려 9경기 뒤졌다. 심지어 KIA의 뒤엔 최하위 키움 히어로즈밖에 없다. 키움에 8.5경기 앞서고 있는 것에 위안을 삼긴 어렵다.
KIA는 지난 겨울 FA 장현식을 LG 트윈스에 내줬지만, 조상우를 트레이드로 영입, 통합 2연패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외국인투수 제임스 네일을 붙잡았고, 아담 올러와 패트릭 위즈덤도 성공적 여입이라는 게 드러났다.
그러나 믿었던 국내 주축 선수 대부분 작년만 못하다. 물론 작년 통합우승 시즌의 기록들이 개개인의 애버리지는 아니었다. 어느 정도 퍼포먼스가 떨어질 것은 각오했다. 그러나 이 정도로 안 풀릴 줄은 아무도 몰랐다.
개막전부터 김도영이 다치더니, 박찬호와 김선빈이 차례로 이탈했다. 박찬호와 김선빈, 김도영이 다시 뭉치는데 1개월이 걸렸다. 김도영이 돌아와 완전체가 되는 듯했지만, 곧바로 나성범이 이탈했다. 그 사이 곽도규는 시즌 아웃됐고, 최원준은 타격부진으로 2군에 다녀왔다. 지금도 최지민이 부진으로 2군에 가 있는 상태다. 위즈덤은 잔부상으로 1군에서 빠졌다. 김태군도 몸살로 1군에서 빠졌다가 15일에 복귀했다. 팀이 도저히 시너지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원준과 최지민외에도 몇몇 선수가 부진의 골이 깊다. 셋업맨 전상현이나 외야수 이우성이 대표적이다. 이러니 작년만큼의 경기력이 나오기 어려운 구조다. 디펜딩챔피언이 계속 승률 5할을 못 맞추고 하위권에 머무르니, 선수들도 답답할 것이다.
최형우는 그 와중에도 건강하게 시즌을 소화하며 분전한다. 그는 “뭐라도 하자는 심정으로 선수들에게 농군바지를 입자고 제안했다. 팀이 좋은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열심히 하고 있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배팅볼을 던져준 것도 비슷한 의미다. 보통 스타팅에서 빠지면 한번씩 던지는데, 내 배팅볼을 치는 선수가 경기 때 잘 치는 모습이 보여서 배팅볼을 자청했다. 모두가 필승을 다짐하고 있었고, 이기고 싶어서 그랬다”라고 했다.
또한, 최형우는 “후배 선수들에게 따로 조언을 하고 있지는 않다. 그것 보다는 상황을 이겨내려고 하는 의지가 중요한 것 같다. 라인업에 있는 9명의 선수 모두가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시기이다. 타석에 대충 들어가서 ‘몇 타석 치고 내려와야지’ 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 집중력을 가지고 플레이해서 좋은 결과를 내도록 하겠다”라고 했다.

KIA는 15일 경기서 농군패션을 하고 롯데를 7-6으로 이겼다. 이겼으니 16일 광주 두산 베어스전 역시 농군패션을 이어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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