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기록이기 때문에…" 韓 역대 5위 기록보다, 후배의 '첫 승'이 더 중요했던 김원중의 '품격' [MD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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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김원중./마이데일리

[마이데일리 = 수원 박승환 기자] "(김)강현이의 첫 기록이기 때문에…"

롯데 자이언츠 김원중은 10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KT 위즈와 팀 간 시즌 4차전 원정 맞대결에서 1⅓이닝 동안 투구수 16구,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10번째 세이브를 수확했다.

김원중이 마운드에 오른 것은 롯데가 8-5로 앞선 8회말 2사 1루. 김원중은 김병준을 상대로 5구 승부 끝에 144km 직구를 위닝샷으로 선택, 삼진을 솎아내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매듭지었다. 그리고 김원중은 어김없이 9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는데, 시작은 매끄럽지 않았다. 최근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는 안현민을 상대로 좌중간 방면에 2루타를 맞으면서 위기 상황에 놓였던 까닭.

이에 김태형 감독이 이례적으로 한차례 마운드를 방문했고, 김원중은 사령탑의 믿음에 완벽하게 부응했다. 김원중은 이어지는 무사 2루에서 강백호를 중견수 직선타로 잡아내며 큰 산을 넘어섬과 동시에 매우 소중한 아웃카운트를 생산했다. 그리고 흐름을 타기 시작, 김건형을 2루수 땅볼로 요리했고, 권동진까지 2루수 땅볼로 묶어내며, 3점차의 승리를 지켜내며 시즌 10호 세이브를 손에 넣었다.

이 세이브는 김원중에게도 매우 의미가 있는 세이브였다. 지난 2020년 5월 22일 사직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데뷔 첫 번째 세이브를 수확한 김원중은 이날 경기 전까지 KBO리그 6년 연속 10세이브까지 단 1개만을 남겨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6년 연속 두 자릿수 세이브를 마크한 선수는 구대성(9시즌), 손승학(9시즌), 정우람(8시즌), 진필중(7시즌) 밖에 없었는데, 이날 김원중이 10번째 세이브를 획득하며, 역대 5번째로 KBO리그 역사에 이름을 새기게 됐다.

롯데 자이언츠 김강현./마이데일리KBO리그 역대 5번째로 6년 연속 10세이브의 기록을 달성한 롯데 자이언츠 김원중./수원 = 박승환 기자

하지만 이날 김원중은 취재진과 만남을 위해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다가 "잠깐만요"라고 하더니, 다시 그라운드로 뛰어나갔다. 그리고 자신의 바지 뒷주머니에 들어있던 공을 떠내더니, 김강현에게 건넸다. 알고 보니 이날 선발 나균안(3이닝 5실점)에 이어 마운드에 올라 1⅓이닝을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아낸 김강현이 승리투수로 선정되면서, 데뷔 첫 승리를 맛보게 된 것이었다.

이에 김원중은 6년 연속 10세이브의 기념구가 될 수 있는 볼을 '후배'에게 건네며, 첫 승을 축하했다. 자신의 기록보다 후배의 감격적인 첫 승리를 더 축하한 김원중의 품격을 확인할 수 있는 순간. 그리고 다시 취재진과 인터뷰를 위해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김원중은 "첫 승이든, 첫 홀드든 (김)강현이의 첫 기록이기 때문에 그걸 막겠다는 마음으로 마운드에 올라갔다"고 소감을 밝혔다.

2015년 육성 선수로 롯데의 유니폼을 입었지만, 2023년에서야 처음 1군 무대를 밟고, 3년 만에 첫 승을 수확한 후배에게 공을 건넸을 만큼 김원중은 자신에게 걸려 있던 기록을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 그는 "준비를 잘 하고 있고, 하면 (기회가) 올 테고, 기록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았다"면서도 '꾸준히 활약했기에 기록을 달성하지 않았느냐'는 말에는 "뿌듯한 것 같다. 무엇보다 건강 관리를 최우선으로 했는데, 그런 모습이 야구장에서 지속적으로 나오는 것에 대해선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원중은 롯데 프랜차이즈 최초로 100세이브를 수확하는 등 매 세이브가 구단의 역사로 이어지고 있을 정도로 롯데를 넘어 KBO리그를 대표하는 특급 마무리다. 그는 자부심에 대한 질문에 "그런 것은 당연히 있다. 하지만 의식하지 않기 위해서 최대한 노력을 하고 있다. 오늘도 지나갔고, 앞으로 할 일이 더 많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해야 될 것들만 생각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롯데 자이언츠 김원중./롯데 자이언츠롯데 자이언츠 김원중./롯데 자이언츠

2012년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5순위로 지명된 김원중은 어느새 중·고참 반열에 올라섰고, 정현수를 비롯한 마운드의 후배들은 인터뷰 때마다 김원중을 비롯한 선배들에게 대한 고마운 마음을 빼놓지 않는다. 그만큼 후배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선배인 셈이다. 이에 김원중은 "내 위치 정도가 되면 코치님들께서 도와주는 것 외에도 형으로서, 선배로서 이야기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조금씩 해주는 편이다. (정)현수도, 동생들도 다 잘해야 팀이 강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10일 경기 종료 시점에서 롯데는 23승 1무 16패로 리그 3위를 달리는 중. 1위 한화 이글스와 격차도 3경기에 불과할 정도로 분위기가 좋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의 흐름을 페넌트레이스가 종료될 때까지 이어가는 것. 김원중은 "'할 수 있다'는 분위기로 조금씩 바뀌어가는 것 같아서 너무 긍정적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할 수 있다'는 결과물들이 나오기 때문에 조금 더 으쌰으쌰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롯데가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배경엔 타선과 마운드, 수비까지 모든 파트에서 선수들이 제 역할을 해주고 있지만, 김원중이 어린 후배들을 잘 이끌고, 든든하게 뒷문을 지켜주는 것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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