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홍서연·안혜림·임다영 기자 반복되는 일상, 무채색으로 흘러가는 하루.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음악과 떼창이 모이는 곳이 곧 자신을 회복시키는 장소가 된다. 같은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연결되기 위해 20대 청년들은 페스티벌로 향한다.
시사위크가 두 번째로 찾아간 청년들의 모임 현장은 바로 △공연 △페스티벌이다. 이제 페스티벌은 단순한 여가가 아닌 청년들이 하나로 연결될 수 있는 방식이 되고 있다.
◇ ‘같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 그리고 동질감
무대 위 가수의 한마디에 수천 명의 목소리가 겹겹이 쌓인다. 관객들은 노래의 하이라이트 부분을 함께 부르고 같은 박자에 응원봉을 흔들며 다 함께 응원법을 외치기도 한다. 나이도, 사는 지역도 다르지만 이 순간만큼은 ‘같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묶인다. 낯선 이들 사이에서 생겨나는 동질감은 청년들에게 깊은 소속감을 남긴다.

시사위크와 인터뷰를 진행한 박지원(27) 씨는 지난해 3월 열린 ‘세븐틴’의 공연 ‘캐럿랜드’을 떠올리며 “멤버들이 등장한 후 수많은 사람이 함께 환호할 때와 노래를 들으며 다 같이 응원법을 외칠 때 정말 스트레스가 풀린다”며 “살다 보면 작은 의견 하나에도 충돌이 생기고 이에 따라 피로감을 느끼는 일이 많은데, 이렇게 수많은 사람과 한마음 한뜻이 될 수 있는 순간들이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공연장에서는 팬들이 서로를 더 배려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같은 아티스트를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굿즈와 먹거리를 서로 나누고, 처음 만난 사람과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게 되는 게 신기하다”고 덧붙였다. 20대 청년들에게 이제 ‘덕질’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일상을 버티게 하는 관계의 시작점이 되고 있다.
◇ 공연이 끝난 뒤에도 이어지는 ‘우리의 순간’
박씨는 “팬들 사이에서 ‘나는 아직도 문학경기장에 살고 있다’는 표현을 자주 쓴다”며 “이처럼 긴 여운을 남기고 큰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것에는 공연이 최고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2023년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에 참여한 신민정(24) 씨는 “좋아하는 밴드의 굿즈를 들고 있는 사람을 보면 ‘저 콘서트도 갔었구나’, ‘언젠가 옆에서 함께 응원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페스티벌에서 함께 떼창했던 노래를 들으면 다시 그때의 열기가 느껴지는 기분이 든다”며 “실제로 같이 페스티벌에 다녀온 친구들과 훨씬 가까워졌고 이후에도 비슷한 페스티벌을 함께 다니며 자연스럽게 관계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공연장에서 느꼈던 정서적 연결은 긴 여운으로 남아 일상 곳곳에 영향을 준다. 음악을 다시 듣고, SNS에 올라온 사진과 영상들을 보며 또 한 번의 감정을 되새긴다. 공연은 끝났지만, 그곳에서 시작된 연결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 페스티벌이 해답이 되는 순간
불확실성과 경쟁이 일상이 된 사회에서 청년들은 일시적이지만 강렬한 연결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을 찾고 있다. 20대에게 ‘공연장’은 잠시나마 ‘비교’나 ‘경쟁’을 내려놓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있다.
“음악은 혼자서도 들을 수 있지만 누군가와 함께 듣는다는 것만으로도 감정이 배가 되는 것 같아요. 공연장에 있는 수많은 사람이 같은 노래를 따라 부르고 같은 타이밍에 환호하는 순간, 저도 그 안에 있다는 확신이 듭니다. 특히 인디 밴드의 음악처럼 비교적 대중적이지 않은 장르의 경우 그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만 모인 공간이라는 점에서 더 짙은 유대감을 느껴요.”
이렇듯 공연장에서의 경험은 단지 ‘재미’에 그치지 않는다. 무대 앞에서 만들어지는 이 작은 연결들이 청년들의 소속감을 만든다. “같은 가수의 굿즈를 착용한 사람을 보면 저 사람도 나처럼 그 가수를 좋아하고 같은 순간을 기억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자연스레 동질감이 생긴다”고 신씨는 전했다.
학교, 회사와 같은 조직 안에서의 관계는 시간이 지날수록 느슨해지고 있다. 20대 청년들은 이제 누군가와 연결되기 위해 스스로 움직이고 선택해야 한다. 개인화된 사회에서 청년들은 취향이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관계를 재구성하고 있다.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과의 만남이 새로운 소속감을 만들어낸다. 페스티벌은 그런 만남이 가장 강하게 이뤄지는 공간 중 하나다. 공연장에서는 모두가 하나가 된다. 20대 청년들은 관객석으로, 페스티벌 한복판으로 모이고 있다. 다시 일상을 살아갈 힘을 얻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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