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SG 경영컨설턴트 심준규] 디지털 첨단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종종 잊는다. 스마트폰 액정 화면과 전기차 배터리는 물론 수소경제 핵심 부품이 모두 지구 깊은 곳에서 캐낸 광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최근 미국과 중국 간 무역 전쟁에서 화제의 중심이 된 희토류는 반도체와 첨단기술의 필수 요소여서 ‘21세기 경제의 산소’로 불린다.
네오디뮴(Nd), 디스프로슘(Dy) 같은 희토류 원소는 스마트폰 터치스크린부터 풍력발전기 영구자석까지 현대 기술의 모든 영역에 깊숙이 침투해 있다. 이 모든 광물은 채굴 산업이 없이 존재할 수 없다. 하지만 채굴은 본질적으로 자연을 파괴하는 행위다.
채굴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연간 수십억 톤의 폐석을 배출하고, 전체 산업 에너지 소비의 10%를 차지한다. 또한 무수한 생태계를 위협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영원한 딜레마에 빠진 것일까? 답은 ‘아니다’이다. 선도적인 채굴기업은 이미 세 가지 혁신으로 지속가능한 채굴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첫 번째 혁신은 ‘생태 복원의 선도적 실천’이다. 석재 채석장은 생태계를 파괴하는 대표적 산업이지만, 혁신적인 기업들은 채석 후 적극적인 생태 복원으로 자연을 회복시키고 있다. 무거운 장비로 산을 깎아내고 암석을 채취한 후에도, 그 자리에 다시 생명이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바꾸는 것이다.
포르투갈 시멘트 회사 시실(Secil)은 이런 생태 복원의 선도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이 회사는 자연공원 내 채석장 가운데 다 쓰인 구역에 흙을 다시 덮고, 현지에서 자라던 나무와 꽃, 관목을 심는다. 깎여나간 채석장에 다시 토양층을 만들고 식물을 심은 결과, 새와 곤충, 작은 포유류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시실의 접근법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겉모습만 가꾸는 게 아니라 온전한 생태계를 복원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체 온실에서 지역 토종 식물을 키우고, 생물학자와 협력해 어떤 식물이 그 지역에 가장 적합한지 연구한다. 채석 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서식지가 만들어지면서, 놀랍게도 일부 구역은 채석 전보다 더 다양한 생물이 살게 됐다.
두 번째 혁신은 ‘물 순환 시스템 구축’이다. 광물 채굴에는 엄청난 양의 물이 필요하다. 금 1온스를 생산하는 데 무려 물 20t 필요하고, 대형 광산은 하루에 물을 사용한다. 더 큰 문제는 채굴 과정에서 중금속과 화학물질로 오염된 물이 주변 생태환경을 오염시킨다는 점이다.
칠레의 안토파가스타 미네랄스(Antofagasta Minerals)는 물 문제에 대한 혁신적인 해결책을 찾았다. 물 부족 지역인 아타카마 사막에서 광산을 운영하면서 해수 담수화 기술을 도입해 광산 운영에 필요한 담수를 생산하고 있다.
안토파가스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물 재활용 시스템으로 광산에서 사용한 물을 정화해 재사용하고 있다. 센티넬라(Centinela) 광산은 100% 해수만을 사용해 담수 자원을 보존하며, 물 효율성 계획을 통해 자원 소비를 최소화하고 있다. 이 사례는 물 부족 지역에서 채굴산업이 지속가능한 운영을 실현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꼽히고 있다.
세 번째 혁신은 ‘사회적 통합 모델’이다. 채굴 산업은 흔히 지역 공동체와 갈등을 빚는다. 특히 전통적인 삶의 방식을 유지하는 지역 주민은 자신들의 땅이 파괴되는 것을 보며 회사와 심각한 충돌을 겪기도 한다. 이에 일부 선도적인 광산 기업들은 지역 공동체와 상생하는 새로운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몽골의 오유 톨고이(Oyu Tolgoi) 지역 구리·금 광산은 유목민과 공존을 모색하고 있다. 다국적 광산기업 리오 틴토(Rio Tinto)가 운영하는 이 광산은 몽골 남부 고비 사막에 위치해 있으며, 몽골 경제의 중요한 축이다. 유목민은 수 세기 동안 그 땅에서 가축을 방목해 왔지만, 광산 개발로 인해 전통적인 생활 방식이 위협받게 됐다.
리오 틴토는 유목민 대표와 지방정부를 포함한 ‘삼자협의회(Tripartite Council)’라는 대화 채널을 만들어 갈등을 합의했다. 이에 따라 광산은 지역 유목민에게 물과 목초지 접근성을 향상시키고, 전통적인 이동 패턴을 존중하며, 교육과 생계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로 했다. 비록 합의 이행에 과제가 남아있지만, 채굴산업과 지역 문화가 공존하는 새로운 모델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 세 가지 혁신은 단순한 환경 보호 조치가 아니다. △생태 복원 △물 순환 시스템 구축 △사회적 통합 모델은 채굴산업의 근본적 패러다임 전환을 보여준다. 자연에서 취하는 만큼 되돌려주고, 때로는 더 나은 상태로 복원하는 것이 이들이 제시하는 지속가능경영의 핵심이다.
물론 혁신에는 상당한 초기 투자가 필요하다. 시실의 생태 복원 프로그램, 안토파가스타의 해수 담수화 시설, 오유 톨고이의 지역사회 지원 프로그램 모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그러나 이러한 투자는 장기적으로 환경 소송 비용 절감, 브랜드 가치 상승, 지역사회와 갈등 해소, 투자자 신뢰 확보로 이어진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디지털 문명은 채굴 산업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미래 세대도 이 혜택을 누리려면, 채굴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해야 한다. 선도 기업들의 혁신 사례는 이것이 단순한 이상이 아닌 실천 가능한 현실임을 보여준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시도가 결국 유한한 자원을 가진 지구에서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어갈 열쇠가 될 것이다. 우리 모두가 사용하는 스마트폰과 노트북, 전기차 안에는 지구의 일부가 담겨 있다. 그 유한한 자원이 어떻게 채굴되고,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에게 오는지에 관심을 기울이는 게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책임이다.
|심준규. 더솔루션컴퍼니비 대표. <그린북>, <실천으로 완성하는 ESG 전략> 저자. 기업의 ESG 역량 강화 프로그램 개발과 ESG경영컨설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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