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정민 기자] 야구 예능의 대표 주자로 꼽혔던 JTBC ‘최강야구’가 위태롭다. 프로그램의 핵심 제작진이 떠나 새로운 이름으로 돌아오고, JTBC는 이를 두고 법적 조치를 취하며 본격적인 ‘분쟁 구도’가 시작됐다. 이름은 다르지만, 얼굴은 그대로인 ‘불꽃야구’가 유튜브를 통해 첫 공개되는 5일, 그 갈등은 더 이상 수면 아래로 가라앉지 않는다.
2022년 첫 방송된 ‘최강야구’는 은퇴한 프로야구 선수들이 전국의 고교, 대학, 프로팀과 실전 경기를 치르며 진짜 ‘야구’를 예능의 문법 안에 녹여내 큰 호응을 얻었다. ‘최강 몬스터즈’라는 팀으로 뭉친 이들은 승리를 향한 집념과 현역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투혼으로 시청자들의 몰입을 이끌었다. 어느 순간부터 예능보다 더 치열한 경기력에 야구팬들마저 주목했다. 이 모든 흐름의 중심에 있었던 건 연출자 장시원 PD였다.

하지만 시즌3를 끝으로 상황은 급변했다. JTBC는 새 시즌 제작을 기존 제작사인 스튜디오C1이 아닌 새로운 제작진에게 맡기겠다고 발표했고, 이에 장 PD는 자신이 이끌어 온 팀과 함께 독립적인 예능 ‘불꽃야구’를 준비했다. 핵심 출연진 대부분이 ‘최강야구’에서 ‘불꽃야구’로 넘어갔고, 심지어 유니폼과 팀 구성 방식까지 닮아있다는 점에서, 두 프로그램은 사실상 ‘하나의 뿌리’에서 갈라져 나온 셈이다.
JTBC는 반발했다. ‘최강야구’의 지식재산권(IP)과 상표권을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다며 스튜디오C1과 장시원 PD를 형사 고소했다. 제작비 과다청구, 무단 파일 삭제, 상표법 위반, 업무상 배임 등 나열된 혐의는 단순한 갈등을 넘어 신뢰 관계가 완전히 무너졌음을 보여준다. 제작사 측은 “야구는 JTBC의 것이 아니라 팬들의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팬들이 가장 사랑했던 ‘최강야구’의 인물들과 이야기, 감정선은 지금 JTBC에 남아 있지 않다는 점이다. '최강야구'는 이름만 남고, 내용은 빠져나갔다. 반면, ‘불꽃야구’는 플랫폼이나 지원 없이 유튜브라는 오픈 채널에서 시작하지만, 익숙한 얼굴들과 함께 응축된 스토리를 들고 다시 돌아왔다. 결국 ‘껍데기’와 ‘알맹이’가 갈라진 모양새다.
야구 예능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이 프로그램이 이제는 법정에서 저작권을 두고 다투는 대상으로 전락한 지금, 가장 씁쓸한 건 시청자일지도 모른다. 팬들은 선수들의 진심에 반응했지, 그들이 어느 방송국, 어느 팀에 소속됐는지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같은 인물이 다른 이름으로 나오는 장면을 두고, ‘누가 진짜인가’를 가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최강야구’ 시즌4는 오는 9월을 목표로 새롭게 편성될 예정이다. 하지만 새 얼굴, 새로운 제작진이 팬들의 신뢰를 다시 회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반면 ‘불꽃야구’는 플랫폼부터 지원까지 불안 요소 투성이지만, 팀워크와 기존 팬덤을 등에 업고 오늘 공개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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