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SG 경영컨설턴트 심준규] 어느새 다가온 5월, 많은 부모가 어린이날 선물을 고심하는 시기다. 아이의 눈이 반짝이는 모습을 상상하며 장난감 코너를 둘러보고, 온라인 쇼핑몰을 뒤적이는 부모 마음은 모두 같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사랑을 담아 구입한 장난감이 단 몇 개월 만에 방 한구석에서 잊혀지는 모습 또한 너무나 익숙한 풍경이다.
우리 아이에게 잠시 기쁨을 주기 위해 구입한 플라스틱 장난감은 평균적으로 단 6개월만 사용된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120만 톤 이상의 플라스틱 장난감 폐기물이 발생하고, 수백 년 동안 분해되지 않은 채 환경에 남는다. 아이에게 행복을 주려던 장난감이 정작 그들이 살아갈 미래 지구 환경을 위협한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영국 장난감 구독 서비스 ‘윌리(Whirli)’는 이런 고민에 대한 혁신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월 10.79파운드(약 1만8000원)부터 시작하는 구독료로 다양한 장난감을 대여하고, 아이가 흥미를 잃으면 반납하는 순환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 장난감이 여러 가정을 거치며 재사용돼 연간 약 장난감 폐기물 2만t을 줄이는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윌리는 단순한 장난감 대여를 넘어 아이 발달 단계에 맞춘 체계적인 서비스로 시장의 호응을 얻고 있다. 시장 요구에 맞춰 최근에는 유모차, 카시트, 하이체어 등 영유아 필수용품까지 대여 품목을 확장하고 있다. 이 용품은 단기간만 사용하고 보관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특성 때문에 대여 방식이 인기를 얻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인 대유행) 이후 가정 내 놀이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윌리 구독자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무려 40% 이상 증가했다.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영국 부모가 비용 절감과 환경 보호는 물론이고 아이가 다양한 장난감을 경험할 수 있는 점을 장점으로 여긴 결과다. 윌리는 반납된 장난감의 철저한 소독과 품질 관리로 위생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며 신뢰를 쌓았다.
지속가능성은 윌리 사업 모델의 핵심 가치로 모든 포장재는 재활용 가능한 소재를 사용한다. 수명이 다한 장난감은 전문 업체를 통해 재활용하거나 기부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또한 대여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배송 경로를 최적화하고, 전기 배송 차량을 도입하는 등 친환경 운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영국 정부의 순환경제 촉진 정책도 이런 구독경제 모델의 확산에 기여했다. 영국 환경청은 장난감 제조업체에게 플라스틱 사용량 감소와 재활용 가능한 디자인을 권장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공유 경제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을 제공해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서울은 물론 경기도, 부산, 대전 등 전국 지자체를 중심으로 '장난감 도서관'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대부분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장난감 도서관은 연회비 1만 원 정도로 이용할 수 있어 경제적 부담이 크지 않다. 다양한 혜택 제도도 운영되는데, 다자녀 가정은 연회비가 면제되거나 할인되는 경우가 많다. 일부 지역에서는 폐건전지나 종이팩을 가져오면 대여 기간을 연장해주는 친환경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해 자원 재활용과 환경 보호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알리고 있다.
장난감 도서관 운영 방식도 지역별로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다. 일반적인 대여 서비스 외에도 놀이공간을 함께 제공하거나, 부모 교육 프로그램을 병행하는 곳도 있다. 특히 농어촌 지역에서는 이동식 장난감 도서관을 운영하여 접근성이 낮은 가정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이와 같은 서비스가 더욱 확산되기 위해서는 ‘새 장난감 소유’에 집착하는 소비 문화 변화가 필요하다. 대여 서비스는 경제적 부담과 환경적 영향을 동시에 줄이는 효과적인 방안이지만, 많은 부모가 여전히 ‘내 아이에게는 새것을’ 바라는 마음이 크다. 소비패턴 전환이 이뤄질 때 지속가능한 장난감 문화가 확산될 수 있다.
장난감 소비문화 변화는 교육적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공유와 나눔의 가치를 어릴 때부터 경험한 아이들은 물질주의적 가치관보다 경험과 관계를 중시하는 태도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 미래 세대가 지속가능한 소비 습관을 갖추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된다.
최근 국내 중고거래 플랫폼과 장난감 대여 서비스 시장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온라인 중고장터에서는 장난감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다양한 장난감 대여 스타트업도 구독형 서비스를 선보이며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아이들이 빠르게 흥미를 잃는 장난감의 특성상, 대여와 중고 거래는 합리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영유아 부모 사이에서는 맘카페나 육아 관련 앱을 통한 장난감 교환과 공유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지역 단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사용하지 않는 장난감을 교환하거나 나누는 활동도 늘어나고 있다. “새것만 좋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면 아이에게 물건의 진정한 가치와 자원 순환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전할 수 있다.
친환경적 관점에서 중고거래와 대여서비스 확산은 플라스틱 폐기물을 크게 줄이는 효과가 있다. 한 장난감이 여러 아이 손을 거치며 더 오래 사용될수록, 그만큼 새로운 생산과 폐기물이 줄어든다. 지속가능한 소비 패턴은 자원 순환과 환경 보호에 기여하는 중요한 실천이다.
부모의 장난감 소비 선택이 아이 놀이 문화를 바꾸고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 장난감 대여 서비스 이용이나 중고거래는 실용적이면서도 환경적 가치를 실현하는 방법이다.
이번 어린이날, 아이와 함께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장난감을 나누며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아이 미래 환경을 고려한 소비 습관이 우리가 줄 수 있는 또 다른 선물이다. 지속가능한 선물은 아이와 지구 모두를 위한 균형 잡힌 선택이 될 것이다.
|심준규. 더솔루션컴퍼니비 대표. <그린북>, <실천으로 완성하는 ESG 전략> 저자. 기업의 ESG 역량 강화 프로그램 개발과 ESG경영컨설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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