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국내 주요 석화기업 4개사가 올해 3분기 5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내며 부진의 늪에 빠졌다. 원료 투입 시차에 따른 역래깅 효과와 제품 스프레드 축소가 맞물리면서 수익성이 일제히 붕괴된 탓이다. 4분기 업황 회복도 불투명한 가운데 업계는 설비 감축과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사업구조 전환으로 돌파구 모색에 나섰다.
6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석화 기업들의 3분기 실적은 줄줄이 적자로 집계됐다. 롯데케미칼과 LG화학 석유화학 부문,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 금호석유화학 등 4곳의 영업손실을 단순 합산하면 5225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3분기 합산 영업손실이 약 280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적자 규모가 1년 새 약 4900억원 불어난 셈이다. 4곳 중 지난해 3분기 흑자였던 LG화학 석유화학 부문과 금호석유화학도 올해 나란히 적자로 돌아섰다.
기업별로는 롯데케미칼의 실적 악화가 두드러졌다. 롯데케미칼은 3분기 매출 5조3951억원, 영업손실 281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전 분기 1101억원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3분기 영업손실 1326억원과 비교하면 적자 규모도 1488억원 확대됐다.
LG화학 석유화학 부문은 영업손실 1756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영업이익 290억원에서 적자 전환했다.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도 영업손실 447억원으로, 직전 분기 871억원 흑자에서 한 분기 만에 적자로 돌아섰으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 폭이 약 5배 확대됐다.
나프타분해시설(NCC)을 보유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선방할 것으로 기대됐던 금호석유화학도 적자를 피하지 못했다. 금호석유화학은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손실 20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영업이익 844억원에서 적자 전환한 것으로, 증권가 컨센서스인 영업이익 864억원에도 크게 못 미쳤다. 매출은 1조92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9% 증가했지만, 당기순손실 220억원을 냈다.
석유화학업계의 수익성 악화에는 원료 투입 시차에 따른 역래깅 효과 때문이었다. 상반기에는 중동 전쟁 여파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원료가 투입되면서 일시적으로 수익성이 개선됐지만, 3분기에는 고가 원료가 투입되는 가운데 제품 가격이 하락하며 원가 부담이 커졌던 것이다.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 제품 가격에서 원료인 나프타 가격을 뺀 금액)는 2분기 톤당 256.2달러에서 3분기 201.9달러로 축소됐다. 이는 업계에서 손익분기점으로 보는 250~300달러를 밑도는 수준이다.
주요 석유화학 기업 가운데 3분기 흑자를 낸 곳은 SK이노베이션의 석유화학 자회사 SK지오센트릭이 유일했다. SK지오센트릭은 파라자일렌(PX)과 벤젠 스프레드 확대에 힘입어 영업이익 867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분석됐다.

4분기 전망도 암울하다. LG화학은 컨퍼런스콜에서 고유가 부담과 여수공장 정기보수 영향으로 4분기에도 수익성 부담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화솔루션 역시 중국산 폴리염화비닐(PVC) 수출 확대와 유럽의 PVC 반덤핑 조사 개시 등으로 제품 스프레드 회복이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4분기에도 영업손실이 이어지고 연간 영업이익도 기존 가이던스를 밑돌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에 업계는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사업구조 전환과 설비 감축을 통해 수익성 개선을 모색하고 있다. LG화학은 반도체 세정용 이소프로필알코올(IPA)과 전기차 타이어용 고기능성합성고무(SSBR) 등 고부가 제품 판매를 확대하는 한편, 비용 절감과 재고 최적화를 추진한다. 초고중합 PVC 등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고 연내 석유화학 사업재편안도 마련할 방침이다.
한화솔루션은 합작사 여천NCC의 2·3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1공장은 롯데케미칼 여수공장과 통합하는 사업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 말 DL케미칼과 함께 유상증자에 참여해 각각 2725억원을 출자할 계획이다.
롯데케미칼도 여수산업단지 사업재편도 추진하고 있다. 여수공장 물적분할을 거쳐 내년 상반기 중 여천NCC와의 통합 법인 출범을 목표로 파트너사들과 세부 사항을 협의 중이다. 이와 함께 율촌산업단지 컴파운딩 공장에 고부가 제품 전용 생산라인을 추가로 구축해 내년 1분기부터 가동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스페셜티 제품 생산 역량을 강화한다.
금호석유화학도 전기차 타이어용 SSBR 생산능력을 확대해 고기능성 제품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공급과잉 해소를 위한 설비 감축과 고부가 제품 중심의 사업구조 전환이 실적 회복의 관건이 될 것”이라며 “사업재편 속도와 성과가 향후 수익성 회복 시점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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