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테슬라의 풀 셀프 드라이빙(Full Self-Driving, 이하 FSD)을 둘러싼 논란이 법원에서 공정거래위원회로 번졌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10월29일 FSD 옵션 구매자들이 제기한 계약 해제 및 구매대금 반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해당 계약을 기술 발전과 규제 승인을 전제로 한 '불확정기한부 계약'으로 판단했다. FSD 제공 시점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고 구매대금을 돌려달라는 소비자들의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 판단이 또 다른 쟁점을 낳았다. 기술 개발과 규제 승인 여부가 애초부터 불확실했다면, 테슬라코리아가 FSD를 판매하고 국내 출시 가능성을 알리는 과정에서 그 불확실성을 소비자에게 충분히 설명했느냐는 문제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5일 테슬라코리아를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과 전자상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했다. FSD의 국내 이용 가능성과 출시를 표시·광고하면서 기술 개발과 규제 승인의 불확실성, 차량별 이용 제한 등 구매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보를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논란의 시간은 2019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2019~2020년 테슬라 한국어 주문 화면에는 '완전 자율주행 기능'이 771만4000원의 별도 유료 옵션으로 표시됐고, 일부 장래 기능에는 '올해 출시 예정'이라는 안내가 붙었다. 2021년 게시된 자료에서도 '풀 셀프-드라이빙 구현 기능'이 904만3000원의 추가 옵션으로 제시됐다.

문제는 국내에서 실제 FSD를 사용하기 위한 절차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점이다. 지난 10월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테슬라코리아 대표이사는 국토교통부나 한국교통안전공단에 FSD 관련 공식 시험을 신청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이후 10월22일에야 국토교통부에 기술특례 승인 신청서를 제출했다.
유료 옵션이 판매되고 국내 도입 가능성이 알려진 시간과 실제 승인 절차 사이에 상당한 간격이 있었던 셈이다.
차량별 이용 가능 여부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테슬라코리아가 국회 황운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6년 10월6일 기준 국내 등록 테슬라 차량의 76.2%는 FSD 적용 가능 차량인 'FSD eligible'로 분류되지 않았다.
소비자단체는 그럼에도 테슬라코리아가 'Coming Soon' 문구와 국내 도심주행 시연 영상, FSD 유료 옵션, 향상된 오토파일럿(EAP) 구매자 대상 구독 할인 혜택 등을 알리면서 차량별 제한과 제공 시점의 불확실성을 충분히 구체적으로 고지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테슬라코리아 공식 X 게시물에도 'FSD 감독형', 'Next Destination: Korea', 'Coming Soon'이라는 문구와 함께 국내 도심을 주행하는 영상이 담겼다. 게시 시점은 2025년 11월12일이다.

여기서 이번 신고의 핵심이 드러난다. 법원은 FSD 계약 자체가 기술 발전과 규제 승인을 전제로 한 불확정기한부 계약이라고 판단했다. 소비자단체는 바로 그 불확실성이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중요한 정보였다면, 광고와 판매 과정에서도 충분히 알려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사상 계약 책임과 표시·광고의 적법성은 판단 영역도 다르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역시 이번 법원 판결이 계약 해제와 구매대금 반환 책임에 관한 판단일 뿐, 테슬라코리아의 표시·광고가 적법했는지까지 판단한 것은 아니라고 짚었다.
기술 발전과 규제 승인의 불확실성이 계약 책임을 제한하는 이유가 됐다면, 그 불확실성을 소비자에게 어느 수준까지 알렸는지는 표시광고법에 따라 별도로 살펴봐야 한다는 논리다.
이번 신고만으로 테슬라코리아의 위법성이 인정된 것은 아니다. 실제 표시·광고가 소비자의 합리적인 구매 판단을 방해할 정도였는지, FSD 이용 제한과 제공 조건을 어느 수준까지 고지했는지는 공정위 조사에서 따져야 한다.
다만 FSD를 둘러싼 논란은 자동차가 소프트웨어 중심 상품으로 바뀌면서 새롭게 생긴 소비자보호 문제를 보여준다.

과거 자동차 소비자는 구매 시점에 장착된 기능을 중심으로 상품성을 판단했다. 소프트웨어 기반 차량에서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기능이나 향후 업데이트될 서비스를 미리 판매하는 방식도 가능해졌다. 그 과정에서 '언젠가 제공될 기능'의 가치가 차량 가격에 포함되기 시작했다.
테슬라 FSD 논란 역시 여기서 출발한다. 소비자는 향후 제공될 기능까지 포함한 옵션에 먼저 비용을 지불했고, 일부 기능의 실제 이용 시점은 기술 개발과 규제 승인에 따라 달라졌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소비자는 투자자가 아니다"라고 강조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소비자는 기술 개발의 성공 가능성에 투자하는 주체가 아니라 약속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 대금을 지급한다는 주장이다.
앞으로 공정위가 살펴볼 부분도 결국 이 지점이다. 테슬라코리아가 FSD의 국내 이용 가능성과 승인 절차, 차량별 제한, 제공 시점의 불확실성을 소비자가 구매 결정을 내릴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구체적으로 알렸는지 여부다. 소비자단체는 온라인 주문 과정에서 거래 조건 안내가 충분했는지도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FSD가 언제 국내에서 실제로 폭넓게 이용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변수다. 그러나 미래 기능을 먼저 판매하는 자동차가 늘어날수록 소비자에게 알려야 할 정보의 범위도 함께 커질 가능성이 높다.
테슬라 FSD를 둘러싼 이번 신고는 그 경계를 어디까지 설정해야 하는지를 공정위가 판단하게 된 첫 단계다. 미래 기술을 먼저 파는 시대, 소비자가 함께 사는 것이 기능인지 불확실성인지도 따져볼 필요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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