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제조사 제대로 알렸어야”…소비자원, 벤츠에 1인당 400만원 배상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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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벤츠 전기차 충전소 모습. /뉴시스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가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누락·은폐한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에 소비자 1인당 400만원을 배상하라는 조정 결정을 내렸다. 벤츠코리아가 일부 전기차에 중국 파라시스(Farasis) 배터리 셀을 탑재하고도 딜러사에 CATL 배터리 셀만 장착된 것처럼 안내한 데 따른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소비자분쟁조정위는 벤츠코리아가 공식 수입·판매한 EQE·EQS 5개 차종의 배터리 셀 제조사 정보를 정확히 고지하지 않은 행위와 관련해 집단분쟁조정 결정을 내렸다고 4일 밝혔다.

이번 조정은 소비자 53명이 지난 5월 벤츠코리아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차량 구매 당시 CATL 배터리 셀이 탑재된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파라시스 배터리 셀이 장착됐다며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위원회는 조정 절차를 개시한 뒤 추가 참가자를 모집해 최종 142명의 사건을 대상으로 지난 9월 2일 조정을 결정했다. 대상 차종은 EQE 500 4MATIC SUV, EQE 53 4MATIC+, EQE 350+, EQE 350 4MATIC, EQS 350 등이다.

위원회는 벤츠코리아가 딜러사에 배포한 차량판매지침에 파라시스 배터리 셀 탑재 사실을 누락하고 CATL 배터리 셀만 장착된 것처럼 기재한 점을 문제로 판단했다. 해당 지침을 딜러사 직원들이 영업에 활용하도록 교육하고 홍보한 만큼, 잘못된 정보가 소비자에게 전달된 데 대한 책임이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소비자들이 딜러사 직원을 통해 전달받은 정보를 신뢰해 차량을 구매한 만큼 합리적인 구매 선택 기회가 침해됐다고 봤다. 차량 판매의 기준이 되는 핵심 자료인 판매지침을 정확하게 작성하고 안내할 주의의무가 벤츠코리아에 있다는 점도 판단 근거로 들었다.

배상액은 신청인 1인당 400만원으로 결정됐다. 위원회는 전기차 배터리가 차량의 구동 성능과 안전성에 직결되는 핵심 부품인 데다 배터리 제조사별 시장점유율과 인지도, 기술력 등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수입차 소비자는 독점 수입·판매사의 상품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반영했다.

지난 2024년 8월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벤츠 전기차 화재 이후 파라시스 배터리 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하면서 해당 배터리가 장착된 차량의 교환가치가 낮아질 가능성도 배상액 산정에 고려됐다.

다만 이번 조정 결정이 곧바로 배상 확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벤츠코리아는 결정서를 받은 날부터 15일 이내에 수락 여부를 위원회에 통보해야 한다. 양측이 조정안을 수락하면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발생한다.

벤츠코리아가 조정안을 수락할 경우 위원회는 조정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에게도 동일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보상계획서 제출 등 후속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용호 위원장은 “이번 조정 결정이 피해 차주들의 실질적인 권익 구제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한국 소비자의 독일 수입차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벤츠코리아가 분쟁 해결에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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