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락 재구성] 빨라진 기술 변화…완전변경 못 기다린 'BMW 7시리즈'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자동차 한 세대의 수명은 길다. 완전변경 모델이 나온 뒤 수년간 판매되고, 중간에 부분변경을 거쳐 다음 세대로 넘어가는 흐름이 익숙하다.

그런데 최근 플래그십 세단에서는 이 공식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소프트웨어와 디지털 인터페이스, 운전자 보조 시스템, 전동화 기술이 빠르게 바뀌면서 다음 완전변경 모델을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BMW 7시리즈가 대표적이다. BMW 코리아는 4일 7세대 7시리즈의 부분변경 모델인 '더 뉴 BMW 7시리즈'를 국내에 공식 출시했다. 현행 7시리즈는 국내 수입 대형 럭셔리 플래그십 세단 시장에서 3년 연속 판매 1위를 기록한 모델이다. 판매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상품성을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과는 거리가 있다.

그럼에도 BMW는 이번 부분변경에서 외관과 실내뿐 아니라 디지털 경험, 파워트레인, 섀시, 운전자 보조 시스템까지 거의 모든 영역을 손봤다. BMW 코리아는 이번 7시리즈를 '그룹 역사상 가장 큰 변화를 거친 모델'로 소개하고 있다.


변화의 중심에는 '노이어 클라쎄(Neue Klasse)'가 있다. 노이어 클라쎄는 BMW가 차세대 제품군을 위해 준비해 온 새로운 기술 체계다. 이미 신형 iX3 등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지만, 이번 7시리즈가 갖는 위치는 조금 다르다. 새로 개발한 차가 아니라 이미 판매 중인 기존 세대 모델 가운데 처음으로 노이어 클라쎄 기술을 대대적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BMW는 7시리즈를 시작으로 2027년 말까지 노이어 클라쎄 기술을 약 40개 모델에 확대할 계획이다. 현행 모델도 세대교체 시점까지 기다리지 않고 새로운 기술을 순차적으로 받아들이겠다는 뜻이다.

7시리즈 실내에서 변화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BMW 오퍼레이팅 시스템 X를 기반으로 한 'BMW 파노라믹 iDrive'가 적용됐고, 앞유리 하단 전체 폭에 정보를 띄우는 'BMW 파노라믹 비전'과 3D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새롭게 들어갔다. 센터 디스플레이와 스티어링 휠의 조작 체계도 바뀌었다. 기존 7세대가 유지되는 동안 디지털 사용 경험은 사실상 새로운 세대로 넘어간 셈이다.

운전자 보조 시스템의 작동 방식도 달라졌다. 새로운 'BMW 심바이오틱 드라이브'는 주행 보조 기능을 사용하는 동안 운전자가 가속이나 조향, 제동에 개입해도 시스템을 곧바로 해제하지 않는다. 운전자와 보조 시스템이 주도권을 주고받는 과정을 이전보다 자연스럽게 만드는 방식이다.

순수전기 모델 i7의 변화 폭도 크다. 6세대 BMW eDrive 기술을 적용하면서 기존보다 에너지 밀도가 최대 20% 높아진 원통형 배터리 셀과 실리콘 카바이드(SiC) 인버터 등을 투입했다. i7 50 xDrive와 i7 60 xDrive는 국내 인증 기준 모두 508㎞의 1회 충전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각각 기존 대비 53㎞, 70㎞ 늘어난 수치다.


내연기관 모델도 그대로 두지 않았다. 740 xDrive는 직렬 6기통 가솔린 엔진과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조합해 최고출력을 기존보다 19마력 높인 400마력으로 끌어올렸고 복합연비도 10.3㎞/ℓ에서 11.0㎞/ℓ로 개선했다.

BMW가 잘 팔리는 플래그십을 이 정도까지 바꾼 이유는 7시리즈의 상품 주기와 기술의 발전 속도가 더 이상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럭셔리 플래그십은 제조사가 보유한 최신 기술을 가장 적극적으로 보여줘야 하는 차종이다. 몇 년 전 출시 당시에는 첨단이었던 디지털 인터페이스와 소프트웨어도 다음 완전변경 시점까지 그대로 유지하면 경쟁 모델보다 빠르게 낡아 보일 수 있다.

올해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의 변화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올해 S클래스 부분변경에서 차량 구성 요소의 50% 이상, 약 2700개 부품을 새로 개발하거나 개선했다. 차세대 운영체제 MB.OS도 적용했다.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이를 한 세대 안에서 이뤄진 가장 광범위한 S클래스 업데이트로 설명했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가 비슷한 시기에 플래그십 세단의 부분변경 범위를 크게 넓혔다는 사실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과거에 비해 외관과 편의사양 중심의 부분변경만으로는 한 세대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차량의 상품성을 결정하는 요소가 기계적인 완성도에서 소프트웨어와 디지털 UX, ADAS, 배터리 효율까지 넓어지면서 업데이트해야 할 영역도 많아졌다.


BMW 7시리즈의 변화는 뒷좌석에서도 확인된다. 기존 31.3인치 BMW 시어터 스크린에 500만 화소 카메라를 새로 넣어 이동 중 화상회의가 가능해졌고, HDMI 단자를 통해 노트북 화면을 확장할 수도 있다. 뒷좌석을 휴식 공간으로 강조했던 플래그십 세단이 이제 엔터테인먼트와 업무 공간까지 함께 요구받고 있는 셈이다.

전동화와 내연기관을 함께 끌고 가는 방식도 눈에 띈다. BMW는 국내에 가솔린 740 xDrive와 순수전기 i7 3종을 우선 출시하고, 이후 디젤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고성능 모델까지 추가할 계획이다. 전동화 전환 속도가 시장마다 다른 상황에서 하나의 동력원으로 플래그십 고객을 묶기보다는 선택지를 넓게 가져가는 전략이다.

결국 이번 7시리즈에서 중요한 건 '부분변경인데 얼마나 많이 바뀌었느냐'만은 아니다. BMW는 현행 7시리즈가 국내에서 3년 연속 시장 선두를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도 대규모 업데이트를 선택했다.

노이어 클라쎄 기술을 기존 라인업에 확산하는 첫 주자로 7시리즈를 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플래그십은 브랜드가 보유한 기술을 가장 늦게 받는 차가 될 수 없다. 판매 성적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기존 상품성을 그대로 유지하기도 어려워졌다.

자동차의 완전변경 주기는 여전히 수년 단위다. 반면 소프트웨어와 전동화 기술은 그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인다. 그 간격이 벌어질수록 부분변경의 역할도 커질 수밖에 없다. BMW가 7시리즈에서 보여준 변화는 그래서 한 모델의 상품성 개선보다 더 흥미롭다. 완전변경을 기다리지 못할 만큼 빨라진 기술 변화가 자동차의 세대교체 공식까지 흔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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