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현대자동차그룹이 모바일 로봇 플랫폼 '모베드(MobED, Mobile Eccentric Droid)'를 국내 로봇기업들이 공동으로 활용하는 기반으로 키운다. 현대차그룹이 주행과 자세 제어를 담당하는 이동 플랫폼을 제공하고 전문기업들은 각 산업에 필요한 기능과 서비스를 얹는 방식이다.
모든 로봇을 직접 개발하는 대신 하나의 하드웨어를 여러 용도로 활용하는 분업 구조다. 배송과 순찰부터 분리수거, 양팔 로봇까지 서로 다른 기능이 같은 모베드를 기반으로 구현되면서 지난 3월 출범한 '모베드 얼라이언스'도 상용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4일부터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리는 '2026 로보월드'에서 △가온로보틱스 △위고로보틱스 △로아스 국내 로봇기업 3곳이 개발한 모베드 기반 로봇을 공개했다.

모베드는 바퀴 4개를 각각 독립적으로 구동하는 편심 휠 기반 DnL(Drive-and-Lift) 모듈을 적용했다. 울퉁불퉁한 노면에서도 차체 수평을 유지할 수 있고 제한된 공간에서는 360도 회전한다. 20㎝ 단차를 오르내리는 주행도 가능하다.
현대차그룹이 강조하는 부분은 이런 주행 능력 자체보다 이를 여러 기업이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다. 로봇기업들은 이동 플랫폼을 따로 개발하지 않고 각자의 전문기술과 산업별 요구에 맞춘 톱 모듈(Top Module)과 서비스 개발에 집중할 수 있다.
◆몸체 하나로 다른 기능…모베드 활용법 다양화
이번 로보월드에서는 모베드 한 대가 여러 형태의 로봇으로 바뀌는 구조가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가온로보틱스는 모베드 위에 순찰과 배송·분리수거·세미휴머노이드용 모듈을 결합한 로봇 4종을 선보였다. 택배와 생활물품을 목적지까지 옮기거나 재활용품을 수거해 지정 장소로 운반하는 생활지원 서비스를 구현했다.
위고로보틱스는 이동 플랫폼에 양팔 로봇을 결합했다. 로봇이 움직이면서 물체를 잡고 조작할 수 있으며 양팔 독립·협동 제어와 로봇운영체제(ROS) 기반 통합 제어, AI 학습·추론 기술도 적용했다. 같은 이동 기반에 작업 기능을 더한 형태다.

로아스는 순찰에 집중했다. 좁은 공간에서 회전하고 차체 높낮이와 좌우 자세를 조절하면서 단차를 넘는 모베드의 주행 능력을 순찰 서비스에 활용했다.
이미 다른 영역에서도 같은 방식이 적용되고 있다. 현대오토에버는 지난달 모베드를 기반으로 순찰로봇과 AI 영상분석·관제를 결합한 치안·보안 솔루션을 공개했다. 상부 모듈을 바꾸면서 순찰·배송·안내 등으로 기능을 달리하는 모베드의 플랫폼 구조를 활용했다.
모베드가 특정 서비스에 맞춰 완성된 로봇 한 종류로 고정되지 않는다는 점이 사업 확장의 핵심이다. 이동과 자세 제어를 공통 하드웨어로 묶고 상부 기능을 교체하면 적용 산업마다 새로운 이동체를 처음부터 개발해야 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얼라이언스로 분업 체계…현장 도입이 관건
현대차그룹은 올해 3월 스마트공장·자동화산업전(AW 2026)에서 '모베드 얼라이언스'를 공식 출범시켰다. 현대트랜시스와 SL 등 국내 부품사 10곳, LS티라유텍과 가온로보틱스 등 로봇 솔루션 기업 5곳, 유관기관이 참여했다. 당시 모베드 국내 판매도 함께 시작됐다.
역할도 나눴다. 현대차그룹 로보틱스랩은 모베드의 핵심 플랫폼을 개발·공급하고 부품사는 센서와 전장·배터리 등 주요 부품을 맡는다. 로봇 솔루션 기업은 산업별 맞춤형 모듈과 현장 적용을 담당한다. 얼라이언스 출범 당시부터 야외 배송과 순찰용 드론 스테이션, 디지털 사이니지 등 10종의 산업 맞춤형 모듈 개발이 제시됐다.
이번 로보월드 전시는 이 분업 모델이 실제 응용 로봇으로 옮겨가는 과정에 해당한다. 현대차그룹이 모베드를 공급하고 외부 기업들이 자신들의 기술을 결합하면서 하나의 플랫폼에서 여러 산업용 로봇이 만들어지는 구조가 모습을 드러냈다.

모베드 역시 실험용 콘셉트에서 상용 제품으로 전환을 마친 상태다. 2022년 CES에서 처음 등장한 뒤 약 3년간 개발을 거쳤고 지난해 말 일본 국제로봇전시회(iREX)에서 양산형이 공개됐다. 올해 CES에서는 로보틱스 부문 최고혁신상을 받았으며 베이직과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프로 모델로 제품군을 나눴다.
현대차그룹의 최근 피지컬 AI 전략과도 결이 맞는다. 그룹은 엔비디아와 함께 대학·연구소·스타트업에 표준화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환경을 제공하는 '로봇 레퍼런스 플랫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제조 경험이나 자체 하드웨어가 부족한 기업도 동일한 기반에서 로봇·AI 기술을 개발하고 검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모베드 역시 이 구조의 현장형 사례로 볼 수 있다. 현대차그룹이 주행 플랫폼과 핵심 부품을 맡고 외부 기업이 배송·순찰·조작 등 각자의 전문영역을 채우면서 응용 범위를 늘린다.
향후 관건은 실제 수요처 확보다. 다양한 톱모듈을 개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물류와 보안·서비스·산업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도입되는 사례가 쌓여야 플랫폼 사업도 규모를 키울 수 있다. 이번 로보월드에 등장한 여러 형태의 모베드는 모베드가 하나의 로봇 제품에서 여러 로봇이 공유하는 기반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가늠할 초기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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