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박설민 기자 드론, UAM(도심항공교통) 등 ‘전기추진 항공기’는 차세대 미래 항공 기술 중 하나다. 이때 안정적 비행을 좌우하는 것은 ‘배터리’다. 여러 개의 프로펠러를 사용하는 전기추진 항공기는 배터리에서 공급받은 전력으로 모터를 움직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다.
문제는 비행 중 특정 배터리의 전압이 급격히 떨어질 경우다. 모터가 멈추거나 다른 모터에 부담이 집중되면서 연쇄적인 고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배터리 전력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비상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술도 중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국내 우주항공 산업계서도 차세대 배터리 운용 기술을 개발 중이다. 핵심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KAI는 최근 관련 기술 특허 등록을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향후 전기항공기와 미래항공모빌리티(AAM) 시장에서의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 공통 배터리로 부족 전력 자동 공급… 순간 과부하 대응 능력 최대 2배↑
2일 본지가 지식재산처 등록특허공보를 확인한 결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지난 9월 7일 ‘전기추진 항공기의 배터리 통합 운용 장치(등록번호 제10-3017726호)’의 특허 등록을 완료했다. 지식재산처는 지난 9월 10일 해당 기술의 등록특허공보를 공고했다. 지난해 7월 9일 특허를 출원한 지 약 1년 2개월 만이다.
KAI 연구진이 특허를 등록한 기술은 전기추진 항공기의 전력 공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배터리 통합 운용 장치다. 쉽게 말해 여러 배터리가 각각 모터에 전기를 공급하는 기존 방식에 별도의 공통 배터리를 추가한다. 기술 원리는 특정 배터리와 연결된 전력 공급 통로의 전압이 낮아지면 공통 배터리에서 부족한 전력을 자동으로 보충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비행 중 일부 모터의 출력이 떨어지거나 멈출 위험을 줄일 수 있다.
특허는 8개의 모터와 4개의 기본 배터리로 구성된 전력계통을 예로 제시했다. 각 배터리는 전기가 흐르는 통로인 ‘전력 버스(BUS1~BUS4)’를 통해 여러 모터에 전기를 공급한다. 여기에 KAI는 다섯 번째 배터리인 공통 배터리를 추가했다. 4개의 기본 배터리들에게 다같이 사용할 수 있는 ‘공유 보조 배터리’를 제공한 셈이다.
전압 차이만으로 전력이 부족한 곳에 자동 공급된다는 점도 특징이다. 별도의 제어장치나 소프트웨어의 판단 없이 가능하다. 특정 배터리에 연결된 전력 공급 통로의 전압이 낮아지면 공통 배터리에서 부족한 전력을 보충한다. 이는 전자부품 ‘다이오드’ 덕분에 가능하다. 다이오드는 전기가 정해진 방향으로 흐르도록 하는 장치다.
특정 전력 버스의 전압이 공통 배터리 전압보다 낮아지면 다이오드로 전기가 흐른다. 이를 통해 공동 배터리의 전력이 해당 버스로 자동 공급된다. 예를 들어 비행 중 강한 바람 때문에 특정 프로펠러에 큰 힘이 필요해지면 해당 모터가 평소보다 많은 전기가 필요하다. 이때 공통 배터리가 부족한 전력을 자동으로 보충해 모터가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돕는다.
반대로 이 장치는 각 전력 버스의 전기가 공통 배터리나 다른 버스로 거꾸로 흐르는 것을 막는다. 이를 통해 한 계통의 문제가 다른 계통으로 번지는 것을 차단한다. 이 과정에서 전압이 떨어지면 공통 배터리가 전력을 보충할 수 있다.
배터리에 고장이 발생했을 때 다른 장치까지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는 안전기술도 적용됐다. 전기항공기는 여러 배터리와 모터가 연결돼 있기 때문에 한쪽에서 전기적인 문제가 발생하면 다른 부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KAI가 고안한 5번째 배터리는 4개 버스와 다이오드로 역방향 전력공급이 분리된 상태로 연결된다. 따라서 사고 영역이 분리된 상태로 순간 과부화된 엔진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특히 전선에 지나치게 많은 전류가 흐르거나 합선이 발생하면 관련 장치가 손상될 위험이 있다. KAI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전력 공급 통로 곳곳에 퓨즈를 배치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퓨즈는 위험할 정도로 많은 전류가 흐를 때 전기 연결을 끊어주는 안전장치다. 모터를 보호하는 퓨즈와 공통 배터리의 전력 공급 경로를 보호하는 퓨즈를 별도로 설치하는 구조도 있다. 공통 배터리 쪽 퓨즈가 더 빠르게 끊어지도록 설계해 고장이 다른 전력계통으로 퍼지는 위험을 줄인다.
특허에 따르면 기존 배터리 총용량의 25%에 해당하는 공통 배터리를 추가로 설치할 수 있다. 이는 기본 배터리 1개 분량에 해당한다. 이때 특정 전력계통에 순간적인 과부하가 발생하더라도 해당 계통이 활용할 수 있는 전력을 이론상 최대 2배까지 늘릴 수 있다.
◇ 해외서 전기추진 항공기 동력 상실·추락 사고… 관련 시장 성장 기대
이번에 KAI가 개발·특허를 등록한 배터리 안전장치의 기대효과는 아직 실제 비행시험을 통해 검증된 수치는 아니다. 다만 KAI의 설명대로 성능이 구현된다면 전기항공기의 비행 안정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전기추진 항공기들의 배터리 안정성 문제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2022년 ‘영국 항공사고조사국(AAIB)’의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4월 29일 크랜필드 공항 북쪽 1마일 지점에 전기추진 항공기 ‘G-HYZA’가 비상 착륙한 것도 배터리 안전성 문제였다.
사고는 당시 실험 비행 테스트를 수행하던 중 발생했다. 전기모터에 전원 공급이 되지 않는 문제가 원인이다. 기체에 탑재된 배터리는 수소연료전지와 리튬배터리의 하이브리드 형태였다. 이중 일반 배터리를 잠시 차단한 후, 수소연료전지만 구동하는 시험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회전하는 프로펠러가 만들어낸 전압이 모터 전력 공급을 끊은 것이다.
또한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가 지난 7월 30일 발표한 최종 사고조사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10월 23일 미국 플로리다주 인디언타운에서 시험비행 중이던 전기 수직이착륙 항공기 ‘에어 VEV 제로2(Air VEV Zero 2)’가 추락했다.
조사 결과, 착륙 과정에서 후방 모터 1개에 갑자기 부하가 증가, 비정상적인 전류 변화가 발생했다. 이에 모터 보호장치가 작동해 해당 모터가 정지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후 인접한 모터들에도 부하가 집중되면서 연쇄적으로 작동이 멈추면서 기체가 균형을 잃고 추락했다.
이 같은 사고는 전기추진 항공기의 안정적 전력 공급과 고장 대응 기술의 필요성을 증명한다. 실제로 전기항공기의 본격적인 상용화가 이뤄지는 현재, 관련 기술 시장도 급성장하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HTF마켓인텔리전스가 지난 10월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전기 수직이착륙 항공기 고장 대응형 전력 배분 시스템 시장은 2025년 4억2,000만달러에서 2034년 28억6,000만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23.8%에 달한다.
해당 시장에는 비행 중 전력 공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다중 전력 공급 장치와 고장 감지·차단 시스템 등이 포함된다. KAI가 이번에 특허를 확보한 배터리 통합 운용 기술 역시 이 같은 전력 공급 안정성 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만큼, 향후 전기항공기 상용화가 확대되면 관련 기술의 활용 가능성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KAI 관계자는 “이번 특허는 여러 배터리 중 일부 계통의 전압이 떨어지더라도 별도의 제어 없이 공통 배터리가 즉시 전력을 보충하도록 해 전기추진 항공기의 전력계통의 신뢰성을 높이는 기술”이라며 “향후 시험과 검증을 거쳐 미래항공기체 등 차세대 항공기 개발에 활용할 수 있도록 기술을 고도화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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