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방금숙 기자] 식품업계가 원재료부터 완제품까지 이어지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대대적인 담합 조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가공식품과 라면 가격 인상 과정에 대한 조사가 본격화된 가운데, 기존 사건들의 추가 제재 가능성까지 남아 있어 업계의 부담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2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공정위 조사는 원재료에 이어 최근 완제품과 가공식품, 외식 분야로 전방위 확대되고 있다.
공정위 중점조사기획단은 지난달 28일 농심·삼양식품·오뚜기·팔도 등 주요 라면 제조업체 4곳을 대상으로 현장조사에 나섰다. 라면 가격 인상 시기와 폭 등을 사전에 협의했는지가 핵심 조사 대상이다.
앞서 지난달 14일에는 대상·오뚜기·CJ제일제당 등을 대상으로 김치·두부·유지류·선물세트·즉석밥·장류 등 6개 품목의 가격 결정 과정을 조사했다. 2018년 이후 업체 간 가격 인상 시기와 폭을 협의했는지, 2020년 이후 유통업체의 할인 판매를 제한하는 '재판매가격 유지행위'가 있었는지를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식업계도 사정권에 들어왔다.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은 지난달 6일 BBQ·bhc·교촌치킨 등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에 조사관을 보내 가격 담합 의혹을 들여다봤다. 올해 3월부터 10월까지 치킨용 육계 가격이 37.7% 하락했음에도 대표 메뉴 가격이 유지되면서 가격 결정 구조에 조사가 집중됐다.
다만 가공식품과 라면 조사는 담합 의혹을 확인하는 초기 조사 단계다. 현장조사만으로 위법 행위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 밀가루·전분당 부산물 및 입찰 담합…심의 단계 돌입
이미 조사를 마치고 최종 제재 수위를 결정하는 심의 단계에 들어선 사건들도 줄을 잇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달 14일 대한제분·사조동아원·사조대림·삼양사·CJ제일제당·한탑 등 6개사에 밀가루 부산물 가격 담합 관련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공정위 심사관은 이들 업체가 2017년 4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8년 6개월간 소맥피와 등외분 등 밀가루 부산물 판매가격을 매월 합의한 것으로 판단했다. 관련 매출액은 약 1조4000억원이다. 심사관은 과징금 부과와 법인·임직원 고발 의견을 제시했다.
전분당 관련 제재 절차도 이어지고 있다.
공정위는 대상·사조CPK·삼양사 등 3개사의 전분당 부산물 가격 담합 혐의도 조사해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단백피·글루텐·배아 등의 판매가격을 2017년 8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합의했다는 내용으로, 관련 매출액은 약 1조5500억원이다.
대상·사조CPK·삼양사·CJ제일제당 등 4개사는 포스코 등 대형 실수요처의 구매 입찰에서도 담합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6년 9월부터 2025년 6월까지 입찰 과정에서 사전에 합의했다는 내용으로, 관련 매출액은 약 9400억원이다.
두 사건 모두 심사보고서가 발송돼 전원회의 심의를 앞두고 있다. 최종 위법 여부와 제재 수준은 공정위 심의를 거쳐 결정된다.

◇ 원재료 담합 과징금만 1조원 넘어 ‘역대 최대 규모’
올해 식품업계의 과징금 규모를 키운 것은 설탕·밀가루·전분당 등 기초 식품 원재료 담합 제재다.
공정위는 올해 7월 대상·사조CPK·삼양사·CJ제일제당 등 전분·전분당 제조업체 4곳에 747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업체별로는 대상 2341억4100만원, 삼양사 2103억4000만원, 사조CPK 2001억3200만원, CJ제일제당 1029억6500만원이다.
앞서 5월에는 밀가루 가격과 물량을 담합한 제분업체 7곳에 6710억원, 2월에는 설탕 가격을 담합한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 등 3개사에 3959억원의 과징금을 각각 부과했다.
세 사건의 과징금 합계만 1조8000억원을 넘어선다. 여기에 돼지고기 구매입찰 담합 2건에 대한 제재까지 더하면 올해 식품업체 담합 5건의 과징금 부과액은 총 1조8178억원에 달한다. 관련 매출액은 약 15조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7년부터 올해 9월까지 식품업계에 부과된 전체 과징금 2조1911억원의 83%에 해당한다.

◇ 천문학적 과징금에 사법 대응 잇따라
거액의 과징금을 맞은 기업들의 대응은 엇갈리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설탕 과징금 1383억원에 대해 5회 분할납부를 승인받아 1회차(약 277억원)를 납부하는 등 납부 의무를 이행하면서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밀가루·전분당 과징금도 동일한 기조로 대응 중이다.
대상은 지난해 영업이익 1693억원의 1.4배에 달하는 전분당 과징금 2341억원을 부과 받아 2028년 10월까지 6차례 분할납부를 진행한다. 1회차를 지난달 27일 390억원을 납부했다.
삼양사는 전분당 과징금 2103억원을 자진신고자 감면 제도(리니언시)로 전액 면제받았다. 반면 설탕 1302억원과 밀가루 948억원 과징금과 밀가루 ‘가격 재결정 명령’에 대해서는 법원으로부터 집행정지 결정을 받아 본안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경영진도 고개를 숙였다. 지난달 7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찬호 CJ제일제당 대표와 이운익 삼양사 대표는 담합 행위에 대해 사죄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 불확실성 커지는 식품업계…추가 과징금 공포
그러나 기업들의 내부 쇄신 노력에도 불구하고 식품업계의 긴장감은 당분간 식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부과된 1조8000억원대 과징금 외에 추가 제재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분당과 밀가루 부산물, 입찰 담합 사건이 별도로 진행되고 있어 각 사건의 심의 결과에 따라 수천억원대 추가 과징금이 부과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공정위의 추가 과징금 규모는 산정 기준과 전원회의 심의에 따라 달라져 사전에 예측이 어렵다”며 “기업이 소송을 다투더라도 최초 처분액과 최종 부담액 차이에 따른 재무 리스크와 시장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점이 가장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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