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벗는 '재혼황후'…성공하면 '꽃남' 신드롬, 반대면 '서프라이즈' [MD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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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혼황후'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디즈니+가 올해의 마지막 야심작으로 준비한 오리지널 시리즈 ‘재혼황후’가 오는 4일 마침내 베일을 벗는다. 동명의 메가 히트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동대제국의 황후 나비에(신민아)가 도망 노예 라스타(이세영)에게 빠진 황제 소비에슈(주지훈)로부터 이혼을 통보받은 뒤, 서왕국의 왕자 하인리(이종석)와의 재혼 승인을 요구하며 벌어지는 로맨스 판타지다.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그동안 서양풍 로맨스 판타지 웹소설이나 웹툰이 영상화될 때는 국내 정서에 맞춰 조선 시대를 비롯한 한국 사극 배경으로 현지화(로컬라이징)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지난해 KBS 2TV 드라마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역시 사극 로맨스로 각색된 바 있다.

그러나 '재혼황후'는 관행을 깨고 원작 고유의 서양풍 중세 황실 세계관과 인물들의 이름을 그대로 실사화했다. 말 그대로 정면돌파. 한국 드라마 지형에서는 '개척자의 길'이다.

사전 공개된 스틸과 영상 속 비주얼은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다. 베르사유 궁전을 연상시키는 압도적인 스케일의 황궁 세트, 고풍스러운 미술, 매 장면 눈을 사로잡는 신민아와 이세영의 화려한 드레스는 시각적 만족감을 안긴다. 마법과 괴물이 등장하고 하인리가 새로 변신해 나비에와 교감하는 비현실적 컴퓨터 그래픽(CG) 역시 우려와 달리 비교적 자연스럽게 구현됐다.

'재혼황후'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이 가운데 서사의 뼈대는 지극히 한국적이다. 서양 황실이라는 낯선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극을 관통하는 동력은 네 남녀의 치정과 배신, 욕망이 교차하는 ‘K-막장 드라마’의 익숙한 문법이다. 정부를 들이며 조강지처를 버린 황제, 그에 굴하지 않고 재혼으로 반격을 가하는 황후의 사이다 복수극은 장르를 불문하고 국내 시청자들의 도파민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구조다. 신민아, 주지훈, 이종석, 이세영 등 쟁쟁한 톱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 또한 이 비현실적 판타지에 개연성을 부여하는 든든한 방패막이다.

그럼에도 우려가 제기되는 것은 진입장벽이 있기 떄문이다. 동양인 배우들이 중세 유럽풍의 복식을 갖춰 입고 서로를 "나비에", "소비에슈"라 부르는 광경은 대중에게 시각적·정서적 이질감을 준다. 때문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벌써부터 "선공개만 봐도 쉽지 않다", "유럽풍 배경에 한국 배우들이 나오니 어색하다", "원작 특유의 오글거림을 견디는 '항마력'이 관건"이라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이 같은 풍경은 지난 2009년 방송계를 뒤흔들었던 KBS 2TV 드라마 '꽃보다 남자'를 떠올리게 한다. 방영 전 순정만화 특유의 유치하고 과장된 설정 탓에 "손발이 오그라든다"는 혹평을 받았던 '꽃보다 남자'는, 역설적으로 그 낯간지러운 매력을 밀어붙이며 시청자들에게 일종의 ‘집단 최면’을 거는 데 성공해 30%가 넘는 신드롬을 낳았다.

'재혼황후'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반면 시청자를 설득하는 데 실패할 경우의 결말은 차갑다. 서양 배경과 한국어 대사의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설정에 몰입시키지 못한다면, 자칫 일요일 아침 교양 프로그램인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속 외국인 재연극을 보는 듯한 어색함과 패러디의 조롱거리로 전락할 위험도 상존한다.

'재혼황후'의 도전은 글로벌 OTT 시대를 맞은 K-드라마의 소재와 세계관이 어디까지 뻗어갈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중대한 리트머스 시험지이기도 하다. 성공한다면 17년 전 '꽃보다 남자'처럼 대중의 낯섦을 쾌감으로 치환하며 K-콘텐츠의 새로운 장르적 지평을 열어젖힐 수 있다. 4일 공개되는 초반 4개의 에피소드에서 '재혼황후'가 과연 시청자들에게 마법 같은 최면을 걸 수 있을지, 방송가의 눈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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