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두완 기자 2027년 예산 방향은 ‘모두의 성장’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미래 산업에 투자하고 사회적 격차를 줄이는 데 내년도 예산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청년과 취약계층의 지원을 늘리고, 지방의 성장 기반도 넓힌다는 구상이다. 관건은 실행이다. 지원 대상에 따라 혜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투자사업의 준비와 재원 확보는 충분한지 확인해야 한다. 시정연설에 담긴 예산 기조와 국회예산정책처가 제시한 심사 과제를 중심으로 살펴봤다.
Q. 이 대통령이 제시한 내년 예산안의 방향은 무엇인가.
A. 미래 성장동력 투자와 격차 완화다. 이 대통령은 일부 지역과 계층, 기업에 집중된 성장의 기회와 성과를 넓히겠다고 밝혔다. 총지출은 올해 본예산보다 12.8% 늘어난 820조9,000억원이다. 편성 원칙으로는 △비효율적 지출을 줄이면서 투자 확대 △세금 감면보다 재정지원 우선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지방 우대를 제시했다. 첨단산업을 키우는 동시에 청년·취약계층 지원과 지역 투자를 확대해 성장의 기반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Q. 107조원 지출구조조정은 예산을 그만큼 줄였다는 뜻인가.
A. 전체 예산을 107조원 줄였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 대통령은 2,100여개 사업 폐지를 포함해 6,476개 사업에서 107조2,000억원의 지출구조조정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내년도 총지출은 오히려 올해보다 93조원 늘었다. 기존 사업의 지출을 조정하면서 다른 분야의 투자를 확대한 것이다.
다만 구조조정 금액만으로 절감 효과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사업 종료에 따른 감소와 실제 감액, 다른 회계·기금으로의 이관을 구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정부의 구조조정과 별도로 내년도 예산안의 ‘100대 문제 사업’에서 30조원을 삭감하겠다는 입장이다. 줄인 예산은 일자리·생계·돌봄·안전·청년 등 민생 분야에 재배분하겠다고 밝혔다.
Q. 세액공제를 지원금으로 바꾸면 무엇이 달라지나.
A. 내야 할 세금을 깎아주는 방식에서 지원금을 직접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납부할 세금이 적어 공제 혜택을 충분히 받지 못했던 사람도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 이 대통령은 혼인·출산 세액공제 등 17개 조세지출, 1조9,000억원을 재정지원으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사업이 혼인지원금이다. 정부는 2027년 1월 1일 이후 혼인신고를 한 국민에게 연령·소득 제한 없이 부부당 최대 100만원을 지급할 계획이다.
다만 지급액 전부를 중앙정부가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최대 100만원을 지급하는 구조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기본 국고보조율 적용 시 지방비 부담은 서울 65%, 나머지 지역 35%다. 소득세를 깎아주던 혜택을 지원금으로 바꾸면서 지방정부도 지급 비용 일부를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에 따른 지방재정 영향을 검토하고 지급 근거를 마련할 법률 개정과 연계해 예산안을 심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Q. 미래대응기금은 어떤 쟁점을 안고 있나.
A. 늘어난 세수를 투자와 불황 대비에 쓸지, 국가채무 부담을 줄이는 데 쓸지를 놓고 여야가 맞선다. 정부는 추가 세수를 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인재 분야에 투자하고 여유자금은 세수가 부족할 때 활용할 계획이다. 민주당도 기금의 상당 부분을 여유재원으로 쌓아두는 구조라고 강조한다. 반면 국민의힘은 여유자금 104조4,000억원을 국채 발행 축소에 활용하자고 요구했다. 정부와 국회예산정책처 모두 2029년 이후에는 추가세수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는 만큼 이후 사업을 유지할 재원도 쟁점이다.
국회 통제를 둘러싼 입장도 갈린다. 국민의힘은 정부가 주요 지출항목을 최대 30%까지 국회 의결 없이 변경할 수 있다는 점을 문제 삼는다. 민주당은 기금운용계획도 국회의 사전 심의·의결을 받는다고 반박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자체 변경 한도를 20% 수준으로 낮추고, 사업을 담당하는 상임위의 의견이 기금 심사에 반영되도록 절차를 보완할 것을 제안했다.
Q. AI·반도체 투자사업은 집행할 준비가 됐나.
A. 예산은 편성됐지만 사업 추진에 필요한 계획이나 부지 확보 절차가 끝나지 않은 경우가 있다. 이 대통령은 3대 메가프로젝트와 인공지능 투자에 21조3,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회예산정책처는 반도체산업을 어떤 방향으로 지원할지 정하는 법정 기본계획이 마련되기 전에 예산안이 편성됐다고 지적했다. 서남권 반도체클러스터도 군 공항 이전과 부지 확보 일정 등을 반영해 사업계획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봤다.
기술 검증과 기반시설 준비도 남아 있다. 피지컬 AI 건설 분야에서는 시험시설인 실증랩 설치 예산보다 현장 검증 예산이 먼저 편성됐다. 호남권 반도체 산단에 물을 공급하는 사업은 국가수도기본계획에 반영되지 않았다. 국회예산정책처는 현장 검증에 투입할 기술의 준비 상태를 확인하고, 기반시설 구축에 필요한 법정계획과 법령을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Q. 복지 지원 확대는 실제 소득 증가로 이어지나.
A. 지원금 하나가 늘어도 다른 지원금이 줄면 실제로 받는 돈은 그만큼 늘지 않을 수 있다. 기초연금이 대표적이다. 이 대통령은 저소득 어르신의 기초연금을 월 최대 3만원 더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생계급여를 함께 받는 노인은 기초연금이 오르면 생계급여가 줄어들 수 있다. 생계급여를 계산할 때 기초연금도 소득으로 잡히기 때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두 급여를 함께 받는 노인이 2025년 기준 78만3,000명이라며 실제 소득개선 효과를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늘어난 혜택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도 쟁점이다. 지방국립대 전액 장학금은 기존 장학금으로 등록금을 지원받던 학생보다 지원이 적었던 고소득 구간 학생에게 추가 혜택이 더 클 수 있다. 출산·양육급여는 2027년 7월 출생아부터 새 체계를 적용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수도권 가정 양육 기준으로 12세까지 받는 지원액이 개편 전후로 1,280만원 차이 난다며 출생 시점에 따른 형평성 검토를 주문했다.
Q. 지방 우대 예산은 지방정부의 재량도 늘리나.
A. 지방에 지원하는 사업이 늘어도 지방정부가 사용처를 직접 정할 수 있는 돈은 줄어들 수 있다. 정부는 지방교부세를 계산할 때 추세치를 웃도는 세수를 제외할 계획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 개편으로 2027년 교부세 정률분이 현행 제도를 유지했을 때보다 30조4,900억원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그중 약 절반인 15조2,662억원은 미래대응기금 지방계정을 통해 지원된다.
돈이 내려오는 경로만 바뀌는 것은 아니다. 지방교부세는 지방정부가 용도를 정할 수 있지만 지방계정의 44.3%는 중앙부처가 용도를 지정한 사업에 편성됐다. 지방이 자유롭게 쓰던 재원 일부를 중앙정부가 정한 사업에 써야 하는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방의 재정자율성이 약해질 수 있다며 용도 제한을 줄이는 방향의 지원을 제안했다. 지방 우대가 실제 지방 주도 성장으로 이어지려면 지원 규모와 함께 지방정부가 직접 결정할 수 있는 재원의 범위도 국회 심사에서 고려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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