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권력 구도 대변화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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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의 항소심 무죄 선고 이후 보수 진영의 차기 주자 경쟁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오 시장의 당원 지지 확보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주도권 유지, 한동훈 무소속 의원의 복당 여부가 세력 재편의 변수로 꼽힌다. 사진은 2024년 1월 1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참석자들이 건배하는 모습이다. / 뉴시스
오세훈 서울시장의 항소심 무죄 선고 이후 보수 진영의 차기 주자 경쟁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오 시장의 당원 지지 확보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주도권 유지, 한동훈 무소속 의원의 복당 여부가 세력 재편의 변수로 꼽힌다. 사진은 2024년 1월 1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참석자들이 건배하는 모습이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추염부세(趨炎附勢). 권세 있는 사람에게 아부하며 빌붙는다는 뜻이다. 정치권에서 누구와 손을 잡느냐는 다음 선거와 자신의 입지를 좌우하는 선택이기도 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부상으로 국민의힘에서는 차기 주자를 둘러싼 저울질이 다시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새로운 대표가 취임한 지 두 달이 넘었지만 전당대회 때 깊어진 계파 간 갈등을 여전히 풀지 못하고 있다. 민생 해법을 찾는 데 모여야 할 여야의 힘이 권력을 향한 눈치게임과 주도권 다툼에 소모되는 모양새다.

◇ 국힘, 세력 재편 기대감… 오세훈 앞에 놓인 당심

국민의힘은 좀처럼 차기 대권 경쟁의 구심점을 찾지 못했다. 장동혁 대표는 강경 지지층에 기대면서도 의원들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했고,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복당을 모색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그를 바라보는 의원들의 시선은 여전히 냉랭하다. 이런 가운데 오세훈 서울시장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법 부담을 던 오 시장이 보수 통합을 내걸고 의원들과 접촉하면서 장 대표와 한 의원 사이에서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했던 보수 진영의 차기 주자 경쟁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에서는 오 시장의 무죄 선고 전까지 뚜렷한 대안이 없는 만큼 한 의원을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냐는 분위기가 감돌았다. 한 의원을 적극 지지해서라기보다 장 대표를 대신할 구심점이 마땅치 않다는 판단에서였다. 지금은 그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오 시장이 사법 부담을 덜면서 한 의원의 복당 필요성을 따지던 상황에서 벗어나 누구를 중심으로 모일지 좀 더 지켜볼 여지가 생긴 것이다.

게다가 친한계의 결속도 변수다. 한 의원을 중심으로 모였다는 사실만으로 이들이 차기 주자 경쟁에서도 끝까지 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의원들에게는 자신의 다음 선거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한 의원이 복당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사이 오 시장이 당원 지지와 조직 기반을 넓힌다면 누가 집권 가능성이 높은 주자인지에 대한 판단에 따라 친한계로 분류된 의원들의 선택도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3일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항소심 선고에 국민의힘 윤상현·김석기·신성범·이만희·김미애·권영진·엄태영·조은희·조정훈·박수민·서명옥·이상휘·김소희 의원과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등이 서울고등법원을 찾았다. / 뉴시스
지난 23일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항소심 선고에 국민의힘 윤상현·김석기·신성범·이만희·김미애·권영진·엄태영·조은희·조정훈·박수민·서명옥·이상휘·김소희 의원과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등이 서울고등법원을 찾았다. / 뉴시스

오 시장에게도 넘어야 할 문턱은 있다. 서울시장으로 시정을 책임지는 만큼 중앙정치에 관여하고 의원들과 수시로 접촉하는 데는 제약이 따른다. 그 사이 당원들의 지지도 넓혀야 한다. 의원들의 관심이 실제 세력으로 이어지려면 자신과 뜻을 함께하는 인사들이 지도부에 진입할 수 있도록 당심과 조직의 뒷받침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직 대선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은 점도 변수라면 변수다.

그보다 먼저 당이 넘어야 할 고비도 있다. 다음 달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 이어 18일에는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추경호 대구시장의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판결의 영향은 당에도 미친다. 윤 전 대통령에게 당선무효형이 확정되면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서 보전받은 선거비용과 반환받은 기탁금 등 약 397억원을 돌려줘야 하고 추 시장 사건에서는 계엄 당시 원내지도부의 행위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마주해야 한다.

이후의 대응에 따라 경쟁 구도도 달라질 수 있다. 재정 부담과 계엄 책임론이 현실적인 문제로 닥칠 경우 이를 수습해야 할 장 대표의 지도력과 당의 노선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가 지지층을 결집해 주도권을 유지할지 한 의원이 당의 위기를 수습할 방안을 제시하며 의원들의 지지를 얻을지에 따라 세력 재편의 방향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보수 재편의 승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유시민 작가는 지난 28일 유튜브 ‘박시영TV’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극단적인 경우에는 박근혜나 윤석열처럼 임기를 채우지 못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 뉴시스
유시민 작가는 지난 28일 유튜브 ‘박시영TV’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극단적인 경우에는 박근혜나 윤석열처럼 임기를 채우지 못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 뉴시스

◇ 민주당, 끊이지 않는 내홍… 보이지 않는 차기 구심점

민주당은 대통령을 향한 진영 내부의 공격으로 소란스럽다. 유시민 작가는 지난 28일 ‘박시영TV’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든 진영을 해체했다고 주장하며 이를 복구할 의지가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임기를 채우지 못할 가능성까지 꺼냈다. 지지율 하락을 거론하던 그는 “극단적인 경우에는 박근혜나 윤석열처럼 임기를 채우지 못하기도 한다”며 탄핵으로 물러난 전직 대통령들과 이 대통령을 나란히 놓았다.

지지율 하락과 탄핵은 다른 문제다. 대통령의 정책과 소통 방식은 비판할 수 있지만 지지율 하락에서 임기 중단 가능성까지 끌어간 발언은 정책 비판보다 정치적 비난에 가깝다. 대안으로는 조국혁신당을 내세웠다. 대통령의 정치적 몰락을 경고하면서 혁신당을 ‘구명정’으로 제시한 것이 진영을 복원하자는 주문인지 지지층에 다른 선택을 권하는 것인지 의문이 남는다. 민주당에 대한 불만이 혁신당의 국정 운영 능력을 입증하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대안이라는 평가 역시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다.

대통령 역시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8일 다문화가족의 공공산후조리원 우선 이용을 문제 삼은 온라인 게시물을 공유하며 우대제도 폐지와 시행령 개정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참모들이 뒤따라 설명에 나섰다. 강유정 수석대변인은 다문화가정 지원을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이용 우선순위의 공정성과 합리성을 높이자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결과는 불필요한 논란만 만들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통령을 향한 진영 내부의 공격과 대통령의 발언 논란에 적극적인 조정 역할을 하지 않으면서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 뉴시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통령을 향한 진영 내부의 공격과 대통령의 발언 논란에 적극적인 조정 역할을 하지 않으면서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 뉴시스

자제를 주문하는 목소리에도 대통령은 직접 소통을 강조했다. 정성호 의원이 SNS 활동을 줄이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지만 이 대통령은 29일 국민과의 직접 소통은 포기할 수 없는 책무라고 밝혔다. 소통의 필요성이 모든 발언을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대통령의 말은 정책 변경의 신호로 받아들여지는 만큼 제도의 취지와 영향을 충분히 살핀 뒤 국민에게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집권 여당 대표의 조정력이다. 그러나 김민석 대표는 29일 민주당TV ‘민티07’에서 유 작가의 발언에 대해 “분열의 언어에 분열의 언어로 답하지 않고” 절제하겠다고 밝혔다. 갈등을 키우지 않겠다는 취지지만 비판도 나온다. 대통령의 임기 중단까지 거론한 주장에는 근거를 따져 반박하고 대통령의 발언이 정책 혼선을 낳는다면 당정 논의를 통해 바로잡는 것이 당대표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대응을 자제하겠다는 입장에 머문 김 대표를 두고 갈등을 수습할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차기 권력은 현 정부의 성적표와 무관하지 않다. 대통령과 당의 지지율이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서로의 책임을 묻는 것만으로는 다음 권력을 맡을 능력을 입증하기 어렵다. 계파는 있지만 구심점은 보이지 않는다. 누구의 힘을 뺄지는 따지면서 국민의 지지를 어떻게 얻을지는 답하지 못하는 것이 민주당 잠룡 경쟁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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