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김경현 기자]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삼성 라이온즈에 비보가 전해졌다. 부동의 마무리 김재윤이 전거근 부상으로 이탈한 것. 2주 진단이다. 빌드업 시간을 생각하면 한국시리즈에도 돌아오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구원진에서 김재윤은 대체 불가능한 자원이었다. 올 시즌 64경기 7승 5패 35세이브 평균자책점 3.22를 기록했다. 삼성 이적 후 최고의 성적. 생애 첫 세이브왕에 오르기도 했다.
굳이 아쉬움을 찾자면 구장 편차다. 김재윤은 홈에서 평균자책점 5.65, 원정에서 '0'을 자랑했다. 그만큼 포스트시즌에서 명예를 회복하려 했다. 하지만 청백전 등판을 준비하다 이상을 느꼈고, 엔트리에서 이탈하게 됐다.
부상 시점도 좋지 않았다. 공식 발표는 24일 있었다. 플레이오프 1차전 하루 전이다. 선수단도 이때 김재윤의 부상을 안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후반 계획을 새로 짜야 했다.

박진만 감독이 결단을 내렸다. '토종 에이스' 원태인에게 마무리 역할을 맡겼다. 김재윤의 이탈이 결정된 그날, 바로 원태인을 찾아가 마무리 준비를 부탁했다. 원태인도 무거운 마음 속 이를 수락했다.
삼성의 비밀 병기였다. 박진만 감독은 의도적으로 ‘마무리’ 원태인을 숨겼다. 선수단도 이를 알리지 않았다. 26일 1차전 원태인이 출전 명단에 들었다. 이범호 감독은 "정보가 있으면 알려달라"라며 반신반의했다. 다만 삼성이 패해 원태인의 등판이 성사되진 않았다. 박진만 감독은 1차전을 마친 뒤 원태인이 마무리로 등판할 수 있다고 밝혔다.
27일 2차전을 앞두고 원태인은 "팀이 한국시리즈에 올라가는 데 도움이 된다면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불펜투수로서의 준비를 며칠 안 되지만 좀 많이 준비했다"면서도 "좀 많이 당황했던 건 사실이다. 마무리, 불펜 대기를 가끔 했지만 나간 적도 없었고, 마무리는 신인 때 한번 등판한 게 다였다. 많이 부담이 되고 걱정되는 게 사실이다. 내게 그런 직책이 주어진 이상 완벽히 해내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크다"고 했다.
원태인은 전문 선발투수다. 정규시즌 통산 213경기 중 7경기만 구원으로 뛰었다. 이마저도 2년 차 시즌인 2020년까지만 구원 등판했다. 가장 최근 불펜 등판은 2021년 11월 10일 두산 베어스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1⅓이닝 2실점)이었다. 박진만 감독은 2차전 이기고 있다면 원태인을 내겠다고 밝혔다.
기어코 '마무리' 원태인의 등판이 성사됐다. 삼성은 7회까지 8-2로 넉넉한 리드를 가져갔다. 그런데 8회 KIA가 1점을 냈다. 이제 5점 차. 여유 있는 상황이지만, 점수를 더 준다면 KIA의 분위기가 살아날 수 있었다. 그렇게 9회초 원태인이 등판했다.
투구는 깔끔했다. 첫 타자 김선빈을 루킹 삼진으로 잡았다. 10구까지 승부가 펼쳐졌다. 김선빈은 끈질겼으나 원태인의 집중력이 더 좋았다. 한준수는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 2-2 카운트에서 5구 체인지업이 날카롭게 떨어졌다. 하주석을 3루수 땅볼로 잡고 경기를 마무리했다. 1812일 만에 구원 등판은 1이닝 2탈삼진 퍼펙트. 더할 나위 없었다. 삼성도 8-3으로 승리했다.


경기를 마친 뒤 원태인은 "사실 한 6점 차가 됐을 때는 안 올라갈 거라는 생각이 조금 있긴 했다. 5점 차까지 좀 좁혀지면서 다시 올라갈 수도 있겠다는 말을 듣고 있었다. 또 감독님께서 오늘 경기를 깔끔하게 이기고 그 기세를 광주로 가져 가고 싶은 것 같았다. 저도 몸 상태가 좋았다. 그래서 감독님의 결정에 따랐을 뿐이다. 깔끔하게 잘 막아서 다행"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마운드 상태부터 시작해서 모든 분위기가 선발과 정말 많이 다르더라. 그래도 깔끔하게 잘 막았다는 것에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경기를 끝낸 경험은 어땠을까. 원태인은 "마지막에 그라운드에서 다 같이 끝내는 장면을 한 번도 못 해봤다. 오늘 처음으로 하게 되어 감회가 새롭다. 오늘 경기가 저에게 있어서도 터닝 포인트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선발과 구원, 특히 마무리는 루틴이 완전히 다르다. 원태인도 달라진 루틴에 난색을 표한 바 있다. 어떻게 준비를 했냐는 질문에 "일단 7회부터 몸을 풀었다. 8회에도 위기 상황이 된다면 이제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8회부터 계속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했다.
중요한 건 구위다. 완급조절 없이 전력피칭을 해야 한다. 이날 원태인은 147~149km/h의 직구를 던졌다.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올 시즌 평균 구속은 146.7km/h다. 구속부터 달랐다. 총 22구를 던지면서 포심 11구, 체인지업 5구, 슬라이더 4구, 커터 2구를 던졌다.
구위를 묻자 원태인은 "오늘 완전 다르다고 느껴졌다. 직구 구위도 더 좋다고 느꼈다. (강)민호 형도 패스트볼 요구가 많았다. 체인지업 (그립)도 좋았던 걸로 다시 바꿔서 나갔다. 그 체인지업도 위력을 잘 발휘한 것 같다. 확실히 1이닝 던지는 게 더 위력적으로 던질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고 했다.
이날 포심 구사율은 50%다. 시즌 평균은 39.9%. 전력투구였기에 평소보다 적극적으로 포심을 던질 수 있었다. 또한 원태인이 얻어낸 헛스윙 2개는 모두 체인지업이었다. 마무리로서 가능성을 본 피칭.
일단 3차전 선발 등판은 불가능하다. 선발로는 최원태가 나간다. 원태인은 "3차전 경기 결과에 따라 어떻게 될지는 모르니까 3차전에도 대기를 한다고 말씀을 드렸다. 3차전 경기 결과에 따라 좀 바뀌지 않을까"라고 했다.


원태인의 말대로 3차전이 분수령이다. 등판하지 않는다면 4차전 선발 등판이 가능하다. 정규시즌에도 불펜 투구를 마운드에서 하는 경우가 드물게 있다. 박진만 감독도 3차전에 따라 4차전 선발이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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