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하투(夏鬪). 노조와 사측의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이 집중되며 대규모 파업이 벌어지는 여름철 노동계 투쟁으로, 여기에는 한국 노사관계의 아젠다가 압축돼 있다. 올해 하투를 이끈 대표 아젠다는 ‘영업이익 N% 성과급’이다. 영업이익·순이익에 연동한 성과급 요구가 뉴노멀(새로운 기준)로 자리 잡으면서 기업의 투자 재원 마련과 노노 갈등 해소, 사회적 기여 확대 등에 대한 고민이 더욱 커지고 있다. 마이데일리는 올해 노사 임단협 타결 이후 산업계에 남겨진 부담과 구조적 현안을 짚어본다.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국내 철강산업을 대표하는 포스코가 노사 갈등 장기화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올해 임금·단체협약 교섭이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창사 58년 만의 첫 파업에 이어 내달 2일 무기한 파업까지 예고되면서다. 노사가 임금 인상과 격려금 규모를 놓고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생산 차질은 물론 철강 본원 경쟁력과 미래 투자 여력 마저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 ‘제시안 공방’ 장기화…무기한 파업 초읽기
28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노조는 이르면 28~29일 중 운영위원회를 열고 파업에 따른 조합원 임금 손실 보상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노조는 전날부터 조끼 착용과 잔업 거부 지침을 내리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쟁의대책위원회 회의도 이어가며 향후 투쟁 수위를 검토하고 있다.
앞서 지난 23일 이희근 포스코 사장과 김성호 노조위원장이 최고 대표자 면담을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는 사측이 공식 제시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교섭 재개를 위해서는 구체적인 제안이나 일정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노사 간 재교섭 일정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은 파업 장기화를 막기 위해 교섭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파업 장기화에 따른 생산 차질을 막기 위해 교섭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 상반기 영업익 43% 감소…1조4000억원 요구안 부담
이번 임단협의 핵심 쟁점은 노조 요구안에 따른 비용 부담이다. 포스코는 글로벌 철강업황 악화와 내수·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수익성이 크게 낮아진 상황에서 대규모 보상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실제 포스코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487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3% 감소했다. 직전 분기인 2분기에는 영업이익이 2740억원으로 46.6% 줄었다. 주원료비가 전 분기보다 약 6% 상승한 데다 유가와 환율, 물류비 부담까지 더해진 영향이다.
하반기 실적은 전 분기보다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전년 수준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포스코의 철강 판매량은 851만~853만톤으로 전 분기보다 2%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대신증권 포스코의 별도 기준 영업이익을 3064억원으로 추정했다. 전 분기보다는 개선되지만, 전년 동기 5850억원과 비교하면 약 48% 적은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는 기본급 7.1% 인상과 기본급의 600% 수준 격려금, 조합원 1인당 우리사주 50주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 추산에 따르면 요구안 수용시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만 약 1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별도 기준 영업이익의 약 79%에 해당하며,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의 약 2.9배 규모다.
철강업은 대규모 설비를 유지·가동해야 해 고정비 부담이 큰 산업이다. 일정 수준의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설비 유지보수와 신규 투자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도 어려워진다. 포스코의 지난해 별도 기준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4조2300억원으로 영업이익 1조7804억원을 웃돌았다. 감가상각비 등 비현금성 비용이 영업이익에 반영된 결과다.
투자와 현금흐름 부담도 커지고 있다. 포스코는 올해 상반기 유형자산 취득에 1조1574억원을 투입했지만,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현금은 4792억원에 그쳤다. 순차입금은 지난해 말 1조7740억원에서 올해 6월 말 4조1670억원으로 증가했다.

◇ 미래 투자·공급망 부담 우려…“노사, 산업 경쟁력 해법 찾아야”
철강업계에서는 노사 갈등 장기화가 포스코의 중장기 경쟁력을 흔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포스코는 탈탄소 전환을 위한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과 이차전지 소재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노사 갈등이 장기화해 비용 부담이 커질 경우 관련 투자 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파업이 장기화에 따른 생산 차질이 자동차·조선·건설 등 전방 산업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철강은 완성차와 조선, 건설 등 주요 제조업의 기초 소재인 만큼 공급 차질이 발생하면 산업 전반의 생산 일정과 공급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실제 파급 규모는 파업 참여 수준과 기간, 재고 및 대체 조달 여건 등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강천구 인하대 제조혁신전문대학원 초빙교수는 “철강산업은 에너지 비용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만큼 포스코가 중장기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에너지 공급망과 가격 경쟁력부터 갖춰야 한다”며 “노사가 단순히 임금과 격려금을 놓고 대립할 게 아니라 철강산업의 미래와 경쟁력 확보 방안을 놓고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이어 “회사가 투자 중인 수소환원제철은 철강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지만, 당장은 수소 가격이 높아 경제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며 “공정 전환 과정에서 기존 인력의 고용 불안도 커질 수 있는 만큼 노사가 함께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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