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1. A증권사는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거래대금에 따라 하루 최대 500만원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행사 기간 약 60억원의 상금을 지급했지만, ETF 거래를 통해 거둔 위탁매매수수료는 약 514억원으로 추정됐다. 상금으로 지급한 금액의 8.6배에 달한다.
#2. B증권사는 ETF를 하루 10억원 거래할 때마다 현금 10만원을 지급했다. 이벤트에서 가장 많은 상금을 받은 투자자는 총 3100억원을 거래해 3100만원을 받았다. 그러나 해당 거래에서 발생한 추정 수수료는 약 4억6000만원으로 상금의 약 15배에 달했다.

금융당국이 이처럼 현금과 경품을 앞세워 투자자의 과도한 주식 거래를 유도하는 증권사 이벤트에 제동을 건다. 증권사는 수수료 수익을 늘리는 반면 투자자는 거래비용과 손실 위험을 떠안는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금융감독원은 28일 금융투자협회와 함께 거래금액 연동 및 고위험 금융투자상품 관련 이벤트를 금지하는 내용의 '증권업계 이벤트 실시 기준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증권업계의 고객 유치 경쟁이 심화하면서 현금과 고가 경품을 내건 이벤트가 잇따르고 있다. 해외주식 100주(약 8000만원 상당)나 자동차(약 5000만원 상당)를 경품으로 제공하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문제는 거래금액이 늘어날수록 투자자가 받는 혜택보다 증권사가 거두는 수수료 수익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투자자는 상금을 받기 위해 불필요한 매매를 반복하면서 거래비용과 투자손실 위험에 노출된다.
실제 금감원이 공개한 사례에 따르면 한 증권사는 ETF 거래대금이 하루 200억원 이상이면 160만원, 500억원 이상이면 500만원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개인투자자 2명이 각각 3조4000억원과 1조7000억원의 ETF를 거래해 상금 3억4000만원과 1억7000만원을 받았다. 두 투자자의 거래대금만 5조1000억원에 달한다.
해당 ETF의 이벤트 기간 전체 거래대금은 97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이벤트를 실시한 증권사를 통한 거래가 42조8000억원으로 43.9%를 차지했다.
해외주식 거래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발생했다. 한 증권사의 캐시백 이벤트로 미국 ETF에 대한 과도한 반복매매가 이뤄지면서 현지 브로커가 시장질서 교란 의심거래로 지적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이러한 이벤트가 투자자의 과당매매를 부추길 뿐 아니라 거래량을 왜곡하고 시장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형 증권사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 거래금액 연동 이벤트 원천 금지…'빚투·레버리지'도 차단
금감원과 금투협은 금융투자협회 규정을 개정해 거래횟수나 거래대금에 따라 현금·경품 등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원천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그동안 금융투자업 규정은 일반인이 통상적으로 이해하는 수준을 벗어난 재산상 이익 제공을 금지했지만, 구체적인 한도와 내부통제 기준은 증권사 자율규제에 맡겨왔다.
앞으로는 거래를 많이 할수록 현금이나 경품을 더 지급하는 방식의 마케팅이 제한된다.
고위험 금융투자상품을 대상으로 한 이벤트도 내용과 형식을 불문하고 금지한다. 대상은 레버리지·인버스 상장지수상품(ETP), 장내·외 파생상품, 투자자 신용공여(빚투), 해외투자상품 등이다.
레버리지 상품 사전교육을 이수한 투자자에게 현금이나 상품권을 지급하거나, 신용거래 신규 고객에게 현금을 제공하는 이벤트도 금지 대상에 포함된다.
다만 모든 증권사 이벤트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증권사가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수수료·이자 할인 및 면제는 기존처럼 허용된다. 일반 금융투자상품의 경우 거래금액과 관계없이 투자잔고를 기준으로 혜택을 제공하는 이벤트도 가능하다.
금감원은 이번 조치로 단기·과당매매와 고위험 투자를 유도하는 마케팅을 차단하는 동시에 수수료 인하 등 투자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경쟁을 유도할 방침이다.
금감원과 금투협은 내달 협회 규정 개정안을 사전예고하고 의견 수렴을 거쳐 오는 12월까지 개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개정 규정은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시행 전이라도 이미 공지된 이벤트를 제외하고 새 기준에 어긋나는 신규 이벤트는 업계 자율적으로 실시하지 않을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단기·과당매매와 고위험 투자를 유도하는 이벤트를 제도적으로 금지해 투자자 피해와 시장 혼란을 예방할 것"이라며 "자체 수수료·이자 할인 등은 계속 허용되는 만큼 건전한 경쟁을 통해 투자자의 거래비용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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