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경제] HD현대중공업이 친환경 선박 기술 적용을 확대하며 차세대 연료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메탄올 추진선에 이어 암모니아 이중연료 운반선까지 건조하며 관련 기술과 경험을 축적하는 모습이다. 이와 함께 육상 발전용 엔진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소형모듈원자로(SMR) 주기기 제작 기반을 마련하는 등 기존 조선·엔진 사업을 바탕으로 중장기 성장동력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 메탄올 이어 암모니아까지…친환경 선박 기술 적용 확대
국제해사기구(IMO)의 온실가스 감축 규제 강화와 선박 연료 전환 움직임에 따라 조선업계에서는 메탄올·암모니아 등 대체 연료를 활용하는 선박 기술 확보가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HD현대중공업은 관련 선박의 건조 경험을 축적하며 차세대 연료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메탄올 추진선 건조 경험을 일찍부터 쌓아왔다. 회사에 따르면 2016년 메탄올 추진 석유화학제품운반선을 건조한 데 이어 2023년에는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을 건조했다. 최근에는 암모니아를 연료로 사용하는 선박으로 기술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암모니아는 연소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세대 선박 연료로 주목받는다. 다만 독성이 강해 연료 공급과 저장 과정에서 누출을 방지하는 설계와 안전 관리가 중요하다. 관련 기술을 선박에 적용하는 것뿐 아니라 실제 운항 환경에서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상용화의 관건이다.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9만3000㎥급 초대형 암모니아 이중연료 운반선 ‘테라 클로브(Terra Clove)’는 관련 기술을 적용한 사례다. 싱가포르 선사 EPS가 발주한 이 선박은 암모니아와 액화석유가스(LPG)를 운송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4개의 화물창을 갖췄으며, 축발전기와 질소산화물·황산화물 저감 설비, 암모니아 누출 감지 시스템 등을 적용했다. 회사는 이 선박을 세계 최대 규모의 암모니아 추진선으로 소개했다.
중형 암모니아 운반선 건조도 이어지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프랑스 선사 엑스마르(Exmar LPG France)가 발주한 4만6000㎥급 암모니아 이중연료 운반선을 건조해 지난 4월 인도했다. 회사에 따르면 엑스마르와 트라피구라(Trafigura)로부터 암모니아 추진선 8척을 수주한 상태다.
다만 친환경 선박 시장의 성장세가 곧바로 실적 확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연료 공급 인프라와 가격 경쟁력, 안전 기준 및 환경 규제의 변화가 선주들의 발주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관련 기술을 실제 선박에 적용한 경험을 후속 수주와 수익성으로 연결하는 것이 과제로 남는다.
△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확대…육상 발전 엔진 사업 강화
HD현대중공업은 선박용 엔진 제작 역량을 육상 발전 분야로 넓히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전력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발전용 엔진 사업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키우려는 움직임이다.
회사는 울산 울주군 온산읍에 약 21만5000㎡ 규모의 육상 발전 엔진 생산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투자 규모는 1조722억원으로, 엔진 조립·시험과 크랭크축 가공, 엔진 블록 주조 등을 위한 시설이 들어선다. 2027년 1분기 착공해 2028년 5월 준공하는 것이 목표다.
회사는 육상 발전용 엔진 생산능력을 연간 4GW 규모로 확보하고, 선박용을 포함한 힘센(HiMSEN) 엔진 전체 생산능력을 2030년까지 3GW에서 7.2GW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관련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미국 에이퍼리온 에너지 그룹(Aperion Energy Group) 및 코반 에너지 그룹(Kovan Energy Group)과 각각 6271억원, 956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두 계약의 규모는 총 1조5831억원이다.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확대에 대응해 해외 시장에서 사업 기회를 확보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SK증권은 지난 14일 발표한 HD현대중공업 분석 보고서에서 글로벌 대형 기술기업들의 육상 발전용 엔진 수요 확대 가능성에 주목했다. 보고서는 선박 시장과 별개로 육상 발전용 엔진과 부유식 데이터센터(FDC) 관련 수요가 이어지고 있으며, 2026년 4분기부터 관련 수주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실제 엔진 수주로 이어지는지가 중장기 성장성을 가늠할 변수로 꼽힌다.
△ SMR 주기기 제작 기반 마련
소형모듈원자로(SMR) 분야에서도 생산 기반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울산 조선소 내에 2386억원을 투자해 전용 생산공장을 조성할 계획이며, 준공 목표는 2029년 상반기다. 선박과 엔진 제작 과정에서 확보한 대형 구조물 제작 역량을 원전 관련 설비 분야로 넓히려는 구상이다.
HD현대중공업은 친환경 선박 기술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기존 엔진 사업의 적용 범위를 넓히고 SMR 관련 생산 기반도 마련하고 있다. 조선·엔진 사업에서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고 있는 만큼, 이러한 투자가 실질적인 수주와 실적 확대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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