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박설민 기자 SK하이닉스가 솔리다임의 나스닥 상장 추진을 중단하기로 했다. 최근 금융시장 변동성과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 조정 등을 고려해 기업공개(IPO) 검토를 철회한 것이다. 다만 금융당국의 중복상장 규제 강화와 기존 주주들의 반발도 이번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인공지능(AI) 메모리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솔리다임의 생산시설 확충과 투자재원 조달 방안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솔리다임 나스닥 상장 철회…SK하이닉스 “시장 변동성 고려”
SK하이닉스는 23일 솔리다임의 프리 IPO 및 기업공개(IPO) 검토를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지난 2021년 미국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인수해 설립한 자회사다. 현재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을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다.
그동안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메모리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솔리다임의 미국 내 생산시설 확충을 추진해 왔다. 이를 위한 투자재원을 확보하고자 솔리다임의 나스닥 상장을 통한 외부 자본 유치를 검토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 최종적으로 나스닥 상장 및 IPO 검토를 철회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AI시대, 기존 생산시설만으로는 증가하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 대응에 한계가 있어 미국에 근거를 둔 솔리다임은 미국 내 신규 생산시설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었다”며 “이에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의 성장에 필요한 투자재원 확보와 효율적인 자본배분을 위해 직접투자와 IPO를 통한 외부 자본조달 등 다양한 방안을 비교 검토해 왔다”고 그간 나스닥 상장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의 성장 가능성이나 투자 필요성이 달라졌기 때문은 아니다”라며 “최근 자본시장 여건과 주가흐름 등을 고려할 때, 현재 IPO가 SK하이닉스와 기존 주주들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인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SK하이닉스와 솔리다임의 사업 실적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나 최근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도 전반적으로 조정을 받고 있다”며 “이러한 경영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솔리다임은 프리 IPO 및 IPO 추진 검토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IPO 검토 중단이 솔리다임의 생산시설 확충 계획이나 사업 전반 투자 축소로 이어질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 측은 상장을 통한 외부 자본조달 대신 다른 투자재원 확보 방안을 모색하고 기존 주주들의 이익을 고려한 투자 전략을 수립하겠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여전히 솔리다임의 생산능력 확충과 경쟁력 강화는 중요한 과제”라며 “SK하이닉스 역시 투자 시기와 규모, 재원조달 방식 등을 검토하며 솔리다임의 성장과 기존 주주들의 이익을 함께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 중복상장 논란·금융당국 압박 부담됐나…증권가 “주주가치 우려 완화”
이번 SK하이닉스의 솔리다임 나스닥 상장 중단을 두고 증권가와 업계선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SK하이닉스 측 설명과 달리 시장에선 시장에선 중복상장 논란과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가 결정적인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기존 주주들의 주주가치 훼손, 금융당국과 정치권 지적 등이 지속되면서 상장 추진 부담이 커졌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증권가에선 솔리다임 상장 추진에 대해 주주가치 훼손 우려를 지적했다. 솔리다임이 별도 상장할 경우 외부 투자자들의 지분 참여로 SK하이닉스의 경제적 지분율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모회사인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가 할인되는 이른바 ‘중복상장 디스카운트’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솔리다임 상장 추진 관련 소식이 들리던 지난 8월, 이영곤 토스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보고서를 통해 “솔리다임 분할 상장은 기존 SK하이닉스 주주들에게 불리한 이슈”라며 “SK하이닉스에 연결돼 있던 사업 가치가 별도 상장기업에서 평가받게 되고 SK하이닉스가 보유하는 경제적 지분율은 낮아진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금융권과 정치계에서도 지속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서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은 “솔리다임 미국 상장이 중복상장에 해당한다는 금융감독원장 말에 동의하냐”고 이억원 금융위원장에게 질의했다. 이에 대해 이억원 위원장은 “동의하며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적용 대상”이라고 답했다.
금융위원회, 한국거래소가 지난 8월 3일부터 시행한 중복상장 규제에 따르면 모회사가 자회사를 별도로 상장하려면 상법상 주주충실의무에 기반한 5대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세부 내용은 △자회사 상장이 모회사 주주들에게 미칠 영향 평가 △자회사 주식 현물배당 및 자사주 소각 등 주주보호 방안 마련 △주주와의 소통 및 주주동의 여부 확인 △모회사 이사회의 상장 찬반 결의와 자회사 통보 △의무이행 과정 및 결과 공시 등이다.
이 과정에서 모회사는 독립이사와 외부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사전 심의·의결 절차도 거쳐야 한다. 물적분할 자회사의 경우 대주주 등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이른바 '3%룰'에 따른 주주동의가 필수다. 그 외 일반 자회사는 주주동의가 원칙적으로 권고되지만 동의를 얻지 못하면 주주보호 노력에 대해 엄격한 심사를 받게 된다.
이번 솔리다임 상장 관련 추진 중단으로 증권가에선 주주가치 보존에 대한 기대의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양현경 IM증권 연구원은 “솔리다임 미국 상장 철회는 SK하이닉스 중복상장 관련 우려를 완화할 수 있는 재료”라며 “주주가치 훼손 우려를 수용한 결정이라는 점에서 중복 상장에 따른 할인과 지분 희석에 대한 경계감은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다만 외부자본 조달 기회가 줄어들고 향후 투자자금 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라며 “따라서 금일 국내 증시는 미국발 반도체 매도 압력과 솔리다임 상장 철회의 영향을 함께 반영해 종목별로 차별화될 흐름을 보일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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