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정수미 기자] 대출 비교·중개 플랫폼 핀다가 총여신이 0원에 가까운 저축은행을 인수하며 직접 대출시장에 뛰어든다. 저축은행업계가 실적 회복에도 본업인 대출 영업에서는 수익성 개선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핀다는 금융 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앞세워 새로운 사업모델 구축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핀다는 금융위원회로부터 대원저축은행 인수를 위한 대주주 변경 승인을 받았다. 국내 핀테크 기업이 저축은행을 인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총 인수금액은 120억원이다. 핀다가 지분 60%를 확보해 최대주주에 오르고 JB금융그룹 계열사인 전북은행이 나머지 40%를 보유한다.
이번 인수로 핀다는 금융상품을 비교·중개하는 플랫폼에서 직접 예금을 받고 대출상품을 공급하는 금융회사로 사업 영역을 넓히게 됐다.
◇ 총여신 0원인데 인수금액 120억…핀다가 산 것은
대원저축은행은 경북 경주에 본점을 둔 소형 저축은행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총자산은 31억원, 예수금은 29억원에 불과하다. 총여신도 사실상 0원에 가까워 대출 영업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핀다가 이 같은 저축은행을 인수한 것은 기존 대출자산이나 고객 기반보다 저축은행업 인가를 확보하는 데 의미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직접 금융상품을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기존 대출 중개사업과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핀다는 2015년 설립 이후 대출 비교·중개 서비스를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2019년 5월 온라인 대출 비교·중개 서비스가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이후 제휴 금융기관과 취급 상품을 꾸준히 늘렸다.
현재 98개 금융기관과 제휴해 300개 이상의 대출상품을 중개하고 있다. 누적 대출 중개액은 15조원을 넘어섰다.
기존 플랫폼을 통해 확보한 고객 기반도 경쟁력으로 꼽힌다. 일반 저축은행들이 대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플랫폼에 중개수수료를 지급하는 것과 달리, 핀다는 자체 플랫폼을 활용해 대출 수요자를 직접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출 비교부터 상품 공급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고객 유치 비용을 줄이고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 저축은행업권 대출 영업 부진 속…핀다, AI로 차별화 승부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76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8%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이자수익은 4조1758억원으로 7.0% 감소했다.
저축은행업계가 실적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핵심 수익원인 이자수익은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부실채권 정리 등으로 수익성이 개선됐음에도 대출 영업을 통한 안정적인 수익 기반 확보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핀다는 AI와 금융 데이터를 활용해 기존 저축은행과 차별화된 사업모델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핵심은 AI 기반 비대면 금융서비스를 통해 인력과 운영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영업점 중심의 기존 영업 방식에서 벗어나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기존 핀다 앱과 저축은행 서비스를 연계해 하나의 앱에서 예금과 대출 등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통합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상품 상담부터 가입까지 전 과정을 비대면으로 처리하는 이른바 ‘AI 네이티브 뱅킹’을 구현한다는 목표다.
다만 디지털 전환에 따른 비용 절감이 곧바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대출자산을 확대하려면 안정적인 예금 조달이 뒷받침돼야 한다. 중·저신용자 대출 증가에 따른 연체율 상승과 대손비용 확대에도 대비해야 한다.
◇ 자본확충·지역 규제 넘어야…제휴사와 이해상충도 과제
핀다가 저축은행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자본확충과 건전성 관리가 과제로 꼽힌다.
대출 규모가 커질수록 위험가중자산이 늘어나는 만큼 건전성 규제를 충족하기 위한 추가 자본 투입이 필요할 수 있다. 특히 대출잔액이 없는 상태에서 신규 여신을 확대해야 한다는 점에서 자금 조달과 위험관리 역량이 사업 성장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번 인수에 전북은행이 지분 40%를 투자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핀다가 금융 데이터와 IT 기술을 활용한 사업 혁신을 주도하는 가운데, 전북은행은 기존 금융회사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여신건전성 관리와 내부통제 등에서 협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 영업 규제도 고려해야 한다. 대원저축은행의 영업구역은 대구·경북·강원으로, 전국 단위 비대면 금융서비스를 확대하더라도 저축은행에 적용되는 지역 의무여신비율을 충족해야 한다.
영업구역 관련 규제를 충족해야 하는 만큼 전국에서 확보한 플랫폼 고객을 실제 대출 고객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도 지역별 대출 수요를 고려해야 한다.
기존 제휴 금융회사들과의 관계 변화도 관심사다. 핀다가 직접 대출상품을 공급하기 시작하면 기존에 상품을 중개하던 금융회사들과 일부 고객군을 놓고 경쟁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출 비교·추천 과정에서 자사 저축은행 상품을 우선 노출할 경우 이해상충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이에 핀다는 관련 금융 법령과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고, 자사 상품을 우대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이혜민 핀다 대표는 “이번 인수를 통해 금융상품 비교·중개를 넘어 금융 소비자에게 필요한 금융을 직접 설계하고 제공하는 기업으로 진화할 것”이라며 “10여 년간 축적한 금융 데이터와 AI 기술을 활용해 고객의 다양한 금융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금융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 금융 산업의 혁신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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