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두완 기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 간 공방이 거세다. 헌법재판소가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의 국정감사 참여를 포괄적으로 제한한 조치에 제동을 걸면서도 본인 관련 사안의 제척은 유지한 데 따른 것이다. 국민의힘과 이 의원은 ‘민주당의 다수 폭력’을, 범여권 과방위원들은 ‘자기 사건 감사’를 앞세워 상대를 겨냥했다. 서로 헌재 결정 존중을 요구하면서도 자신들에게 불리한 판단에 대한 설명은 빠뜨렸다. 감사 참여권과 공정성을 함께 고려한 헌재 결정마저 정쟁의 근거로 쓰이는 모양새다.
◇ 포괄적 감사 제한에 제동, 본인 관련 사안은 제척 유지
헌재는 21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이 의원이 국회 과방위원장을 상대로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22일 종합감사에서 본인과 직접 관련된 네 가지 범주를 제외한 나머지 사안에 대한 감사 참여 제한의 효력을 본안 결정까지 정지했다. 이해충돌 우려가 있는 개별 사안에서는 감사의 공정성을 확보하되 이를 이유로 다른 사안의 감사 참여까지 막아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앞서 과방위는 지난 12일 이 의원의 국정감사 제척안을 의결했다. 방통위원장 재직 당시 현안과 직접 이해관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제척안은 12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등 국감과 16일 KBS·EBS·방송문화진흥회 등 국감, 22일 해당 기관 종합감사에 이 의원이 참여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에 이 의원과 국민의힘은 지난 15일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고 제척 의결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도 신청했다.
헌재는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제척은 해당 의원에게 직접 이해관계가 있거나 공정을 기할 수 없는 현저한 사유가 있는 사안에 한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제척 사유가 있다고 하여 포괄적으로 감사를 제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본인 관련 네 가지 범주 밖에서는 제척 사유가 인정되는지 불분명하며 감사 참여를 포괄적으로 제한했다가 본안에서 권한 침해가 인정되더라도 이를 회복할 방법이 없다고 봤다.
반면 제척을 유지한 대상은 △방통위원장 재직 당시 관여한 결산·기금 집행·인사관리 등 별지에 명시된 기관운영 사안 △2인 체제 방통위의 KBS 이사 추천·방문진 이사 선임·EBS 사장 임명동의 관련 사안 △2025년도 국감 위증 혐의로 올해 1월 29일 고발된 사건 △대전MBC 사장 당시 법인카드 사용과 관련한 업무상 배임 혐의 고발 사건이다.
헌재는 이 의원의 법적 책임과 관련되거나 본인이 논란이 된 행위의 당사자라는 점에서 “제척사유가 인정된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해당 사안의 감사 참여를 허용했다가 본안에서 제척 사유가 인정되면 훼손된 감사의 공정성을 회복할 방법이 없다는 이유다.
이번 결정은 제척 의결의 최종 적법성을 확정한 판단은 아니다. 헌재는 본안 결정에 앞서 감사 참여를 허용하거나 제한했을 때 발생할 불이익을 비교해 효력정지 범위를 정했다. 이미 종료된 12일과 16일 감사에 관한 이 의원의 신청은 신청의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했다. 국민의힘의 신청도 정당에는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각하했다.
◇ ‘다수 폭력’ 대 ‘자기 사건 감사’, 유리한 판단만 앞세운 여야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과방위원들은 22일 9시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의원의 본인 관련 사안에 대한 제척이 유지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들은 “회의장에 앉는 것과 이해충돌 사안에 대해 질의하고 의결에 참여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국민의힘의 ‘국감 복귀’ 홍보를 ‘정신승리’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의 회의장 참석은 계속 보장돼 왔다는 주장과 함께 제척 대상 사안에 참여하려는 시도는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감사 참여 제한의 일부 해제보다 이해충돌에 따른 제한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데 무게를 실은 것이다.
이 의원은 20분 뒤 같은 장소에서 “헌법재판소가 민주당의 다수 폭력에 제동을 걸었다”고 맞섰다. 본인이 결정한 안건은 질의하지 않겠다고 했는데도 제척했다며 정치적 배제라고 주장했다. 방통위원 출신 김현 민주당 의원과의 형평성을 문제 삼고, 한준호 의원실의 KBS 항의전화 논란을 직접 질의한 한준호 민주당 의원도 제척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과방위원들도 21일 “위헌·위법적 국정감사 제척에 제동”이 걸렸다고 주장했다.
헌재 결정은 어느 한쪽의 손을 전적으로 들어준 것이 아니다. 이해충돌 사안은 제척하되 이를 이유로 감사 참여 전반을 막아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다. 국민의힘이 내세운 감사 참여권과 범여권이 강조한 감사의 공정성은 함께 지켜야 할 원칙이다. 하지만 양측은 각각 자신들에게 유리한 판단을 상대의 잘못을 입증하는 근거로 삼았다. 감사 범위를 정한 결정이 정치적 승패를 가르는 재료로 바뀐 셈이다.
이 의원이 본인 관련 사안의 제척까지 ‘다수 폭력’으로 돌릴 수 없는 것처럼 범여권도 이해충돌을 이유로 포괄적 참여 제한까지 정당화할 수는 없다. 헌재가 양측 주장에 각각 한계를 그은 만큼 과방위가 해야 할 일은 결정에 따라 감사 범위를 조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양측은 ‘정치적 배제’와 ‘자기 사건 감사’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며 상대를 압박했다.
실제 국감에서는 현재 정책에 대한 질의와 과거 방통위 결정이 맞물릴 수 있어 제척 범위를 기계적으로 나누기 어렵다. 발언을 제지하면 참여권 침해라는 반발이 허용하면 공정성을 훼손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양측의 여론전은 이 과정에서 발언과 제지의 명분을 확보하려는 공방으로 읽힌다.
국회에서 조정하지 못한 문제를 헌재 판단에 맡긴 뒤에도 대립을 반복한다면 행정부와 공공기관의 책임을 물어야 할 국감 시간만 의원들의 발언권 다툼에 소모될 수 있다. 국민을 대신해 행정부를 감시하는 자리에서, 정작 누구를 위한 공방인지 되묻게 된다.
Copyright ⓒ 시사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