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경제] 기후변화 속에 농작물 바이러스병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14년째 등록된 바이러스 방제농약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콩의 바이러스 감염률은 1년 만에 7배로 뛰고 새로운 바이러스도 잇따라 확인되고 있지만 정작 피해 규모를 보여주는 정부 통계조차 없는 실정이다. 연구개발(R&D)에 최근 5년간 159억원을 투입하고도 농가에서 사용할 등록 방제약제는 나오지 않아 정부 대응의 실효성이 도마에 올랐다.
2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강승규(국민의힘·충남 홍성·예산) 의원이 농촌진흥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 식물바이러스 방제농약 등록기준이 마련된 이후 14년간 등록된 약제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이 기간 등록 신청도 2건에 그쳤다. 두 건 모두 보완 단계에 머물러 실제 등록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식물바이러스병은 일단 감염되면 치료가 어렵다. 감염된 식물을 제거하고 바이러스를 옮기는 해충을 관리하는 등 사전 예방과 확산 차단이 중요하다. 그러나 바이러스를 직접 방제하기 위해 등록된 농약은 아직 없는 상황이다.
피해가 얼마나 발생하는지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농진청은 바이러스병 피해액과 관련해 “발생 동향은 농가 지도용으로 활용하며 피해액 추정은 산정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상시 조사 대상도 벼·콩·고추·배추·무 등 5개 작목에 한정돼 있다.
반면 최근 10년간 국내에서 새롭게 확인된 식물바이러스 64종은 키위·포도·복숭아·사과·감귤·대추·딸기 등 과수류에서도 다수 발견됐다. 새로운 바이러스가 확인되는 작목 상당수가 정부의 상시 조사 대상에서 빠져 있는 셈이다.
실제 조사 대상 작목의 감염률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콩의 바이러스 감염 포기 비율은 2024년 0.50%에서 2025년 3.50%로 1년 만에 7배 증가했다. 최근 10년 사이 가장 높은 수치다.
충북의 증가세는 더욱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콩 바이러스 감염률이 0.32%에서 3.13%로 약 9.8배 뛰었다.
무 역시 2023년 감염률 0%에서 2025년 2.63%로 상승하며 최근 10년 사이 최고치를 기록했다.
새로운 식물바이러스의 국내 확인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5년간 국내에서 처음 확인된 식물바이러스는 25종으로 평균 73일마다 한 종이 새롭게 확인된 셈이다. 2025년 보고된 신규 바이러스 5종 가운데 3종은 키위에서 확인됐다.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는 해충의 증가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제주 감귤밭에서 조사된 볼록총채벌레 포획량은 2020년 4.18마리에서 2025년 23.59마리로 5.6배 증가했다. 매개 해충의 증가는 바이러스 확산 위험을 높일 수 있어 지속적인 감시와 방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바이러스 대응 연구개발 예산은 오히려 줄었다.
농진청의 바이러스 대응 R&D 예산은 2021년 33억8700만원에서 2025년 17억8500만원으로 47.3% 감소했다.
주요 연구과제였던 ‘과수화상병 등 현안문제 병해충 피해경감 기술개발’ 사업도 2024년 종료됐다.
최근 5년간 관련 연구개발에 159억원이 투입됐지만 농가가 구입해 사용할 수 있는 등록 바이러스 방제농약은 나오지 않았다.
반면 사후 방제비는 230억원에서 547억 원으로 약 2.4배 늘었다. 사전 예방을 위한 기술 확보는 더딘 가운데 병해충 발생 이후 투입되는 비용은 증가한 것이다.
향후 대응 계획도 당장 농가에서 활용할 방제수단을 확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농진청이 제시한 계획은 2028년까지 진단법 개발과 약제 탐색을 추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실제 약제 등록과 농가 보급까지 이어지는 구체적인 일정은 제시되지 않았다.
정부 기관 간 업무가 나뉘어 있어 종합적인 피해 관리에도 빈틈이 드러났다.
농진청은 유기농업자재의 바이러스 효능 표시 현황에 대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소관이라고 답했다. 피해 농가 지원 실적 역시 농림축산식품부 소관으로 관련 자료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바이러스 발생 현황과 방제기술 개발, 피해 농가 지원을 담당하는 기관이 나뉘어 있지만 이를 종합적으로 파악할 자료는 부족한 상황이다.
강 의원은 “정부는 14년간 약 하나 만들지 못했고 피해가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고 있다”며 “농민은 해마다 밭을 갈아엎으면서도 손에 쥘 수단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 R&D로 효능이 검증된 자재라면 유기농업자재 공시 여부와 관계없이 농가가 현장에서 쓸 수 있도록 지원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며 “등록·공시라는 형식 요건에 막혀 검증된 기술이 창고에 쌓여 있는 동안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이 떠안는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또 “피해 통계부터 제대로 집계하고 조사 작목을 과수와 시설작물까지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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