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김하영 기자] 한국 대중음악 비평의 지평을 넓힌 대중음악평론가 강헌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이사장이 세상을 떠났다. 향년 64세.
문화계에 따르면 강 이사장은 20일 오후 별세했다. 구체적인 사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1962년 부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음악이론을 공부했다.
당초 소설가를 꿈꿨던 그는 졸업 후 영화계에 먼저 발을 들였다. 1980년대 독립영화 제작집단 '장산곶매'에서 활동하며 '오! 꿈의 나라', '파업전야', '닫힌 교문을 열며' 등의 제작에 참여했다.
이후 상업영화 '아담이 눈을 뜰 때', '정글스토리'의 시나리오와 TV 드라마 '제3극장'의 극본을 쓰는 등 영화와 방송 분야에서도 활동 영역을 넓혔다.
그가 대중음악평론가로 본격적인 이름을 알린 것은 1990년대 초반이다. 후배의 부탁을 받아 가수 김현식에 관한 평론 '김현식론: 통기타에서 블루노트까지'를 쓴 것을 계기로 음악 비평의 길에 들어섰다.
고인은 음악을 단순한 장르나 유행으로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 역사적 맥락과 연결해 해석하는 시선과 유려한 문체로 주목받았다.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는 강헌을 두고 "1990년대 초반부터 수려한 글로 음악평론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며 “당시 ‘가요는 강헌, 팝은 임진모’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오랫동안 함께 활동했다"고 회고했다.
고인은 문화계간지 '예감', '상상', '리뷰' 등의 창간에 참여했고 홍익대, 성공회대, 단국대, 성균관대 등에서 약 20년간 대중음악사를 가르쳤다. 콘서트 '자유', '포크 30주년 기념 페스티벌'을 비롯해 음악극 '끝나지 않는 노래', '천변살롱', '천변 카바레' 등을 기획·제작하며 공연 분야에서도 족적을 남겼다.
2015년 출간한 '전복과 반전의 순간'에서는 일제강점기 가요부터 엘비스 프레슬리에 이르기까지 음악사의 주요 장면을 당시 사회상과 연결해 풀어냈다. 이듬해 펴낸 '강헌의 한국대중문화사'에서는 한국 근현대사의 흐름 속에서 대중문화가 형성되고 변화해온 과정을 짚었다. 또한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와 한국광역문화재단연합회 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해 12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이사장에 임명돼 활동해왔다.
한편 고인은 42세 때 대동맥이 찢어지는 위기를 겪어 23일 동안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깨어났다. 이후 명리학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명리: 운명을 읽다' 등의 저서를 펴내며 또 다른 분야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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