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박설민 기자 한 달 넘게 부산 북항 친수공원에 체류 중인 흑상어 ‘부캉이’가 부산 시민과 국민들의 사랑을 한껏 받고 있다. 인공수로에 대형 상어가 이렇게 장기간 머문 일은 국제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매우 드문 사례로 꼽힌다.
안타깝게도 부캉이와의 이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듯하다. 전문가들은 부캉이가 외해로 나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다가오는 겨울, 부적합한 서식 환경 등의 요인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부캉이의 몸 주변엔 크고 작은 상처가 발생했다. 인공수로를 헤엄치다 주변 콘크리트 벽에 쓸린 흔적이다.
오는 21일 해양수산부와 국립수산과학원, 부산시, 해양경찰 등 관계 기관에서도 3차 부캉이 외해 유도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지난달 29일과 이달 2일 바다로 돌려보내려는 시도가 두 번 연속 실패한 바 있다. 따라서 신중한 접근과 전략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두 차례 귀환 실패한 부캉이… 해외 학자들 추정 이유는 ‘장소 선호’
부캉이를 안전하게 바다로 돌려보내기 위해선 먼저 지난 두 번의 외해 유도 실패 원인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두 번 모두 부캉이는 먼 바다로 이어지는 수로 입구에서 안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돌아갔다. 심지어 그물을 활용한 두 번째 시도에선 그물을 뛰어넘는 묘기까지 선보였다.
해외 상어 전문가들은 ‘흑상어(Carcharhinus obscurus)’가 갖는 행동 특성에 주목한다. 흑상어는 본래 이동성이 높은 종이다. 연간 2,000~3,000km를 이동하기도 한다. 하지만 먹이, 수온, 안전 조건 등이 만족스러울 경우, 특정 장소에 대해 강한 선호도를 나타내기도 한다.
이스라엘 하이파대학교 ‘모리스 칸 해양연구기지(Morris Kahn Marine Research Station)’의 리 리브네(Leigh Livne) 박사는 ‘시사위크’와의 인터뷰에서 흑상어의 단기적 서식지 충성도 가능성을 제시했다. 리브레 박사는 5년 이상 흑상어와 모래톱상어 번식 및 생태를 연구한 상어 생태 전문가다.
리브레 박사는 “부캉이의 인공수로 장기 체류는 성체 흑상어에게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지만 흑상어에게서 단기적인 서식지 충성도는 나타날 수 있다”며 “운하에 머무르는 정확한 사례는 드물지만 해안 기반 시설에 서식하는 것은 기록된 바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행동은 실제 연구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리브네 박사에 따르면 이스라엘 연안에 서식하는 흑상어들은 따뜻한 수온이 유지되는 인공 해안시설 주변에서 강한 정착성을 보였다. 이는 체온 조절을 위한 행동일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부캉이 역시 별빛수로를 일종의 피난처로 활용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부캉이가 외해로 ‘나가지 못한다’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리브네 박사는 조석과 해류 등의 영향으로 부캉이가 출구를 찾거나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단순히 외해 유도를 반복하기보다는 부캉이가 실제로 출구를 이용할 수 있는지, 어떠한 환경에서 이동하려는 행동을 보이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리브레 박사는 “벽, 다리, 소음, 불빛, 배, 전기장 등이 상어의 항해를 혼란스럽게 할 수 있지만 실제로 영향을 미치는 지는 불확실하다”며 “부캉이가 그물을 건넌 후 다시 돌아오는 것은 특정 장소를 강하게 선호하는 것을 의미하지만 반드시 이곳(인공수로)를 떠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 구조 중 폐사 위험도… 안전한 외해 유도가 관건
이 가운데 관계기관은 오는 21일 부캉이의 세 번째 외해 유도 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부산시에 따르면 이번 작업에는 해양수산부와 국립해양생물자원관 등이 참여한다. 앞선 두 차례 시도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그물과 수상 작업용 부유시설인 ‘폰툰’, ‘잠수사’ 등을 투입할 계획이다.
20일에는 수중음파탐지기와 수중드론 등을 활용, 수로 입구의 해저 지형 및 장애물을 사전 조사한다. 이후 21일 오전 제5~6보도교 일원에 차단 그물과 폰툰을 설치하고 본격적인 유도 작업에 착수한다. 폰툰에 연결된 그물을 외해 방향으로 이동시키면서 부캉이가 수로 안쪽으로 되돌아오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다만 핵심은 부캉이의 안전이다. 구조 과정에서 상어가 폐사하거나 부상을 당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상어의 경우 매우 민감한 동물인만큼, 최악의 경우 자칫 급격한 스트레스 등으로 부캉이가 폐사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실제로 흑상어가 포획 및 방류 과정에서 폐사할 위험이 있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에서 확인됐다.
미국 매사추세츠대 다트머스 캠퍼스’·‘모트해양연구소(Mote Marine Laboratory)’ 연구팀은 포획된 흑상어 50마리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낚싯줄 포획 3시간 미만일 때 구조 후 방사할 경우 폐사율은 11%였다. 하지만 시간이 3시간을 초과하면 42%까지 폐사율이 높아졌다.
미국 뉴잉글랜드대 해양과학센터 연구팀도 2020년 50마리의 흑상어 중 방류 후 2시간 내 2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폐사율은 5.1%였다. 즉, 이번 부캉이 구조의 관건은 얼마나 빠르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바다로 돌려보내냐는 것에 달린 셈이다.
리브레 박사도 “먼저 상어가 먹이를 먹고 정상적으로 움직이는지, 부상이 없는지 관찰해야 한다”며 “먹이를 먹지 않고 부상을 입거나, 수온이 너무 낮아지거나, 스스로 빠져나갈 수 없는 것이 아주 확실할 때만 다른 곳으로 이동하도록 도와야 하며 절대 포획 자체는 위험이 있어 해선 안된다”고 조언했다.
이어 “부캉이와 같이 상어는 인간이 만든 공간인 인공수로 등을 단기적 이점에서 이용할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혼란스럽게 할 수도 있다”며 “관계 당국은 인간의 이용뿐만 아니라 상어 등 해양생물의 이동, 감각 생태를 고려해 해안 건축을 계획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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