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 공통 업무 명시 두고 갈등… 정신건강 직역 간 ‘팽팽’

시사위크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대한간호협회 정신간호사회 △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사협회 △대한작업치료사협회 정신건강작업치료사회 등 정신건강전문요원 3개 직역단체가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의 원안 추진을 촉구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사진=이민지 기자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대한간호협회 정신간호사회 △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사협회 △대한작업치료사협회 정신건강작업치료사회 등 정신건강전문요원 3개 직역단체가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의 원안 추진을 촉구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사진=이민지 기자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정부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시행하는 심리상담 및 재난심리지원 사업을 정신건강전문요원의 공통 업무로 명시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관련 직역 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신건강간호사를 포함한 3개 직역 단체가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의 원안 추진을 촉구하고 나섰다.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대한간호협회 정신간호사회 △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사협회 △대한작업치료사협회 정신건강작업치료사회 등 정신건강전문요원 3개 직역단체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 정신건강권 보장과 공공 정신건강 안전망 강화를 위해 시행령 개정안을 원안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9월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는 정신건강전문요원의 업무 범위를 규정한 제12조2항과 관련해 ‘국가‧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시행하는 심리상담 및 재난심리지원 사업의 수행’을 정신건강전문요원의 공통 업무에 포함하는 내용이 담겼다.

◇ ‘심리상담’ 공통 업무 명시 두고 직역 간 충돌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한 가운데, 심리상담 업무 범위를 둘러싼 정신건강 직역 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임상심리학계는 심리상담을 정신건강전문요원의 공통 업무로 포괄할 경우 각 직역의 전문성과 책임 범위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며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 한국임상심리학회 산하 대구경북지회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한 가운데, 심리상담 업무 범위를 둘러싼 정신건강 직역 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임상심리학계는 심리상담을 정신건강전문요원의 공통 업무로 포괄할 경우 각 직역의 전문성과 책임 범위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며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 한국임상심리학회 산하 대구경북지회

보건복지부는 이번 개정안 마련 배경으로 2024년부터 시행된 ‘심리상담 바우처사업’ 서비스 제공과 재난 현장의 심리지원 과정에서 정신건강전문요원이 핵심 인력으로 역할을 해오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정신건강전문요원은 정신건강 분야에 관한 전문지식과 기술을 갖추고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수련기관에서 수련을 받은 전문인력으로, △정신건강임상심리사 △정신건강간호사 △정신건강사회복지사 △정신건강작업치료사 등이 해당한다.

하지만 개정안을 둘러싸고 정신건강전문요원 직역 간 이견이 불거졌다. 임상심리학계에서는 심리학적 전문성을 토대로 이뤄지는 심리상담을 정신건강전문요원의 공통 업무로 포괄할 경우 각 직역의 전문성과 책임 범위가 불분명해지고, 다학제적 협력 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반면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세 직역 단체는 이번 개정안이 새로운 업무 영역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건강전문요원이 공공 현장에서 이미 수행해 온 업무를 법령에 명확히 반영하는 것이라며 맞섰다.

20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진행된 정신건강전문요원 3개 단체 공동 기자회견에서 김숙자 대한간호협회 정신간호사회 회장(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이다. / 사진=이민지 기자
20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진행된 정신건강전문요원 3개 단체 공동 기자회견에서 김숙자 대한간호협회 정신간호사회 회장(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이다. / 사진=이민지 기자

김숙자 대한간호협회 정신간호사회 회장은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국가와 지방자체 등이 시행하는 심리상담 및 재난심리지원 사업의 수행을 정신건강전문요원의 공통 업무에 명시해 현장에서 실제로 수행하고 있는 업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 하려는 것”이라며 “변화하는 공공 정신건강서비스의 현실을 반영하고 국민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정신건강을 지키는 일은 직역 간 경계를 둘러싼 논쟁보다 우선해야 한다”며 “각 직역의 전문성과 차이를 존중하면서 서로 협력하고, 국민이 필요한 순간에 적절한 정신건강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 단체는 국민의 정신건강권 보장과 공공 정신건강 안전망 강화를 위해 이번 시행령 개정안의 원안 추진을 공동으로 촉구한다”고 밝혔다.

◇ “심리상담도 전문적 정신건강 서비스”… “현장 업무 법령에 반영해야”

20일 진행된 정신건강전문요원 3개 단체 공동 기자회견에서 김용진 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사협회 회장은
20일 진행된 정신건강전문요원 3개 단체 공동 기자회견에서 김용진 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사협회 회장은 "변화한 정신건강 문제를 과거의 제도와 업무체계만으로 대응할 수 없다"며 "국민의 정신건강 요구가 변화하면 서비스가 변화해야 하고, 이를 수행하는 전문인력의 역할과 역량,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 역시 함께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 사진=이민지 기자

세 직역 단체는 국민들의 정신건강 문제가 다양하고 복합적으로 변화하면서 정신건강서비스의 영역 역시 확대돼 온 만큼, 심리상담도 전문적인 정신건강서비스의 한 영역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용진 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사협회 회장은 “1995년 ‘정신보건법’이 제정된 이후 30년이 흐르는 동안 사회 환경과 국민의 삶은 크게 변화했고, 우울‧불안‧스트레스‧자살위기‧중독‧재난과 트라우마 등 국민이 경험하는 정신건강 문제 역시 더욱 다양하고 복합적으로 변화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따라 정신건강정책과 서비스도 정신질환자의 치료와 재활을 넘어 △정신건강 증진과 예방 △조기발견과 조기개입 △자살예방 △중독관리 △재난‧트라우마 지원 △지역사회 재활과 회복지원으로 확대‧발전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심리상담은 단순한 대화나 다른 서비스로 연계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전문적인 정신건강서비스”라며 “전문적인 지식과 훈련을 바탕으로 대상자의 심리적‧정서적 어려움과 생활상의 문제를 이해하고 평가하며, 상담이론과 근거기반 개입방법을 활용해 심리적 고통과 부적응을 예방‧완화하고 위기에 대처하며 개인의 기능과 안녕을 향상하도록 돕는 전문적 개입이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세 직역 단체는 정신건강전문요원이 현장에서 이미 심리상담과 재난심리지원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이를 규정하는 현행 법령이 실제 업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숙자 회장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심리상담과 재난심리지원 등 다양한 공공 정신건강사업을 추진해 왔으며, 정신건강전문요원은 관련 사업지침과 운영기준에 따라 이러한 서비스를 수행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실제 사업에서 수행하는 역할과 달리 현행 시행령의 공통 업무 규정에는 심리상담 및 재난심리지원 사업 수행이 명시돼 있지 않다”며 “사업지침에 따른 실제 업무와 법령상 업무 규정 사이에 간극이 존재해 공공 정신건강사업에서 정신건강전문요원의 역할과 참여 범위를 둘러싼 혼선과 불확실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시행령 개정은 공공 정신건강사업에서 실제 수행돼 온 정신건강전문요원의 역할을 법령에 명확히 반영해 제도와 현실의 간극을 해소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간호협회 정신간호사회‧대한작업치료사협회 정신건강작업치료사회‧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사협회 등 세 단체는 20일 국민권익위원회 정부합동민원센터를 방문해 청와대 사회수석비서관실을 수신처로 공동성명서와 찬성의견서, 전달공문을 접수했다. / 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사협회
대한간호협회 정신간호사회‧대한작업치료사협회 정신건강작업치료사회‧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사협회 등 세 단체는 20일 국민권익위원회 정부합동민원센터를 방문해 청와대 사회수석비서관실을 수신처로 공동성명서와 찬성의견서, 전달공문을 접수했다. / 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사협회

한편 기자회견을 마친 뒤 세 직역 단체 대표는 국민권익위원회 정부합동민원센터를 방문해 청와대 사회수석비서관실을 수신처로 공동성명서와 개정안 찬성 의견서를 접수했다. 

공동성명서에는 △‘국가‧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시행하는 심리상담 및 재난심리지원 사업의 수행’을 정신건강전문요원의 공통 업무로 명확히 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원안대로 추진할 것 △각 직역의 고유한 전문성을 존중하면서 공공 정신건강 현장에서 실제 수행해 온 업무를 법령에 충실히 반영할 것 △교육‧수련과 슈퍼비전, 보수교육 및 서비스 질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다학제적 협력체계를 통해 공공 정신건강서비스의 전문성‧안전성‧접근성‧연속성을 높일 것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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