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두완 기자 북핵 인식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이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환수 필요성을 설명하며 핵을 ‘최후 방어무기’로 표현하면서다. 국민의힘은 북한의 핵 사용 가능성을 과소평가했다며 반발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까지 전술적 타격 수단 증강 배치와 대남 확성기 방송 재개를 위협하면서 전작권 환수에서 시작한 공방이 정부의 대북정책 전반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 전작권 환수 자신한 대통령, 북핵 위협 꺼낸 국민의힘
이 대통령은 1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기자단 간담회에서 전작권 조기 환수 의지를 재확인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의 전작권 전환 조건 관련 발언과 한미 협의 상황을 묻는 질문에 ‘전환’보다 ‘환수’나 ‘환원’이라는 표현이 맞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군사주권이 국가 주권의 핵심 요소인 만큼 전작권을 신속하게 돌려받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자체 방위 역량에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한국의 재래식 군사력이 세계 5위이고, 국방비 지출은 북한 국내총생산(GDP)의 약 1.5배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핵 보유에 대해서는 “핵무기라고 하는 걸로 실전 치를 거냐. 그건 최후 방어 무기에 해당하죠”라고 말했다. 부족한 역량은 추가로 보완하겠다며 국방비 증액도 언급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북핵 인식을 문제 삼았다. 장동혁 대표는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이 북한의 핵무기를 ‘방어무기’로 규정하며 북한을 변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니라 북한 조선노동당 대변인”이라고 비난했다. 자체 방위 역량을 강조한 대통령의 발언을 북핵 위협에 대한 안일한 인식으로 받아친 것이다.
나경원 의원은 북핵 위협을 근거로 전작권 조기 환수에 반대했다. 나 의원은 같은 날 북한이 2022년 핵무력 정책법으로 선제 핵공격을 법제화했다고 지적하며 “북한조차 선제공격을 명시한 핵을 두고 우리 대통령이 나서서 방어용이라 변호하고 나섰다”고 비판했다. 이어 “북핵이라는 비대칭 전력 앞에서는 우리의 세계 5위 재래식 군사력도 북한 GDP 1.5배의 국방비도 순식간에 무력화된다”며 조기 환수 주장을 거두라고 요구했다.
전작권 환수의 근거로 제시한 군사력 평가가 오히려 논쟁의 대상이 됐다. 이 대통령은 재래식 전력의 우위와 부족한 역량의 보완 가능성을 강조했지만, 국민의힘은 그것만으로 북핵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전작권 환수 시기를 둘러싼 이견이 북핵 사용 가능성과 한국군의 대응 능력에 대한 공방으로 이어진 것이다.
◇ 김여정 군사 위협에 대북정책 공세도 확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의 19일 담화는 공방을 키우는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했다. 김 부장은 ‘우리는 주권수호를 말로 하지 않는다’는 제목의 담화에서 북한군의 군사분계선 월선에 대한 우리 군의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을 문제 삼았다. 이어 접경지역에 “전술적 타격 수단”을 증강 배치하고 대남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위협했다. 이재명 정부의 대북 대응이 윤석열 정부를 “훨씬 능가하고 있다”고도 비난했다.
이에 나 의원은 “북한 지뢰에 다친 건 우리 장병이다. 그런데 협박은 김여정이 한다”며 “적반하장”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지뢰 피해를 ‘불의의 사고’로 표현하고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북한의 공격으로 특정하기 어렵다고 발언했다며 정부가 북한에 책임을 부인할 빌미를 줬다고 주장했다. 반면 진영승 합참의장이 북한의 행위를 도발로 규정하고 단호한 대응을 천명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현장 지휘관의 대응 원칙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윤상현 의원도 정부의 유화 조치에도 북한의 위협이 계속된다며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윤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했는데도 북한이 위협을 거듭하고 현 정부마저 윤석열 정부보다 강경하다고 비난한다고 지적했다. 남북관계 악화의 책임을 보수 정부의 강경책에서만 찾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군사적 억제력을 강화하고 대화·협상에서도 실질적인 안보 이익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는 대북송금 의혹을 거론하며 정권 퇴진까지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이 북한에 약점을 잡힌 것 아니냐는 취지로 비난하며 “하루라도 빨리 이재명 정권을 끌어내리는 것만이 대한민국을 지키고 국민을 지키는 길”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북송금 의혹과 대통령의 안보 판단을 연결할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김여정 담화를 ‘핵무기 증강 배치 선언’으로 표현한 대목도 담화에 명시된 ‘전술적 타격 수단 증강 배치 검토’와는 차이가 있다.
전작권 환수 논쟁은 한국군이 북한의 위협에 대응할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부족한 역량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와 맞닿아 있다. 이 대통령은 자체 방위 역량을 강조하지만 ‘최후 방어무기’라는 표현으로 북핵 위협을 낮게 평가한다는 비판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 국민의힘 역시 북핵 대응 능력을 따지는 데서 나아가 대북송금 의혹과 정권 퇴진까지 꺼냈다.
그러나 외교·안보는 국익과 국민의 생명·안전이 걸린 사안이다. 대통령은 북핵 위협에 대한 인식과 대응 방안을 분명히 설명하고, 여야는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방위 태세를 갖추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국민이 대통령과 국회에 맡긴 책임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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