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전두성 기자 추미애 경기지사의 ‘소방 재정 빨대’ 발언으로 촉발된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추 지사는 관련 발언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사과를 바라시니까’라는 표현을 덧붙이며 사과에 대한 진정성 논란도 일으켰다.
이에 야권은 추 지사의 사퇴를 압박하고 있고, 추 지사 소속 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일부 지지층 사이에서도 추 지사의 징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민주당 지도부는 소방공무원의 ‘처우 개선’을 강조하며 수습에 나섰다. 다만 추 지사의 징계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 민주당, 자세 낮췄지만 ‘징계 요구’엔 신중론
추 지사의 ‘소방 재정 빨대’ 발언은 지난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나왔다. 추 지사는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답하는 과정에서 “소방이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 같다”고 발언했다.
이는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으로 전환된 뒤에도 지방자치단체가 여전히 상당한 예산을 부담하고 있다는 점을 설명하는 가운데 나왔다. 하지만 소방을 ‘빨대’로 비유한 것에 대한 비판 목소리는 커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며칠 뒤 경기 부천에서 공장 화재가 발생했고, 화재를 진압하던 소방관이 순직하며 추 지사를 향한 분노는 거세졌다. 추 지사는 지난 17일 고(故) 김진석 소방위의 빈소를 조문한 후 ‘소방 재정 빨대’ 발언에 대해 “이 자리를 빌려 제 의도와 다르게 전달이 됐다면 깊은 유감의 말씀드린다”며 “사과를 바라시니까 마음을 다해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이번엔 ‘사과를 바라시니까’라는 발언이 사과에 대한 진정성 논란에 불을 지폈다.
국민의힘은 즉각 “경기도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며 추 지사의 사퇴를 압박하고 나섰고, 민주당 일부 당원들도 추 지사의 비상징계를 요구하는 ‘연대 청원서’까지 돌리며 당에 징계를 촉구하고 있다.
이처럼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민주당 지도부는 소방공무원들의 처우 개선을 강조하며 수습에 나섰다. 김민석 대표는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일선 소방공무원들께서 이 순간에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헌신하고 계신다”며 “국민이 어려울 때마다 가장 먼저 나서 주시는 제복의 영웅, 소방관 여러분께 진심 어린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웅에는 그에 걸맞은 대우가 뒤따라야 한다”며 “화재 진압, 구호 활동, 재설 작업에 필요한 각종 장비를 적기에 보충하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소방관의 정신·건강을 위한 지원도 부족함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소방관의 안전한 근무 환경을 위한 예산과 지원을 약속했다.
이외에도 “소방대원 구조·대피 체계를 포함한 실효성 있는 재발 방지 대책과 소방 관련 제도 정비·예산 확보에 앞장서겠다”(한병도 원내대표), “소방직 국가전환의 재정적 완성을 국회가 하루빨리 실현하길 기대한다”(최민희 최고위원) 등의 발언이 잇따랐다.
당내에선 추 지사에 대한 ‘추가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공개적으로 나왔다. 박지원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 나와 “당은 기강을 세워야 하고 그런 실수로 인해 결국 손해 보는 것은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 아닌가”라며 “(당) 지도부에서 경고 정도는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당 지도부는 추 지사의 징계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소방공무원에 대한 ‘제도·재정적 보완 대책 마련’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조계원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 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국민과 소방대원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재정·제도적 대책 (마련)에 방점을 찍었다”며 추 지사 관련 문제는 이후에 논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신현영 대변인도 추 지사 징계와 관련해 “정쟁이 되지 않는 방향으로 현명한 대응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민주당이 추 지사 징계에 대해 신중론을 유지하는 것은 당내 갈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추 지사와 관련한 징계가 자칫 또 다른 갈등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 민주당 의원, 이 와중에 또 ‘발언 논란’
이처럼 민주당이 추 지사 논란에 대한 수습책을 고심하는 상황에서, 이날 국정감사장에선 민주당 의원의 발언으로 또다시 논란이 불거졌다. 부승찬 의원이 추 지사를 엄호하는 과정에서 “재정을 진짜 쭉쭉 빨아먹는 거 아닌가”라는 표현을 한 것이다.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진행된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추 지사는 “최근 저의 발언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으신 소방관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재차 사과했다. 지난 17일, 사과에 대한 진정성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후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지던 상황에서 또다시 논란의 발언이 나왔다. 부 의원은 추 지사의 ‘소방 빨대’ 발언이 “큰 잘못을 하셨다”면서도 그가 충분히 사과했다고 옹호했다. 그러면서 그는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으로 전환된 뒤에도 소방 예산의 약 90%를 지자체에서 부담한다고 언급하며 “이게 재정을 진짜 쭉쭉 빨아먹는 거 아닌가”라고 표현했다.
이후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선 강한 반발이 나왔다. 김은혜 의원은 “제 귀를 또 국민께서 귀를 의심하셨을 것 같다. 너무 충격적”이라며 “(추) 지사님 망언이 있었고 순직 소방관 영결식이 오늘(19일) 엄수됐다. 그분을 보내드리는 국정감사장에서 ‘소방 예산이 재정을 쭉쭉 빨아 먹는다’는 말은 결코 나와서는 안 될 말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부 의원은 김 의원을 향해 “여전히 정쟁으로 활용하는 작태라고 보여진다”며 “앞뒤 문맥을 정확히 보시라”고 맞받았다. 이에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다른 건 다 하면서 왜 이것만 못 하느냐. 민주당은 보완 수사권 폐지하고, 검사 수사권 완전히 박탈하고, 국민이 반대하는 그런 건 잘하는데 왜 이건 못 하느냐”고 소리쳤다.
이후 부 의원은 “질의 얘기 들었나. 여야가 다 잘못이라고 얘기했다”고 받아쳤고, 부 의원과 국민의힘 의원들의 고성이 멈추지 않자 국정감사가 잠시 중지되기도 했다.
김 대표는 부 의원의 발언 논란에 대해 ‘엄중 경고’ 조치를 내렸다. 민주당은 공지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김 대표가) 중앙당 윤리심판원에 해당 발언의 경위에 대한 직권조사명령을 내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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