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윤혁 기자 SK하이닉스의 미국 손자회사 솔리다임의 나스닥 상장설이 주주 이익 보호를 넘어 정부 대응의 적절성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주주 보호 기조를 강조해 온 정부가 중복상장 우려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를 SK의 호남 반도체 투자와 연결하며 정부가 투자 유치를 의식해 상장을 묵인하고 있다는 ‘정경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 안철수 “호남 반도체에 목줄 잡혔나”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플래시와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업을 인수하면서 출범한 미국 회사다. 올해 초 SK하이닉스는 기존 솔리다임 법인을 인공지능(AI) 투자회사인 ‘AI컴퍼니’로 전환하고, 반도체 사업은 그 아래 새로 설립한 회사에 넘겨 솔리다임이라는 이름을 이어가도록 했다. 이로써 ‘SK하이닉스→AI컴퍼니→솔리다임’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형성됐다.
그러나 최근 솔리다임의 나스닥 상장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중복상장 논란이 불거졌다. 중복상장은 모회사와 자회사가 각각 증시에 상장되는 것을 말한다. SK하이닉스 주주들은 솔리다임이 별도로 상장하면 향후 솔리다임의 사업 성과를 새로운 주주들과 나누게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가 낮게 평가되고 기존 주주에게 돌아갈 이익도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19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도 다뤄졌다. 이날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의 관련 질의에 이찬진 금감원장은 “중복상장에 저촉된다는 판단은 금융위원회도, 저희도 하고 있다”며 국내 증권신고서 제출 대상 여부 등에 대한 금융위의 유권해석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자사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어떤 방안이든 장기적인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제고를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겠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안철수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과 금융당국의 대응을 문제 삼고 나섰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정부가) 상법 개정과 자본시장 선진화를 줄기차게 선전하더니, 정작 솔리다임 건에는 침묵한다”며 “(솔리다임 상장시) AI컴퍼니의 지분 투자자인 SK 계열사들은 상장에 따른 수익을 그대로 가져간다”고 적었다. 일반주주 보호를 강조해 온 정부가 정작 주주 이익 훼손이 우려되는 이번 사안에서는 그에 걸맞은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안 의원은 정부의 미온적 태도를 이재명 대통령의 역점 사업인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엮었다. 핵심 국정과제를 성사시키기 위해 솔리다임 상장 문제에 침묵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9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반도체 특화단지 예정지인 광주 군공항 부지를 방문해 “이번 방문은 얼마나 빠른 속도로 공장을 지을 수 있는지 직접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며 “최대한 빠른 속도로 건설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안 의원은 이 대통령을 향해 “지난주 호남을 방문한 SK 총수의 무력시위에 꼬리를 내린 것이냐”며 “모든 공적 수단을 동원해 이 상장을 막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상장을 방치하면 국내 증시에 큰 충격이 올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차후 정경유착 수사 또한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주 보호를 위한 대응 촉구에서 나아가, 호남 투자를 둘러싼 정부와 SK 간 유착 가능성까지 제기하면서 공세를 확대한 것이다.
이처럼 솔리다임 상장 논란은 주주 보호와 호남 투자 문제까지 얽히면서 잡음이 커지는 모습이다. 다만 이날 금감원장이 관련 사안을 주시하며 금융위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고, SK하이닉스 역시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제고를 우선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만큼 정부의 묵인이나 주주 이익 훼손을 단정하기는 이르다. 향후 당국의 검토와 대응을 통해 주주 보호 원칙이 실제로 어떻게 적용될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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