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두완 기자 리베이트(Rebate). 거래대금의 일부를 되돌려주는 돈을 뜻한다. 하지만 누구에게 어떤 대가로 지급됐는지에 따라 성격은 달라진다. 한강버스 국정감사에서도 선박 수주 과정에서 지급된 돈이 정상적인 중개수수료인지 SH 관계자에게 흘러간 부당한 금품인지가 쟁점이 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서울시 내부 조사 자료를 근거로 금품수수와 조사 무마 의혹을 추궁했고 서울시는 수수료 지급과 직원의 금품수수는 구분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 건조비 증가와 수수료 지급의 적정성
19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에서는 한강버스 선박 건조비 증가와 수주 과정의 금품수수 의혹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업체 선정과 비용 집행의 적정성을 따졌고 서울시는 원가 상승과 중개수수료 관행을 들어 반박했다. 비용이 늘고 수수료가 지급됐다는 사실만으로 비리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각각의 지출에 합당한 근거가 있었는지는 확인해야 할 문제다.
첫 번째 쟁점은 가덕중공업의 건조비 증가와 계약 유지다.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은 선박 건조비가 척당 당초 약 29억원에서 약 61억원으로 늘어난 경위를 물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건조 역량이 부족한 업체를 선정하고 비용 증가와 납기 지연을 파악한 뒤에도 계약을 유지한 이유를 추궁했다. 박진영 서울시 미래한강본부장은 부지·장비 임차에 따른 간접비와 인건비·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원인으로 설명했다.
박 본부장은 계약을 전면 해지하면 선박 6척을 둘러싼 법적 분쟁으로 사업이 지연될 수 있어 일부 물량을 다른 조선소로 옮겼다고 밝혔다. 사업 지연을 줄이려는 판단이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업체의 건조 여건은 최초 선정과 계약 과정에서도 검토했어야 할 사항이다. 비용 증가분 가운데 원가 상승으로 설명되는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업체의 건조 역량과 계약 유지에 따른 추가 부담은 어떻게 검토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두 번째 쟁점은 중개수수료의 성격과 SH 관계자 금품수수 의혹이다. 김남근 민주당 의원은 시장에게 보고된 내부 자료에 약 15억원의 목적 외 사용 의심 내역과 그중 약 3억2,000만원이 선박 수주 관련 커미션 명목으로 지급됐다는 진술이 담겼다고 지적했다. 오세훈 시장은 선박 거래에 중개수수료 관행이 있으며 그 돈이 SH 직원에게 전달됐다는 단서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다만 이번 수수료율이 통상적인 수준보다 높아 서울시도 의심했다고 설명했다.
허영 민주당 의원은 조사팀이 확보한 계약서에 기재된 법인과 실제 돈을 받은 개인사업자가 다르다고 주장했다. 문혁 서울시 감사위원장은 선박 수주 과정의 중개수수료 관행을 설명했지만 계약 상대방과 수령자가 다르다는 지적에는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약 15억원 전체를 리베이트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수수료 관행만으로 개별 지급의 적정성이 입증되는 것도 아니다. 실제 제공된 중개 업무와 계약 관계, 최종 수령자를 확인해야 돈의 성격을 판단할 수 있다.
◇ 수사의뢰 대신 감사원 청구를 택한 서울시 대응
세 번째 쟁점은 수사의뢰서 초안까지 작성한 서울시가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를 우선한 결정 과정이다. 박재용 전 서울시 감사위원장은 지난해 9월 9일 오세훈 시장에게 관련 정황을 보고했지만 당시에는 대응 방안을 결정하지 못했고 이후 비서실장으로부터 공익감사 청구를 우선하자는 내용을 전달받았다고 설명했다. 오 시장은 증거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수사의뢰가 해당 직원에게 중대한 불이익을 줄 수 있어 신중해야 했다는 입장이다.
이용선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서 송광남 서울시장 비서실장은 정무라인의 내부 논의 결과를 오 시장에게 보고했으며 시장이 그렇게 하라고 해 감사위원회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수사의뢰서 초안 자체는 시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감사원 청구 방침의 보고·전달 경로는 구체화됐지만 정무라인이 어떤 검토를 거쳐 수사의뢰보다 감사원 청구가 적절하다고 판단했는지, 그 근거를 시장에게 어디까지 보고했는지는 확인이 필요한 대목이다.
네 번째 쟁점은 조사 자료 폐기 지시 의혹이다. 김남근 의원은 담당자 업무 메모에 적힌 ‘서류 폐기’를 근거로 당시 감사위원장의 폐기 지시가 있었는지 추궁했다. 당시 조사과장은 은폐 지시는 없었으며 보안을 위해 인쇄된 서류는 폐기하고 원본 전산파일은 비밀번호를 설정해 보관하도록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서울시 측은 관련 자료가 현재도 남아 있다고 밝혔다.
자료가 보관돼 있다는 사실은 실제 폐기 여부를 판단할 근거지만 당시 지시의 내용과 경위까지 설명해주지는 않는다. 문혁 현 감사위원장은 지난 16일 경찰 수사의뢰에 자료 폐기 지시 의혹을 포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런 지시가 없었고 문서도 보관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담당자 기록과 서울시 설명이 엇갈리는 만큼 어떤 확인 절차를 거쳐 해당 의혹을 수사의뢰 대상에서 제외했는지도 검증할 대목이다.
다섯 번째 쟁점은 감사원 각하 이후 후속 조사와 경찰 수사의뢰 시점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해 감사원 청구가 각하된 뒤에도 수사의뢰하지 않다가 올해 행정안전위원회 국감 직후인 10월 16일에야 경찰에 의뢰한 이유를 물었다. 오 시장은 올해 7월 23일부터 국감 전날인 10월 14일까지 자료 요구와 방문·면담·유선 조사 등을 계속했다며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당초 다음 달까지 조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다는 설명도 했다.
서울시 측은 당시 한강버스 전반에 대한 별도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이어서 그 결과를 기다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해당 감사의 범위에 금품수수 의혹까지 포함되는지를 확인했는지,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자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했는지는 별도로 살펴야 한다. 지난해 각하 이후 올해 7월까지의 대응과 이후 조사에서 추가로 확인한 내용, 지난 16일 수사의뢰를 결정한 근거를 대조해야 처리 기간이 적절했는지 판단할 수 있다.
한강버스는 시민의 세금과 승객의 안전이 걸린 사업이다. 제기된 의혹을 정치공세로 반박하는 것만으로는 사업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기 어렵다. 건조비 집행부터 의혹 처리 과정까지 시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자료와 근거로 설명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경찰 수사 등을 통해 자금 흐름과 서울시의 의혹 처리 경위가 어디까지 규명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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