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영실 기자 10분에 달하는 롱테이크 독백부터 6시간이 걸렸던 특수분장, 손으로 빚어낸 세트와 작품만을 위해 설계한 렌즈까지. 영화 ‘디거’의 독특한 세계 뒤에는 보이는 것보다 더 집요한 제작 과정이 숨어 있다.
‘디거’는 꼰대 괴짜 재벌 디거 록웰(톰 크루즈 분)의 그린란드 빙하 시추 시설에서 발생한 작은 균열이 전 세계를 뒤흔들 역대급 대재앙이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버드맨’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등을 연출한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톰 크루즈를 비롯해 산드라 휠러·존 굿맨·리즈 아메드 등이 출연했다.
영화의 명장면 중 하나는 디거가 청문회에 나서 대중을 향해 궤변을 쏟아내는 약 10분 분량의 롱테이크 독백신이다. 해당 장면은 긴 호흡의 대사를 소화하는 배우의 연기뿐 아니라 동선과 카메라, 렌즈의 위치까지 치밀한 준비를 거쳐 완성됐다.
톰 크루즈는 앞서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해당 장면을 두고 “대사의 프레이징과 리듬, 움직임, 감정의 상승과 하강까지 모두 조절하면서 카메라와 함께 재즈를 연주하듯 연기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그 장면은 네 번 촬영했다. 더 찍을 준비가 돼 있었는데 이냐리투 감독이 와서 나를 안아주며 ‘됐다’고 했다”며 “원래 나흘 정도 촬영할 것으로 예상한 장면이었는데 하루 만에 끝냈다”고 촬영 비하인드를 전했다.
디거의 파격적인 외형을 만들어간 과정도 쉽지 않았다. 백발과 주름은 물론 체형까지 완전히 다른 인물을 만들기 위한 첫 특수분장에는 무려 6시간이 걸렸다. 이후 작업 시간을 줄이기 위해 각 부위를 붙이는 데 걸리는 시간을 하나하나 측정하고 분장팀이 반복해서 연습한 끝에 1시간 미만까지 단축했다.
톰 크루즈는 “분장이나 의상 자체보다 배우가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며 “영화 안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의미가 있다. 이냐리투 감독은 프레임 안의 모든 것을 굉장히 구체적으로 고민했다”고 이야기했다.
집요함은 화면을 채우는 공간으로도 이어졌다. 작은 나무 하나에도 수천 개의 조각을 붙이고 직접 손으로 색을 입혔을 만큼 영화에서 보이는 많은 요소를 실제로 만들어냈다. 의상과 소품부터 세트의 색까지 서로 맞물리도록 설계해 ‘디거’만의 세계를 구축했다.
‘그래비티’ ‘버드맨’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로 아카데미 촬영상을 3년 연속 수상한 엠마누엘 루베즈키 촬영감독은 영화 전체를 35mm 비스타비전으로 촬영했다. 이냐리투 감독과 루베즈키 촬영감독은 여기에 ‘디거’만의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해 새로운 광각 빈티지 렌즈까지 특별히 설계했다. 오래된 촬영 방식과 새롭게 만든 렌즈를 결합해 클래식한 필름의 질감과 광각 이미지 특유의 깊이를 동시에 구현했다.
톰 크루즈는 “분장부터 의상, 세트, 미니어처까지 모두 치밀하게 만들어졌다”며 “영화에서 보이는 많은 것이 실제로 손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 요소들은 모두 감정을 만들어내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디거’는 전국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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