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지난 2026년 8월3일 중복상장 규제를 담은 상장·공시규정 개정안과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을 시행했다.
중복상장은 상장회사가 자회사를 따로 상장하는 것을 말한다. 언뜻 대기업 그룹의 문제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상장회사의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도 IPO 길목에서 이 규제를 그대로 만난다.
새 규제의 골자는 두 가지다. 모회사 이사회는 자회사 상장을 추진하기 전에 △주주영향 평가 △주주보호 방안 마련 △주주 소통·주주동의 확인 △최종 찬반 결의 △공시라는 다섯 가지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한국거래소는 상장심사 단계에서 자회사의 영업·경영 독립성과 모회사 일반주주 보호 수준을 추가로 심사한다.
창업자가 먼저 확인할 것은 우리 회사가 적용 대상인지 여부다. 상장회사가 우리 회사를 연결재무제표에 편입할 만큼 지배력을 가지면 종속회사에 해당한다. 그 정도가 아니더라도 우리 회사가 그 상장회사와 같은 기업집단의 계열회사가 되고 상장회사가 발행주식의 20% 이상을 보유하면, 거래소는 수직적 지배관계로 보아 규제를 적용한다.
계열편입 자체는 지분율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동일인이 30% 이상을 보유한 최다출자자이거나 경영에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면 계열회사가 된다. 따라서 대기업 SI나 CVC를 주주로 맞이할 때, 창업자는 지분율과 함께 임원 겸임이나 신규사업 결정 관여의 수준까지 미리 따져봐야 한다.
상장을 앞두고 지분을 정리하는 방법으로는 규제를 피할 수 없다. 거래소는 상장예비심사 신청일을 기준으로 최근 1년 이내에 위 관계에 있었던 회사도 적용 대상에 포함한다. 규제는 신규상장뿐만 아니라 우회상장과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합병상장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사내벤처에서 분사한 스타트업은 더 무거운 요건을 진다. 상장회사가 물적분할, 영업양도, 현물출자 방식으로 사업부를 떼어내 세운 회사라면, 그 회사의 상장에는 모회사 주주총회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분사 후 오랜 기간이 지났다는 사정이나 규모가 작다는 사정만으로는 이 요건이 면제되지 않는다.
매출·영업이익·자산이 모두 모회사의 10%에 미치지 못하는 저비중 자회사는 주주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 다만 거래소는 세 지표를 모두 충족하더라도 예상 기업가치가 모회사의 10%를 넘으면 이 특례를 적용하지 않는다. 재무 수치는 작지만 밸류에이션이 높게 형성되는 스타트업이라면 특례를 전제로 일정을 짜서는 안 된다.
영업 독립성은 투자 유치 시점부터 관리할 사항이다. 거래소는 자회사의 매출이나 매입의 50% 이상이 모회사와의 거래에서 발생하면 영업 독립성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한다. 상장사 그룹에 납품하며 매출을 키우는 성장 경로는 편해 보이지만, 나중에 상장심사에서 걸림돌이 된다.
투자계약 조항도 다시 볼 필요가 있다. 가이드라인은 재무적 투자자와의 상장 조건부 계약을 이행하거나 투자금을 회수할 목적으로만 상장을 추진하는 경우, 주주보호 필요성이 더 높다고 본다. 계약에 IPO 의무가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상장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창업자는 투자계약에서 상장기한을 정할 때 모회사 이사회 절차와 주주총회 일정에 걸리는 기간을 함께 반영해야 한다. 아울러 주주동의를 얻지 못해 IPO가 늦어지거나 무산되는 상황에 대비해, 기한 연장 조건과 상환권·동반매도청구권의 발동 요건을 미리 정해두는 것이 안전하다.
거래소는 앞으로 실제 심사 사례를 반영해 가이드라인을 주기적으로 보완할 예정이다. 상장회사 자본을 이미 받았거나 받을 계획이 있는 스타트업이라면, 투자 유치 단계에서부터 계열편입 가능성과 상장 경로를 함께 점검하기를 권한다.

박정현 법무법인 디엘지 변호사
미국 Swarthmore 대학교 경제학과·중어중문학과 졸업 /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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