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나의 가장 큰 힘과 자부심은 팬이다. 팬 덕분에 버텨왔고, 여기까지 왔고, 지금도 이렇게 인터뷰를 할 수 있다. 어렸을 때는 솔직하게 온전히 느끼지 못해도 했던 말이었는데, 지금은 100%의 진심으로 할 수 있다. 삶의 목표? 팬들에게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 다인 것 같다."
19살에 국민 그룹 god로 데뷔해 가요계의 정점을 찍었다. "이런 형식의 인터뷰를 하는 건 처음"이라며 쑥스럽게 웃어 보인 손호영의 얼굴에는 오랜 시간 풍파를 견뎌낸 이 특유의 편안함과 단단함이 깊게 배어 있었다. 약 5년 만의 솔로 신곡 'Go Around(고 어라운드)'를 발표하고 마주한 그는 지나온 솔로 20년의 세월을 담담하면서도 날카롭게 돌아봤다.
솔로 데뷔 20주년이라는 기념비적인 해를 맞았지만, 그의 입에서 가장 먼저 흘러나온 고백은 자축이 아닌 성찰과 아쉬움이었다.
"20년이 되고 나서야 비로소 보이는 아쉬움들이 있더라. 성숙하지 못했던 순간들이 너무 많이 기억난다. 19살에 데뷔해 god로 너무 큰 사랑을 받다 보니, 시작한 솔로 활동에서도 처음부터 자만하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성숙도 늦었고 음악의 방향성도 아쉬웠다. 과거에는 다른 사람이 불렀을 때 좋은 노래를 내가 부르다 보니 장르도 너무 분산됐다. 하지만 끝난 게 아니지 않나. 이제 겨우 스무 살이 된 것 같다. 지금부터 늦었지만 조금씩 잡혀가는 시기가 된 것 같아 더 해갈 생각이다."

치열하게 부딪혔던 20대의 손호영은 '노력만능주의자'였다. 하루 8시간씩 목이 상하도록 연습을 쏟아붓고 홍보를 죽어라 뛰어도 뜻대로 풀리지 않던 현실의 벽 앞에서 그는 수없이 마음이 꺾이는 좌절을 맛봤다.
"20년 전 솔로 1집 앨범을 낼 때는 인생을 정말 단순하게 살았다. 운동과 노래 연습 딱 두 가지만 했다. 그런데 그렇게 연습을 해도 생각만큼 실력이 늘지 않더라. 앨범이 나오고 홍보를 죽어라 뛰어도 결과가 생각처럼 나오지 않는 때가 있었다. 살다 보니 노력을 해도 안 되는 것이 분명히 존재하더라. 그러면서 정공법만이 꼭 답이 아니라, 시간과 우연이 해결해 주는 것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나는 성장이 참 느린 사람이라는 걸 살아보고서야 알았다."
그 쓰라린 깨달음 끝에 피워낸 곡이 바로 신곡 'Go Around'다. 록 베이스에 경쾌한 팝 장르로 채워진 이 곡에는 '피해도 돼, 돌아가도 돼'라는 손호영의 인생 철학이 오롯이 녹아 있다.
"살아가는 게 스트레스도 많고 고민도 많은데, 콘서트 현장에서 팬들과 함께 부르며 조금이라도 털어낼 수 있는 노래를 찾았다. 퍼포먼스보다는 페스티벌에서 다 같이 뛰어놀기 좋은 곡이다. 내가 자주 하는 말이기도 한데, 꼭 곧은 길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돌아가는 길 위에서도 배움이 있고 나만의 방식을 찾을 수 있다."
god '길'의 가사처럼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는 한층 깊어진 시선으로 답했다. "명예나 돈이 중요한 순간도 있고 사람이 중요한 순간도 있더라. 지금 중요한 게 앨범 대박 아니냐고 하지만, 중요하면서도 또 중요하지 않다. 대박이 나더라도 그건 한순간이고 결코 영원하지 않다."

영원하지 않은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손호영을 지금까지 숨 쉬게 하고 노래하게 만든 유일한 닻은 바로 객석을 지켜준 팬들이었다.
"노래를 듣고 팬분들이 '기다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그게 다이고 그게 최고다. 다른 바라는 것은 전혀 없다. 나랑 비슷한 가수가 없는 것 같아서 그게 내 장점인 것 같고, 늘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점만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20년이라는 긴 방황과 탐색을 지나 마침내 자신만의 속도와 호흡을 찾은 손호영. 화려한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오직 팬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존재로 남겠다는 그의 담담한 다짐이 오랜 기다림에 가장 따뜻한 응답이 되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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