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전기차 부드러움에 세단의 안락함…렉서스 ‘올 뉴 ES’

마이데일리
렉서스 ‘올 뉴 ES 350h’. /심지원 기자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렉서스가 브랜드 최초의 세단형 순수전기차를 앞세워 국내 전동화 시장 공략에 나선다. 핵심 구원투수는 8년 만에 완전변경으로 돌아온 8세대 ‘올 뉴 ES’다. 렉서스는 전기차(BEV)와 하이브리드차(HEV)를 함께 선보이는 ‘멀티 패스웨이’ 전략으로 고객 선택지를 넓히는 한편 기존 ES의 강점인 정숙성과 안락한 승차감을 전동화 시대에도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지난 14일 서울 잠실에서 강원도 춘천까지 신형 ES를 타고 왕복 약 150㎞를 주행했다. 첫 전기 세단이라는 점에서 주행 성능에 주목했지만 실제로 경험한 신형 ES의 강점은 전기차 특유의 가속력보다 매끄러운 움직임과 안정적인 승차감에 있었다. 장거리 주행에서도 운전자의 피로를 덜어주는 데 초점을 맞춘 모습이었다.

차량에 오르기 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커진 차체다. 신형 ES의 전장·전폭·휠베이스는 각각 5140㎜·1920㎜·2950㎜로, 기존 모델보다 165㎜·55㎜·80㎜ 늘었다.

차체가 커졌지만 디자인은 날렵함을 유지했다. 렉서스는 기존 스핀들 그릴의 개념을 차체 전체로 확장한 ‘스핀들 보디’를 적용했다. 수평적인 펜더와 측면부 블랙 가니시가 볼륨감을 강조하면서도 무거운 인상을 덜어냈다. 전면부에는 안쪽을 향한 주간주행등과 바깥쪽 방향지시등을 결합한 트윈 L 시그니처 램프를 배치해 브랜드 정체성을 드러냈고 후면부는 램프와 차체의 비례를 다듬어 낮고 안정적인 자세를 구현했다.

렉서스 ‘올 뉴 ES 350h’ 2열. 리클라이닝 기능을 적용해 등받이 각도를 조절했다. /심지원 기자렉서스 ‘올 뉴 ES 350h’ 2열 공간. 성인이 앉아도 발밑이 넉넉하다. /심지원 기자

실내는 디지털 편의성과 공간 활용성에 초점을 맞췄다. 운전석에 앉자 직경을 줄인 스티어링 휠이 눈에 띄었다. 주요 기능 버튼을 손이 닿기 쉬운 위치에 배치해 조작 편의성을 높였고, 표면에 숨겨진 ‘리스폰시브 히든 스위치’는 손을 가까이 대면 기능 아이콘이 점등되는 방식이다. 실제로 손을 가져가자 아이콘이 즉각적으로 나타나 직관적인 조작이 가능했다. 중앙에 위치한 14인치 디스플레이는 렉서스 커넥트와 연동돼 원격 시동, 공조 제어, EV 충전 상태 조회 등을 스마트폰으로 간편히 조작할 수 있다.

특히 2열은 비즈니스 세단으로서의 성격을 강조한 부분이다. 시승한 ES 350e VIP 그레이드에는 뒷좌석 리클라이닝과 조수석 측 오토만, 뒷좌석 통풍·마사지 시트, 리어 컨트롤 패널 등을 포함한 리어 컴포트 패키지가 적용된다. 조수석을 앞으로 밀고 등받이와 헤드레스트를 접으면 뒷좌석 탑승자가 다리를 뻗을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진다. 실제로 뒷좌석에서 조작 패널을 이용해 조수석을 이동시키자 발밑 공간이 한층 여유로웠다. 문을 가볍게 닫아도 자동으로 완전히 닫히는 소프트 클로저 도어 역시 고급 세단의 성격을 뒷받침했다.

렉서스 ‘올 뉴 ES 350h’ 운전석. /심지원 기자

춘천으로의 주행은 전기차 모델인 ES 350e VIP부터 시작했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차체가 즉각적으로 속도를 높였고, 페달에서 발을 떼면 감속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전기차 특유의 즉각적인 동력 전달을 살리면서도 급격하게 튀어나가는 느낌은 억제했다. 운전자의 조작에 차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전반적인 움직임은 차분했다.

주행 성능의 기반에는 새롭게 다듬은 서스펜션과 차체 구조가 있다. 전륜에는 맥퍼슨 스트럿, 후륜에는 ES 최초로 5링크 멀티링크 서스펜션을 적용했다. 서스펜션의 마찰과 비틀림을 줄이고 감쇠력을 최적화해 코너링 시 차체의 움직임을 억제하도록 설계했다. BEV 럭셔리 이상 그레이드에는 주행 상황과 드라이브 모드에 따라 감쇠력을 조절하는 전자제어 서스펜션(AVS)도 적용된다.

주행에서도 이러한 특성이 드러났다. 곡선 구간에서는 조향에 따라 차체가 안정적으로 방향을 바꿨고, 오르막에서도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 없이 속도를 이어갔다. 급가속과 제동 상황에서도 페달 조작에 대한 반응이 자연스러웠다. 차체가 노면의 움직임에 과도하게 흔들리지 않아 운전하는 동안 편안함을 유지했다.

차체 강성을 높인 GA-K 플랫폼도 승차감 개선에 기여한다. 차체 전방과 바닥, 후방의 강성을 강화해 진동을 억제하고 조향 응답성과 가감속의 자연스러움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전기차의 동력 특성을 앞세우기보다 운전자의 의도에 맞춰 차체가 부드럽고 안정적으로 움직이도록 한 점이 올 뉴 ES의 주행 성격을 보여줬다.

EV 라인업은 ES 350e와 ES 500e 두 가지다. 시승한 ES 350e는 최고출력 227마력(PS), 1회 충전 복합 주행거리 478㎞, 복합 전비 6.0㎞/kWh를 갖췄다. 상위 모델인 ES 500e는 전·후륜에 이액슬(eAxle)을 탑재하고 사륜구동 시스템 다이렉트4(DIRECT4)를 적용했다. 합산 출력은 347마력이며, 1회 충전 복합 주행거리와 복합 전비는 각각 435㎞, 5.3㎞/kWh다.

두 모델 모두 74.69㎾h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했다. DC 최대 150kW 급속충전과 AC 최대 11kW 충전을 지원한다.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급속충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28분(상온 25℃ 기준)이다.

안전·운전자 보조 기능도 강화했다.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인 렉서스 세이프티 시스템 플러스(LSS+)를 적용했으며, 운전자 모니터링 카메라(DMC)는 운전자의 시선과 얼굴 방향, 눈 깜빡임 등을 감지해 전방 주시 태만이나 졸음운전 징후가 나타나면 경고한다. 주행 중 햇빛에 눈이 부셔 얼굴을 찡그렸을 때도 운전자 상태를 감지해 경고가 표시될 만큼 민감하게 반응했다.

렉서스 최초로 적용한 HD-AHS도 눈길을 끈다. BEV 럭셔리 이상 그레이드에 적용되는 이 시스템은 1만6384픽셀의 마이크로 LED를 활용해 빛을 정밀하게 제어한다. 전방 차량 주변의 빛을 선택적으로 차단해 상대 운전자의 눈부심을 줄이면서도 운전자의 시야를 확보하도록 설계됐다.

렉서스 ‘올 뉴 ES 350h’ 측면. /심지원 기자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는 HEV 모델인 ES 350h 럭셔리를 운전했다.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함께 사용하지만 출발과 가속 과정에서 전기차와 유사한 부드러운 움직임을 보였다. 노면이 고르지 않은 구간에서도 차체가 안정적으로 움직여 탑승자에게 전달되는 충격을 줄였다. HEV에는 엔진 흡·배기 소음을 억제하는 전용 흡음 구조와 액티브 엔진 노이즈 컨트롤을 적용해 정숙성을 보완했다.

신형 ES를 직접 경험하며 확인한 강점은 화려한 성능보다는 기본기에 있었다. 부드러운 가속과 안정적인 코너링, 외부 소음을 억제한 실내, 넉넉한 뒷좌석 공간까지 기존 ES가 강조해 온 안락함을 전동화 모델에서도 이어갔다. BEV를 처음 선보이면서도 익숙한 주행 감각을 유지해 전기차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가격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모델 간 선택을 가르는 요소다. BEV 라인업은 ES 350e 프리미엄이 7160만원, ES 500e 럭셔리가 8490만원이다. HEV 라인업은 ES 350h 프리미엄 7290만원부터 ES 350h AWD 럭셔리 8080만원까지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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