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두완 기자 이슈를 이슈로 덮는다. 정치권에서 격언처럼 전해 내려오는 말이다.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에 답하기보다 상대의 의혹을 꺼내 여론의 시선을 돌리는 방식이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과 범여권의 자녀 의혹 공방에서도 이런 대응이 반복되고 있다. 상대에게는 해명을 요구하면서 자신에게 돌아온 질문에는 상대도 문제라는 식으로 맞선다. 사실 확인과 책임 규명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진흙탕싸움만 남는 모양새다.
◇ 특검 요구에 법적 대응, 자녀 의혹에는 상대 자녀로 맞불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은 16일 한동훈 무소속 의원 자녀 의혹을 거론하며 ‘한동훈 특검법’ 처리를 촉구했다. 한 의원실은 조 원장의 ‘2만 시간 봉사’ 주장이 소속 단체의 활동시간을 개인의 실적으로 왜곡한 허위사실이라며 민형사상 대응을 예고했다. 앞서 한 의원이 민주당의 자녀 의혹 공세에 김민석 대표 아들 문제를 꺼내 맞선 데 이어 이날은 조 원장까지 자신의 가족 수사를 거론하며 가세하면서 공방이 확대됐다.
조 원장은 이날 2019년 검찰이 딸 조민 씨의 봉사·인턴 활동을 확인하기 위해 관련 기관을 압수수색하고 일기장에 적힌 일정까지 분석했다고 밝혔다. 반면 한 의원 딸 사건에서는 논문 대필 의혹과 봉사활동, 수상 실적의 입시 활용 여부 등을 충분히 조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가족에게는 수사력을 집중했던 검찰과 경찰이 한 의원 가족에게는 다른 태도를 보였다는 취지다.
그러나 조 원장의 요구는 수사 과정의 검증에 머물지 않았다. 그는 “정치검사의 자식에게도 정치검사가 휘두른 류의 ‘정의’가 실현됨을 보여주어야 한다”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똑같이 가면 된다”고 했다. 자신의 딸이 과도한 수사를 받았더라도 상대의 딸에게 같은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는 조언을 소개하면서도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수사권 행사에 대한 비판과 상대 가족에게 같은 수사를 요구하는 주장이 한 글에 담긴 셈이다.
조 원장이 제기한 수사 형평성 문제와 “똑같이” 수사해야 한다는 요구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필요한 증거를 충분히 확보했는지 묻는 것과 상대 가족도 같은 수사를 겪어야 한다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검찰권의 절제를 강조하면서 자신이 비판한 수사 방식을 상대에게 요구한다면 과거 수사의 문제를 바로잡겠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한 의원도 민주당의 공세에 자신의 자녀 의혹을 반박하는 데 그치지 않고 김 대표 아들 문제를 꺼냈다. 친한계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 역시 한 의원 딸 관련 의혹을 일축하면서 김 대표 아들의 진학 과정 등을 문제 삼았다. 그러나 김 대표 아들에 대한 의혹은 별도로 확인할 사안이다. 그 문제가 한 의원 자녀 관련 의혹이나 당시 수사가 충분했는지에 대한 답이 될 수는 없다. 상대에게 해명을 요구하던 정치권이 자신에게 돌아온 질문에는 또 다른 의혹을 내놓고 있다. 상대의 책임을 묻는 데는 적극적이지만 그만큼 자신의 책임에도 답하고 있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 해명 대신 역공, 검증을 소모전으로 바꾸는 정치
정치권 안팎에서도 상대 자녀 의혹을 주고받는 대응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장윤미 전 민주당 대변인은 15일 KBC ‘박영환의 시사1번지’에서 한 의원 자녀 의혹에 김민석 대표 자녀 문제로 맞서는 것을 “정치적 물타기”라고 지적했다. 한 의원에게 제기된 의혹은 그 사안대로 답해야 한다는 취지다.
비판은 한 의원 측에만 향하지 않았다. 김준일 평론가는 지난 12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서 민주당이 한 의원의 공세에 자녀 의혹으로 대응하고 한 의원은 다시 김 대표 아들 문제를 꺼내는 구도를 “서로의 물타기”라고 평가했다. 박원석 전 의원도 같은 방송에서 한 의원의 대응을 “질문을 질문으로 받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방식으로는 공방이 이어질 뿐 결론에 이르기 어렵다는 것이다.
상대의 잘못이 자신의 해명을 대신해주지는 않는다. 김 대표 아들에게 의혹이 있다면 따로 확인하면 될 일이다. 자신의 가족이 과도한 수사를 받았다면 그 문제를 바로잡아야지 상대 가족도 겪어보라는 요구로 이어질 일은 아니다. 그러나 정치권은 자신에게 돌아온 질문보다 상대에게 되돌려줄 공격을 찾는 데 더 열을 올리고 있다. ‘너는 더하지 않느냐’는 말싸움이 이어지는 사이 소명해야 할 의혹은 국민의 뇌리에서 멀어진다.
게다가 의혹의 내용보다 상대를 향한 반감을 우선하는 것도 문제다. 조 원장은 한 의원의 민주진영 공격과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발언을 비판하며 특검을 요구했고 한 의원은 자신의 대여 활동을 가족 공격의 배경으로 지목했다. 의혹의 근거를 따지기보다 상대를 공격할 이유를 내세우고 자신이 공격받는 의도를 의심하는 데 치중한 것이다. 사실을 가려야 할 논쟁이 어느 편의 공격이 더 부당한지를 다투는 진영 싸움으로 흐르고 대목이다.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는 정치인들이 국민에게 설명할 책임보다 상대를 공격할 기회를 더 챙기는 모습이다. 의혹이 제기되면 사실을 밝히고 잘못이 확인되면 책임을 지는 것이 순서다. 상대의 허물을 더 크게 들춰 자신의 부담을 덜려 한다면 검증을 요구하는 말에도 무게가 실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치인에게 불리한 질문도 국민에게는 알 권리다. 상대를 곤란하게 만들었다고 국민에게 해야 할 설명까지 끝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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