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삼성전자, 추락해도 날개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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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소설가 이문열이 1988년 발표한 장편소설 제목이다. 올해 삼성전자 주가 흐름을 보면 드는 생각이다. 올해 6월만 해도 ‘40만 전자’를 노리던 삼성전자의 주가는 상승이 꺾인 후, 좀처럼 큰 반등을 할 힘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선 삼성전자의 기술 경쟁력이 약화된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이 같은 시장의 우려가 완전히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중국의 ‘창신메모리(CXMT)’ 쇼크가 대표적 예다. 중국 반도체 업체 최초로 18나노 D램 양산 성공 소식이 발표되면서 삼성전자 주가는 10% 가까이 추락했다.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크게 좁혀졌음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물론 갈수록 치열해지는 반도체 기술 경쟁과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불확실성은 삼성전자가 마주한 냉혹한 현실이다. 과거의 영광만으로 미래의 성공을 보장받을 수는 없다. 세계적인 기업이라도 변화에 뒤처지면 언제든 추락할 수 있다는 것은 산업계의 오랜 교훈이다. 이는 반도체 왕좌에 앉아 있는 삼성전자조차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그러나 지금의 주가 하락이 곧 삼성전자의 글로벌 기술 경쟁력 약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향후 주가 반등 가능성까지 부정할 이유도 없다. 삼성전자가 수십 년간 축적해 온 기술력과 인적 자원, 글로벌 생산 인프라가 하루아침에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밀렸다는 평가를 받았던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6세대 HBM인 ‘HBM4’ 양산 제품을 출하하며 반격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후 HBM시장 점유율도 따라잡고 있다. 치열한 기술 경쟁 속에서도 다시 한번 저력을 보여준 것이다. 

결국 삼성전자의 날개는 아직 꺾이지 않았다. 증권가 역시 삼성전자 주가 반등에 대해 긍정적이다. 최근 주가 급락 원인도 삼성전자의 문제가 아닌 국내 증시의 수급 공백과 투자심리 위축에 따른 과도한 조정으로 분석하고 있다.

16일 KB리서치는 “주가의 가파른 조정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의 실적 전망은 오히려 상향 조정되고 있다”며 “최근 반도체 주가의 급격한 조정은 근본 가치의 훼손이 아닌 금융시장의 위험 회피 심리가 초래한 일시적 가격 왜곡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추가 하락 위험보다 상승 여력이 더 큰 비대칭적 투자 기회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큰 폭의 주가 하락 후, 전고점을 회복한 사례는 삼성전자의 주가 흐름에서 여러 차례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24년 7월 11일 8만8,800원까지 올랐던 삼성전자 주가는 같은 해 11월 14일 4만9,900원까지 추락했다. 불과 4개월 만에 약 43.8% 하락한 것이다. 그러나 이후 반등에 성공하며 2025년 12월 30일 11만9,900원까지 상승, 저점 대비 상승률 140%를 달성했다. 당시 하락에서도 반도체 시장 약화,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었다.

물론 삼성전자의 현재 주가 하락 흐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또 반등이 언제 일어날지를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만약 그것이 가능하다면 우리 모두 워렌 버핏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에게 주가 회복, 나아가 전고점 갱신을 할 수 있는 힘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추락하는 것엔 날개가 있다. 하지만 날개가 있다면 다시 한 번 날아오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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