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보툴리눔 톡신 생산기술과 균주에 대한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해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기술이 이미 상용화된 만큼 기술 보호의 실익보다 기업들이 부담하는 규제 비용이 크다는 지적이다.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중 의료바이오산업 협력의 과제와 실천 전략’ 세미나에서는 보툴리눔 톡신 관련 규제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해외 진출에 미치는 영향과 개선 방안이 논의됐다. 행사는 이광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재중국한인회총연합회가 공동 주최했다.
보툴리눔 톡신 생산공정은 2010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됐고 2016년에는 균주도 보호 대상에 포함됐다. 이에 따라 기업이 관련 기술을 해외로 이전하거나 현지 생산시설·합작법인을 설립할 경우 승인 또는 신고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상수 한국시민교육연합 대표는 이날 “보툴리눔 톡신 생산기술과 균주의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조속히 전면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내 19개 기업이 관련 품목허가를 받았지만 세계 시장 점유율은 1.5~2% 수준이라며 해외 진출을 위한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업계 설문에서도 해제 요구가 확인됐다. 한국시민교육연합 K-바이오전문가자문위원회가 지난해 9월 기업 18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응답 기업 17곳 중 14곳(82.4%)이 지정 해제에 찬성했다. 2024년 1월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조사 당시 70.5%보다 11.9%포인트 높았다.
기업들은 해외 사업 기회 상실과 파트너사 설득 부담, 제조공정 기술의 보편화 등을 해제 찬성 이유로 꼽았다. 이 대표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해외 기술수출이나 공장 설립 관련 승인에는 평균 4~6개월, 길게는 1년가량 걸린다.
이 대표는 승인 지연에 따른 계약 취소와 시장 진입 지연 등 경제적 손실을 연간 약 900억~1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승인 서류 준비와 보안요건 충족, 전담인력 운영 등에 투입되는 비용 외에도 해외 시장 선점 기회를 잃는 부담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기업 규모에 관계없이 보안 관리와 행정 절차를 이행해야 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업체의 부담이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 투자 협상에서도 승인 일정이 걸림돌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생산 관련 핵심 기술은 대부분 상용화돼 있다”며 “독소를 추출하고 정제해 우수한 제품을 생산하는 기술이 중요한데 이를 국가핵심기술로 묶어두는 것은 기업의 발목을 잡는다”고 지적했다.
최규진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도 현행 규제의 실효성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 변호사는 해외 합작투자와 생산기지 건설 과정의 승인·신고뿐 아니라 완제품 수출을 위한 현지 인허가에서 생산공정 기술문서를 제출할 때도 규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변호사는 보툴리눔 톡신 제조공정이 1960년대부터 알려진 배양·정제 기술이고 중국에서도 오래전부터 제품을 생산해 왔다며 국가 간 기술 격차를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전자 정보 데이터베이스 젠뱅크에 등록된 균주가 2000종을 넘는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그는 “제품 경쟁력은 균주 확보나 제조기술 자체보다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 역량과 인허가, 브랜드 개발 및 사업화 역량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중항체와 항체약물접합체(ADC), mRNA 등 신기술이 등장한 만큼 지정 기준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냈다.
최 변호사는 현재 생명공학 분야 국가핵심기술로 분류된 다른 기술과 비교해도 보툴리눔 톡신 제조기술의 보호 필요성이 충분한지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조기술의 범용화가 진행된 상황에서 규제에 따른 국가적 이익과 기업의 비용을 함께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세미나에서는 한국의 연구개발·품질관리 역량과 중국의 생산기반을 결합한 협력 방안도 제시됐다. 양국 공동 임상과 합작 생산시설을 추진하고 중동·중앙아시아 등 제3국 시장 진출로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이 대표는 균주에 대한 안전관리는 별도 법률과 보안 장치로 유지하되 상용화된 기술의 해외 이전 절차는 합리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국가핵심기술 지정 해제 전이라도 해외 기술수출과 현지 공장 설립 절차를 사후신고제 또는 패스트트랙으로 간소화하고, 한·중 인허가 자료의 단계적 상호인정과 규제 샌드박스를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 사이의 인허가 자료 인정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충북 오송과 중국 란저우를 연계한 협력 모델을 모색하자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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