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딸 수사 논란] 조국 때와 다른 ‘공정 잣대’

시사위크
한동훈 의원 딸 관련 수사에서 압수수색 영장 신청과 피고발인 대면조사가 없었던 사실이 국정감사에서 드러나면서 수사 형평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2024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5주기 추도식’ 참석 모습. / 뉴시스
한동훈 의원 딸 관련 수사에서 압수수색 영장 신청과 피고발인 대면조사가 없었던 사실이 국정감사에서 드러나면서 수사 형평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2024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5주기 추도식’ 참석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자녀 ‘스펙’ 의혹 앞에서 수사기관이 꺼내 든 수단은 달랐다. 검찰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사건에서 대학 곳곳을 압수수색했다. 하지만 한동훈 의원 딸 사건에서는 경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한 차례도 신청하지 않았다. 한 의원은 이미 무혐의로 끝난 사안이라고 반박하지만 이번 국감에서 제기된 질문은 그 결론에 이른 과정에 있다. 사건이 다르면 수사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필요한 증거를 확보하려는 노력에도 같은 잣대가 적용됐는지는 여전히 설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 조국 때는 강제수사, 한동훈 딸 사건은 서면조사

한동훈 무소속 의원 딸 관련 수사 논란은 지난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다시 불붙었다. 논문 대필·표절, 전자책 저작권 침해, 봉사활동 실적 부풀리기, 앱 대리 제작 등으로 고발됐다가 불송치된 사건이다. 박균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 가운데 전자책 관련 수사에서 경찰이 요청한 국제형사사법공조를 서울중앙지검이 법무부에 전달하지 않고 반려한 경위를 문제 삼았다. 이어 12일 경찰청 국감에서는 압수수색과 피고발인 대면조사 없이 사건을 종결한 수사 방식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사건과 비교되며 형평성 논란으로 번졌다. 한 의원은 이미 무혐의로 결론 난 사안이라며 정치 보복이라고 반박했다.

수사 형평성 논란은 증거 확보 방식에서 출발한다. 검찰은 2019년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논문 작성과 입학, 장학금 관련 기록을 확보하기 위해 서울대·부산대·고려대·단국대·공주대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했다. 의혹과 관련된 기관에 직접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자료를 확보했다.

한 의원 딸 사건에서는 다른 방식이 적용됐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약 1년 8개월간 수사하면서 압수수색 영장을 한 차례도 신청하지 않았다. 고발인은 여섯 차례 조사했지만 피고발인 대면조사는 없었고 한 의원 배우자를 한 차례 서면조사했다. 경찰은 관련 기관에 자료를 요청하고 회신을 분석한 뒤 2023년 12월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정치권은 이 차이를 ‘같은 기준을 적용했느냐’는 문제로 받아들였다. 조 전 장관은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가족 사건에서 압수수색이 약 90차례 이뤄진 반면 한 의원 딸 사건에서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조 전 장관이 제시한 수치는 가족 관련 사건을 묶은 것으로 딸의 입시 의혹만을 대상으로 한 횟수와는 구분해야 한다. 숫자 자체보다 각 사건에서 필요한 증거를 어디까지 확보했는지가 비교할 지점이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딸 관련 의혹이 이미 무혐의로 결론 난 사안이라며, 재수사 요구를 자녀를 겨냥한 정치 보복이라고 반박했다. / 뉴시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딸 관련 의혹이 이미 무혐의로 결론 난 사안이라며, 재수사 요구를 자녀를 겨냥한 정치 보복이라고 반박했다. / 뉴시스

한 의원은 기존 수사 결과를 근거로 맞섰다. 봉사활동 의혹에 대해서는 실제 비대면 영어 교습이 이뤄졌고 학부모들도 확인했으며 경찰과 수사심의에서 무혐의 결론이 났다고 밝혔다. 이미 조사한 사안을 다시 제기하는 것은 자녀를 겨냥한 정치 보복이라는 주장이다. 한 의원은 처분 결과를 근거로 의혹을 반박하고 있지만, 정치권이 문제 삼는 것은 그 처분에 이른 조사 과정이다.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 답변에도 이 간극이 드러났다. 김 대행은 12일 국감에서 당시 수사가 법과 원칙에 따른 절차대로 진행됐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했다는 취지로 답했다. 새로운 사실관계가 드러나면 전면 재수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고도 밝혔다. 기존 처분을 유지하면서 수사 과정에 대한 점검 여지를 남긴 것이다.

사건마다 혐의와 증거가 다른 만큼 강제수사를 같은 횟수로 해야 공정한 것은 아니다. 강제수사 없이도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다면 그 내용을 설명하면 된다. 문제는 확보하지 못한 자료가 있을 때다. 조국 사건에서는 관련 기록을 직접 확보했던 수사기관이 한 의원 딸 사건에서는 어떤 자료로 판단을 대신했는지 수사 강도가 달랐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혀야 형평성 질문에도 답할 수 있다.

◇ 필요한 증거 없이 끝난 수사

수사 형평성을 따질 또 다른 지점은 필요한 증거를 확보하려 어떤 조치를 했느냐다. 조국 사건에서는 검찰이 관련 기관을 압수수색해 기록을 확보했다. 한 의원 딸 사건에서는 경찰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미국 자료를 확보하지 못한 채 수사가 끝났다. 자료 확보 절차가 서로 다른 만큼 확보가 막힌 뒤 어떤 보완조치를 했는지가 비교할 지점이다.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한동훈 의원 딸 관련 수사에 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했다는 취지로 답하며, 새로운 사실관계가 드러나면 재수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 뉴시스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한동훈 의원 딸 관련 수사에 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했다는 취지로 답하며, 새로운 사실관계가 드러나면 재수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 뉴시스

이광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2일 경찰청 국감에서 전자책 판매자료를 확보하지 못한 경위를 물었다. 이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한 의원 딸이 아마존에 판매 등록한 수학 전자책의 판매량과 수익 귀속 등을 확인하려고 국제형사사법공조를 요청했다. 그러나 검찰에서 요청이 반려됐고 경찰은 자료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영리 목적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사건을 불송치했다.

검찰이 제시한 불송부 사유는 △공조 절차가 복잡하고 오래 걸린다는 점 △실체 규명에 반드시 필요한지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는 점 △미국의 공조 이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 등이었다. 이 의원은 “미국이 거절한 것이 아니라 검찰이 요청서를 보내지도 않은 것”이라며 경찰이 재검토를 요청했는지 추가 보완조치를 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 물었다. 경찰청은 검찰의 불송부 결정으로 사건이 진척되지 못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의원실은 전했다.

핵심은 자료를 받지 못했다는 사실만이 아니다. 경찰이 영리 목적을 확인하는 데 필요하다고 판단한 자료를 확보하지 못한 뒤 어떤 증거로 판단을 대신했느냐다. 자료 미확보가 혐의를 인정할 근거는 될 수 없지만 요청 내용을 보완하거나 다른 증거를 확보하려는 조치가 충분했는지는 따져야 한다. 기존 불송치 결과와 별개로 수사 과정을 다시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경찰의 수사 태도를 향한 비판도 나왔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지난 12일 국감에서 “서슬 퍼런 법무부 장관 사건이라고 방치했던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당시 수사가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됐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더 적극적인 수사 노력이 필요했다는 취지로 답했다. 기존 처분에 대한 설명과 별개로 수사 과정은 다시 살펴볼 여지를 남긴 것이다.

한 의원은 이미 무혐의로 끝난 사안이라며 정치 보복이라고 반박했고,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새로운 사실관계가 드러나면 재수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수사 형평성은 압수수색 횟수를 맞추는 문제가 아니다. 두 사건에 같은 횟수의 압수수색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증거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각각 충분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핵심이다. ‘무혐의’라는 결과만으로는 그 과정에 남은 질문까지 해소되지 않는다.

Copyright ⓒ 시사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lert

댓글 쓰기 제목 [한동훈 딸 수사 논란] 조국 때와 다른 ‘공정 잣대’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